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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했던 사랑
게시물ID : humorbest_5341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무힘듬
추천 : 26
조회수 : 4532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25 22:46:09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9/17 16:56:50

 고게에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네요.. 후.. 마음이 너무 갑갑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풀어보려해도 쉽지 않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이러다가 미쳐버릴것 같아서 글이라도 끄적거려봅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먹고 살만한 환경에 태어나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고, 나름 전문직에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생긴것도 크게 잘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런, 장점이라면 동안이라는거? ㅋ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녀를 만났던 건 벌써 18여 년 전? 그냥 제 무릎 위에서 오빠 좋다고 놀던,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러운 어린이

였죠.. 가족끼리 알기에 같이 노래방 가면 노래 한 곡 부르고 쪼로로 달려와서 내 무릎위에 앉고, 동생이 없던

저는 아주 가끔 보는 것이긴 해도 귀여운 요 녀석을 참 예뻐라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저는 대학에 가고

군대 갔다 제대도 하고, 그 이후로 10여년 만에? 싸이를 통해 우연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어느덧 다큰 처녀가 되버린 그 아기가 신기하고도 하고, 이대로만 커 다오 내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께 뭐

이런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더군요. 어쩌다가 문자 한 번 씩하고, "아저씨는 뭐해요?", "난 잘 있지 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니?" 정도로.. 그러다가 또 저는 회사 일로 바쁘고, 이녀석은 고등학생이 되고 하며 연락이 끊겼죠. 

 

 그러던 중 작년 2월, 아래 모 지방에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생겼습니다. 마침 그녀랑 어쩌다 연락이 됐고,

주말에 결혼식 끝나고 만나자! 그랬죠~ 간만에 만나서 얼마나 컸나 보고, 밥이나 사주려구요. 그런데 젠장

알고보니 결혼식 날짜를 하루 잘못 알았더군요.. 그런데 왠지 약속을 미루기 싫고 그래서 그냥 내려갔죠.

결과적으로는 그냥 그녀를 보기 위해 가게 된 셈이네요ㅋ

 기차역에서 간만에 만났는데 멀리서 걸어오는데, 어렸을때 그 모습 그대로 잘 자라 주었더군요^^ㅋ 이쁘고

성격도 여전히 활발하고 사랑스럽고 착하고.. 가기 전에 "학생들이 먹기 어려운, 비싼 데로다가 예약해라

밥사줄께" 해놨기에, 예약된 집에 가서 고기 썰고, 그리고 모 일식주점에 가서 술 한잔 했죠, 이제 성인이

됐으니..(나중에 지나서 우리끼리 얘기했던 사실이지만, 대학교 2년생이라도 생일이 안 지나서 미성년..)

 어쨌든 술을 한 잔 마시고, 그녀의 집앞에 데려다 주고, 덮쳐오는 그녀 입술에 저항하기엔 내 마음이 이미

강 저편에 건너가 있었기에, 그냥 그렇게 둘이 사랑에 빠졌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나이차, 거주지 원격성, 이런거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냥 사랑에 빠져들었어요..

 

 양가 부모님께서 서로 아시다 보니,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고 부모님을 속이고 6개월 정도를 매주 금요일

그녀가 있는 근처에 가서 방을 잡고, 만나고 일요일 새벽에 서울로 돌아오고, 몸은 힘들지만 너무너무 행복

했습니다. 그 동안 연애를 적잖이 해봤지만, 그냥 성격, 취향, 취미 모든 게 너무 잘 맞고 서로 나이차는

정말 그냥 숫자구나 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예쁘게 사랑을 키워 나갔죠.

 그러던 중, 대담한 결정을 한 우리!!

 여친 집에는 외국에 있는 아는 사람 집에 간다고 하고, 저랑 같이 해외여행을 갔다왔죠. 그게 들켜서..

이것까지 자세하게 적기엔 좀 그러니.. 무튼 숱한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우린 정말 어떤 일이 있어도

버티고 사랑하자. 끝까지 함께하자" 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아직 어린데, 힘든 상황을 함께 버텨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고, 이런 어려움들을 함께 헤쳐나가는 그녀를

정말 끝까지 내가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줘야겠다 수없이 다짐했죠. 그리고 완전히 인정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그래도 양가 부모님께서 알고 계신 상황 하에서 둘의 교제는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1년 여 지나고, 그렇게 사랑하던 우리 사이에도 위기가 찾아오더군요.. 과거에 깜짝 이벤트를 하고,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하고, 차타고 가다가 갑자기 뛰쳐나가서 꽃다발을 사와서 바치고, 아침에

식사를 만들어서 자동차 열선시트 최대로 켜고 따뜻하게 유지해서 "일어나 집앞이야 나와서 밥먹어" 이런

노력들을 하던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제 스스로 돌아봐도 최근 몇 개월 동안은 그녀가 느끼기에 제 사랑이

시들해진거죠..

 그런데 실은 제 마음은 시들한게 아니었어요.. 나름 이직이라던가, 부모님과의 트러블, 그녀에게 말하기엔

왠지 미안하고 어려운 문제들로 나름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있었고(이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불편한데 트러블이 생기니 감당이 안되더군요.. 그냥 제가 집을 나가기로 결정한 상황이었죠.. 지금도 마찬

가지이고..), 그로 인해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연락을

충분히 못하고, 또 그녀의 연락을못 받을 때도 있고.. 많이 섭섭했을 겁니다.. 그렇게 잘 해주다가, 그렇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다가..

