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대 2,4종 보급계원이었습니다.

과거 보급품에 관한 글을 살짝 올린글이 있는데.. 많이들 안보시더군요 -_-;;
뭐.. 한국 보급품 프로세스가 개판이다 어쩌다 하는데,
사실 '시스템'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그걸 운용하는 사람들(간부+병사)이 제대로 안해서 그렇지.

군대 보급품이 어떻게 신품으로 보급이 되는가에 대해서 쓰겠습니다.(말단 중대보급계원의 한계로 상급부대까진 모릅니다.)
기본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분대장이 일품검사로 폐급 걸러냄->보급계원이 확인 및 장부 확인->반납 가능한 수량 반납->대대 보급관 확인->보급 요청->보수대에서 물량 확인후 있으면 보급->보수대에 없으면 상급부대 청구.

쉽게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선반납 후청구.

일체형수통같이 공문상으로 일괄교체를 하지 않는이상, 신품이 알아서 나오지 않아요. 무조건 선반납입니다.

자... 그러면 사람들이 보급품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것을 몇가지 봐보면...

1. 그 글처럼 부대에 장비가 부족해요. 보급도 안나와요.
 - 하나는 보수대에서 쨍겨놓고 안주는경우(신형수통같은 케이스. 지금있는 수통도 멀쩡한데 뭘 바꾸냐. 짱박아놔. 하는 어처구니 없는 케이스이죠)

일단 보급품이 나오는데 중요한것은 중대 할당량입니다.

예를들어 A중대의 문서상 최대 편성인원이 100명이라고 쳤을때
장부상 보급품양은 대충 105~110으로 되어있습니다. 한마디로 예비가 있는거죠.

예를들어 장부상 최대 보급량이 100개이고, 현재 중대의 보급품량은 120개라고 하면.. 100개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반납을 하던, 망실처리를 하던, 소모처리를 하던...) 신품보급이 안나오는겁니다.

.. 어떻게 보급량이 장부상 최대숫자보다 넘을수가 있냐구요? 중대를 합친다던가, 재물조사에 의해서 과거에 망실처리되었던게 다시 나온다던가등등의 경우에 의해서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사제물품을 사다가 등재시키는경우도 있음.)

문제는, 장부상으로는 초과해 있는데, 실제물건이 없는 경우죠. 행보관이나 중대장이 덤태기 쓰기 싫어서 잃어버려도 손망실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알고 있는경우... 당연히 아무리 요청을해도 장부상 물품이 초과해있으니 신품이 안나오는겁니다...

그래서 보급병들이 '가장' 꺼려하는것이 장부에 물품을 등재시키는 것이고, 창고 구석 으슥한곳에 물품들이 뭉탱이로 있는 이유입니다.

2. 왜 장비들(ex:수통)이 다 걸레죠?
 - 이야기 했다 시피 보급품은 선반납, 후청구입니다. 반납을 하지않으면 신품이 안나옵니다.
또한 6.25수통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보급관 말로는 80년대던가 90년대에 이미 수량파악을 해서 신형(그당시)수통으로 모두 교체작업이 진행되었다고합니다. 근데 왜 나는 6.26수통을 썼냐구요? 바로 위에 쓴 것처럼 보급병이 어떻게 잘 짱박아둔 수통이 누가 잃어버렸다던가 하는 이유로 빛을 본 것입니다. -_-

3. (화학, 병기류에서)이렇게 썩은 장비들로 어떻게 전쟁하냐 ㅅㅂ
 - 기본적으로 화학물자나 병기물자는 소총, 방독면 본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시물자라고 해서 따로 관리됩니다. 즉 여러분이 쓰시는건 '훈련용'이에요. 화생방 정화통, 위장망, 제독제등등은 전시물자창고에서 뚜껑도 안딴 상태로 잘 보관되고 있습니다.

4. 왜 군대물자는 잃어버리는걸 용서 안하냐
 - 그렇지 않아요. 이거 보급병은 물론이고 행보관도!! 모르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미 군대에선 잘 잃어버리고, 잘 고장나는 물품들을 알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턱끈과 K-2가스조절마개죠. 이 두개는 훈련중 망실로 장부에서 처리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번에 너무 많이 잃어버리면 보급관이 중대 내려와서 털수도 있으니까.. 훈련별로 1~2개정도씩 처리 할 수 있습니다.

행보관이나 중대장이 무조건 손망실되면 엿되는줄 알고 있는경우가 많은데, 소총이나, 방탄헬멧, 무전기 같은 중요한 것에만 해당됩니다.

5. 물품 폐급 기준이 뭐냐
 - 현역 군바리님들(..)중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분들은 여러분의 사단 보수대 인트라넷등지에 가보면 보급품 반납기준이라는 PDF를 발견 할 수 있을겁니다.

6. 반납해도 보급이 안나와!
 - 1번 같이 장부에 물품이 초과되었거나
    보수대에 물건이 없어서 청구했는데 생산요구량에 미치지 못한경우나
    미친 보수대간부가 불출을 안한다거나,
   전방(1군,3군)이 아닌경우거나..(후방은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보급이 느려요)
   현재 생산이 중단된 보급품이거나(위장막이나 A형텐트)

 7. 잘 모르는, 반납(혹은 소모삭제, 훈련중 망실) 후 청구하면 나오는 보급품들
 군대 공병물자(톱, 전기드릴, 드릴날같은거), 방독면 끈, 가스조절 마개, 침낭, 모포, 바리깡, 티비 등등등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든 군대 일반 물자들(..)


결론

한마디로, 군대의 보급품 프로세스자체는 정상적입니다.
분대장이 게으르고,
보급병이 게으르고, 모르고
행보관이 모르고
보급관은 알면서 아낀답시고 깝치고

해서 아직까지도!! 6~70년대 모포, 침낭, 걸레짝이 난 개인장구 물품(요대,X반도같은거)등등이 굴러다니는 거죠.

그러니까.. 군대의 물자는 나오기를 기다리는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나서야 신품이 나오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