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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면회때 화장실에서 흘린 눈물
게시물ID : humorbest_5340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운향
추천 : 29
조회수 : 3344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25 21:14: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9/25 19:45:38

리얼하게 쓰기 위해 경어생략하였사오니 양해바랍니다.

 

 

 

신병 첫면회때 고참이 나랑 내 동기랑 구석에 몰고 가서 우리 어깨 잡더니
'어머니한테 맛있는거 사오라고 이야기해라 거기에 니 군생활이 달렸다
내가 이거저거 말 안해도 소대원들 다 먹을 수 있을만큼 사와야 하는건 알지?
니가 앞으로 엘리트인지 아닌지 여기에 달렸다 알아서 전화 잘해라 ㅋ'
원래 신병들은 전화도 못하는데 전날밤에 전화하게 해줬는데
옆에서 고참이 쳐다보고 있었고 우리 동기들은 부모님한테 먹을것 좀 많이 사달라고 이야기해야 했다.
전날밤 고참 워커 닦을때 내 워커도 몰래 닦으면서 기대가 컸지만 전화가 너무 맘에 걸렸다.
어떤 고참은 신병시절 첫 면회때 고참들이 하도 비싼거 사달라고 해서 40만원치 샀다더라.

레알 역사적으로 가장 심했던 돈은 양친이 진짜 엄청난 부잔데....거의 100만원치 사와서 부대회식을 했데.

그 사람이 고참들 돈줄이어서 외출때마다 끌려다녔지.
신병면회 당일 아침부터 계속 일 굴리더니 면회 시간 직전에 날 불러서 옷 갈아입으라더라.
일하다와서 더러워죽겠는데...^^ 그 몰골로 부모님을 만났다.
너무나 죄스러웠다 군대가서 정신은 못차릴망정 전화로 뭔가를 사달라고 말하는게 너무나 구차하고 쪽팔렸다
부모님은 너무나 기뻐했고 아버지는 고향에서 사온 떡 몇 상자를 들고 와서 소대에 돌렸다.

두분다 아들이 이렇게 자대가서 참 열심히 생활하는게 듬직하다며 웃으시는데 난 차마 힘들다 말도 못하고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말라고 이야기했었다.
난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내 동기는 치킨+피자로 약 10만원어치를 사왔단다.
빵+우유를 사온 다른 동기는 진짜 개털렸다 걘 그날 점호 끝나고 밤에 뺨맞았다.
신병면회가 실제로는 6시간이 주어졌지만 면회 직전 어떤 고참이 이러더라.


"막내 너희들이 면회한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참들이 일한다
막내 주제에 고참들 일하게 할거 아니지? 눈치껏 들어와라ㅋ 시간 맞춰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 함보자."


정말 괴로웠다 면회를 최대한 즐기고 싶었는데 진짜 뭐같았다.
결국 4시간만 면회하고 돌아왔다. 2시간 일찍 왔는데 고참들이 '뭐 이정도면 평범하네' 이랬다.
내 동기는 6시간 다 채우고 돌아왔는데 그날밤 동기놈은 죽어나갔다.
막내가 군기가 빠져갖고 개념을 팔아치우고 왔다고 니 때문에 고참들이 6시간이나 더 일해야겠냐고
그런 개소리를 지끌였다. 지금 생각해도 이놈들은 개새끼들이다.

면회 끝나고 그날 일 다 마치고 점호하기 조금 전 화장실에 가서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울고 싶어졌다. 사실 거의 울었던거 같다.

내가 들었던 친구들 신병면회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어느 부대나 면회, 첫휴가 이런거 나가면 잘 챙겨주고 그러는거 아니었나?

누구는 나가기전에 고참이 워커도 닦아주고 옷도 다려주고 그래서 감동먹고 운 적 있다는데

우리는 고참이 후임들 옷다려주고 워커 닦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짬먹은 후 들은 이야기론 오히려 신병면회하면 군기 빠진다고 이렇게 갈구는게 너희들을 위한거라더라.

속으로 X까고 있네 싶었지만 이해한다고 입발린 소리를 했었지.

다음날 오전 9시에 외박나가는데 새벽 2시까지 붙잡혀서 근무한 적도 있었다

그때 고참 가라사대 '니가 없는 동안 고참들이 근무서야 되잖아? 그러니까 고참 근무 부담을 나가는 후임인 니가 줄여줘야지?'

