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범대를 다니는 학생으로 교생 실습중입니다
일기 형식이니 반말로 쓴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오길래 오랜만에 쓰는 오늘하루
우리학교 일학년엔 항상 궁금한게 많은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물어보는 궁금한 것들은 참으로 중학교 일학년 수준의 아닌 난해한 것들이 많다.
“선생님 첫키스는 언제에요??”
...
“선생님 집은 전세에요 월세에요? 연봉은 얼마나 받아요??”
괴짜가 아니면 애늙은이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요새 고민이 있어보인다.
집으로 가는 전철 안.
무슨 일이 있니?라고 내가 묻기전에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어떡하죠? 가방끈이 또 떨어졌어요...”
며칠전 끈이 떨어져서 자기가 실로 꿰매었다고 했던 그 가방이다.
“또 떨어졌다고? 어쩔수 없지그럼 엄마한테 말씀드리고 새로 사야겠다”
“그건 안돼요 ... 저 엄마한테 말했다간 맞아죽어요 ㅠㅠ”
끈이 떨어졌다는 가방을 살펴봤다, 엉성하게 실로 꿰매진 가방끈은 나머지 한 쪽 역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세탁소에 맡기면 당장 내일 들고올 가방도 없을텐데..’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고, 오늘은 특별히 고구마도 심어 더욱 고단한 퇴근길인지라 나는 마음속으로 갈등을 했다.
‘귀찮은데 내버려두면 알아서 엄마한테 혼나더라도 새가방을 사겠지? 아니면 알아서 고쳐주실거야’
전철역에 도착 할때까지만해도 내 심정은 이랬다.
전철역에서 나와 걸어가는 내내 가방을 부여안고 걱정하는 아이를 보니 내가 참 한심해보였다
그 길로 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반짓고리를 하나샀다.
버스 정거장에 둘이 걸터 앉아 가방을 꿰맸다.
엉성하게 꿰매진 바느질 자국을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저 작은 손으로 잘 들어가지도 않는 바늘과 얼마나 씨름을했을까
바늘을 다섯개나 부러뜨렸단다
많이 힘들었겠지
바느질을 하는 동안 아이는 옆에 앉아 신이 났다.
재잘재잘
“선생님 짱 잘하시네요, 혹시 비즈공예배우셨어요?”
“완전 기술자에요 선생님”
능숙하진 않지만 잘 떨어지지 않게 열심히 여러번 꿰매어주고
꿰맨것이 티가 나지않도록 마무리작업까지 최대한 깔끔하게 해주었다.
가방끈이 다시 붙은 가방을 들고 아이는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고작 1800원과 삼십분으로 나는
한아이의 큰 고민 하나를 살 수 있었다
꿰매진 아이의 가방끈이 아이가 근심과 걱정으로 부터 해방되는 그 때까지 단단히 잘 버텨주기를 기도한다.
ps.좋은일도 했는데 내 소원도 하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맨날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녀석인데...
내일도 또 그러면 가방 뺏어서 불태워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