 

 2주전 그녀가 얘기하더군요.. 이제 그만 만나자고.. 그녀가 이해해주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전 충격이었습니다

 그녀가 저를 소원하게 느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 마음의 상처가 깊게 많이 남아 있는 줄 정말

몰랐거든요.. 그냥 투정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에 비해 마음이 깊고 따뜻하고 착한 그녀는 말없이

저를 이해해 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알겠다고 하고 주말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꽃다발과 제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넸습니다. 딱 한달만

지켜봐 달라, 지금 헤어지기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고, 또 앞으로 줄 사랑이 너무 많이 남은 것 같다. 그 때도

아니다 싶으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둘이 차안에서 부둥켜안고 울면서 착한 그녀는 또 그렇게 저를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났으니, 지난주네요.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것 같다" 라고 하더군요..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만큼 저를 벗어나 있었나봐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지 540여 일이 지난 어제.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이 얘기도 하고, 공연도 보고, 헤어지는데..

 아..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라는게 이런거구나, 그냥 앞날이 그려지지가 않는거에요.. 당장 내일, 당장 모레 그리고 그 이후,

쭉 이 사람을 못 본다는게 믿기지가 않고, 함께 그린 미래가 이렇게 날아가 버린다는게, 받아 들일 수가 없더군요..

 난생 처음 울면서 메달렸습니다. 제발 한 번만 다시 생각해봐 달라, 한 번만 기회를 달라, 2주전에 약속했잖냐..

 소용없더군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 성격이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고, 예전에 그런 단점을 커버할만큼 사랑해줬는데

그게없으니 감당이 안된다더군요.. 사람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아.. 그녀가 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그냥 나도 나름 힘든 시간이 있어서 표현을 못했던 것 뿐인데..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 모든 것을

걸고라서도 그녀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뀔 자신이 있는데..

 나름 그런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아끼는지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젠 이 사실을 전달해

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조금만 내주면 좋겠는데...

 

 지금도 전 앞이 깜깜해요.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것이고..

 오늘 카톡을 보내고 그녀가 마음을 돌리길 기다려보지만 예상대로 돌아오는 답은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네요..

 이대로 계속 마음을 돌리려 노력해서 돌아온다면 죽을때까지라도 계속 할것이고, 아니면 연락하지 말고 그녀에게

시간을 주고 나중에 연락해서 그녀 마음이 돌아온다면 50년 후에라도 연락해서 그녀 마음을 얻고 싶은데.. 뭐가

답일지 모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손에 일은 안 잡히고..

 

 려브야..

 아마도 이걸 볼 일은 없겠지만.. 또 누가 이걸 보겠냐만, 그냥 너무 답답해서 업무시간에 이러고 있는데..

 려브 마음이 많이 멀어져서, 이젠 돌아오기 어려울만큼 멀어져서 내가 이러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고 싫다는거

알아.. 하지만 난 우리가 정말 둘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졌을때, 아님 최소한 그 마음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사라졌을 때 그만 만났으면 좋겠어.. 려브도 분명 날 아직 사랑하고, 난 지금 당장 1분 후에도 너랑 연락조차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할 정도로 사랑하는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서, 앞으로 더 만나면 힘들것 같아서, 이것때문에

헤어지지 말자.. 내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잠시 그렇게 생각드는것 뿐이다? 려브야.. 그거 정말 아니야..

 려브가 원한다면 그 어떤 무엇이 됐던 할 수 있다는 말, 지금 당장을 모면하고자 한게 아니고, 앞으로 있을 기나긴

시간에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말한거야..

 

 항상 얘기했던 것처럼,

 함께 나이들어가며, 할매 할배가 되도 손 꼭잡고 다니자고(물론, 내가 훨씬 빨리 할배가 되겠지만..ㅋ), 우리 려브가

가고싶어 하던 그레이트 블루 홀도 가야하고, 골드코스트도 가야하잖아.. 베가스도 다시 가서 급 결혼식 하고, 려브 잘하는

슬롯머신도 땡겨야 하잖아.. 마룬5 공연도 보고 이은결 마술쇼도 또 보기로 했잖아.. 슈 커가는 것도 같이 보고, 더 많은

강아지들, 려브가 갖고 싶어하던 웰시코기랑 악마견하고 떼거지로 모아놓고 키워야 하잖아.. 내가 해주는 아침 먹고 내가 

요리도 알려주기로 했잖아..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둘이 여행가서 해질녘 모래사장에서 둘이서 키스하기로 했잖아..

나중에 내가 밥하면 려브는 설겆이 하기로 했잖아.. 우리 함께 애기는 셋 낳자고 했다가 려브가 둘로 마음 바껴서 그럼

그러자고, 대신 딸아들 아니면 딸딸 낳자고 했잖아.. 다트바도 가서 다트도 던져야되고, 야광볼링공도 던지러 가야하잖아..

이제 막 재미들인 운전도 내가 첫 차 사주기로 했잖아..

 나는 담배 끊고, 려브는 손톱근처 살 안 뜯기로 약속했는데 서로 그 약속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확인해야 하잖아... 

 앞으로 있을 네 생일날, 곧 있을 내 생일날, 크리스마스날, 너 생각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보낼 수 밖에 없을텐데

너무 가슴 미어지잖아..

 

 난 아직 너에게 해주고 싶은것도 너무 많고, 함께 할 일들이 태산 같은데..

 지금 헤어지면 안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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