그래도 내가 의경 있는 동안은 나름대로 맞게 생각했다

사실 은연중엔 이런 문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제대하고 나서 육해공 친구들끼리 술마시면서 군대 이야기 듣고 나서야

아 우리가 악습폐습에 별 이상한 놈들이 많았구나 인지했지.


짬먹으면 이 악습을 반드시 없애야지 생각했다. 중간짬 먹었을때 신병면회 나가면 그 틈새 채운다고 일하기
바쁘긴 했지만 난 애들한테 항상 시간 다 즐기고 오라고 이야기했다 그게 당연한 권리였다.
갑작스런 면회도 아니고 신병면회는 정말 중요해서 내가 더 일을 하더라도 애들 면회시간은 보장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짬을 먹은 후로는 면회때 뭐 사오는거랑 시간때 지랄하는거 내가 다 없앴다.
처먹고 싶으면 니네 돈으로 사서 처먹고 애들 면회할때 편안마음으로 하게 방해하지말라고 내밑으로 다 닥치라고 했다.

그러다가 내 윗고참한테 혼나기도 했지 니가 뭔데 부대 전통 없애냐고 그래도 난 꿋꿋하게 다 이야기했다 
신병면회하면 위에 고참이 워커에 물광도 함 내주고 전날밤에 일찍 자게하라고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다른부대 팔려가고 그 부대에서도 비슷한 문화가 있어서 내가 고쳤는데


근데 웃긴건 내가 제대할쯤되니까 신병들이 면회하고 나서 음식을 들고 오더라.
뭐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말을 못해서 캐무니까 ㅇㅇ 고참이 먹을거 사오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놈을 불러서 존나 뭐라고 하니 우리 소대만 왜 신병때 음식 사오는 문화가 없냐고
자기 막내때 있었고 다른 소대도 다 있는데 이런거 없애는건 말이 안되지 않냐고 존나 깝치더라.

'후임이 면회나가면 그만큼 고참이 일해야 하는데 먹는거라도 잘사오는게 서로 마음 편하지 않습니까?'

라고 개소리 지끌이길래 진짜 영창갈 각오하고 밟을까 생각했는데 전역이 코앞이라 그냥 참고 좋게 이야기했다.
돈 있는 애들이야 10만원 20만원해서 사오지만 돈없는 애들은 정말 눈치껏 뭔가를 사와야한다고
내가 좋게좋게 타일렀다 내가 너보다 힘든 시기에 군생활했고 그에 비하면 넌 정말 편하다는 상투적인

레파토리까지 이야기하면서 고참도 후임을 배려할 줄 알아야한다고 정말 좋게좋게 이야기했는데
이놈이 존나 게아리 틀더라 개말년이라서 사고치기 싫어서 내가 있는 동안엔 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내가 있는 동안은 그런 문화가 없었다 제대한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우리 부대에는 저런 전우애나 전통이 없었다 모든것은 후임이 고참을 위한 일방통행이었다
고참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후임한테 줘도 후임은 정말 고맙다면서 그거 다 빨아먹어야 했고
고참 한명마다 쫄따구 하나씩 전담으로 붙어서 빨래 등을 해주는 병사도 있었다.
쫄따구들은 그렇게 고참 한명 똥꼬빨면 떨어지는게 있으니 졸라 해대고 고참은 편하니까 공생관계처럼 보이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나땐 쫄따구 수가 적어서 나 혼자서 고참 세명 빨래세탁등 전담했는데 진짜 거지같았다

토할거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거나 탈영할까도 여러번 생각했지만 고참들도 전부 지나간 길이고

지금까지 해온것도 아깝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차마 죽지도 탈영도 못하고 끝끝내 견뎌냈다.

그러다가 재수없게 다른 사람들 찔리고 찌른 일에 휘말려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거기에서도 비슷한 일들을 겪었고 결국 제대하기 전에 고쳤지만 과연 지금은 어덜런지.

 

동기와 함께 전역 신고를 마치고 부대를 나올때 기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왠지 모를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제대했지만 그때 신병면회 직후 화장실에서 흘린 눈물은 아직도 기억한다.

 

 

아참 그리고 저는 의경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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