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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순수학문이라도 좋아..
게시물ID : gomin_533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lZ
추천 : 11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1/07 06:24:26
이제 28살.

집안은 가난하고,
난 별볼일 없는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미련퉁이.

공부할건 많고
해봤자 돈이라고는 이만큼도 안나오지.
교수가 된다해도 여전히 가난할거야.
울 교수님만 봐도...ㅜㅜ

그래도 좋은걸...
학비번다고 알바하느라 밤새다보면 울적해지지만
공부하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교수님도 내 생각에 귀기울여 주시고
동기들 선후배들도 참 많이 도와줘.
가족들도 너같은 애는 공부해야 한다고 응원해주고.

비록 당신은 가난하고, 또 앞으로도 가난할 나를 감당치 못하고 떠났지만
그래도 난 공부가 좋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따뜻하고 충만해지거든, 스스로.
미안. 이런 가난하고 고리타분한 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서.
부디 당신에게 나보다 더 다정하고 자주 만날 수도 있고 예쁘게 꾸밀 줄도 아는
그런 여자가 나타나주길 바라. 진심으로.
난 괜찮아. 배고프지만 정말 이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
괜찮아. 다만 나와 함께 걸어온 그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줘.
나도 그럴 테니까.

해는 바뀌었고, 나는 나이들고 가진 것 없는 고학력 무능력자지만
그래도 좋다.
사람들이 그딴 배고픈 공부 왜하냐고 해도 좋다.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의 쓸모. 세상의 가장 외진 곳.
배고프고 추운 연구실 한켠에서 웃을 수 있는 새벽.
좋은걸 어떡해. 이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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