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동성결혼과 시민권에 대하여 : 영화 <더 월 2>
게시물ID : sisa_390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슬
추천 : 3
조회수 : 8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16 00:57:07


고민게시판에서 베오베 간 <레즈비언입니다>라는 글을 보고, 감회가 깊어서 오랜만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글을 좀 써보렵니다.

위 글을 쓰신 분께서 상처를 많이 받으신 것 같더군요. 부디 힘내시길 바라며... 몇 줄 적어내려가 보겠습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들이 온전한 시민권을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들이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격 모독이나 신체적, 사회적 폭력을 받지 않는다는 것뿐 아니라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 글은 '대체 결혼을 못한다고 해서 무슨 인권 침해라는 것이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동성애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시민파트너쉽 제도나 동성 간 결혼 제도가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에 대해 아신다면 이런 말씀을 쉽게 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더 월 2> (원제 : If These Walls Could Talk 2)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중편 영화 세 편이 한데 묶인 형식인데,

그중 하나가 동성결혼이 인정되지 않으므로써 생기는 동성애자들의 고통에 대해 잘 표현해주고 있죠. 

지금부터 간략하게 영화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여기 보이는 이 할머니 두 분은 젊은 시절부터 한 평생 함께 살아온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로만 따지면

왠만한 부부가 부럽지 않은, 실질적으로 '가족'인 셈이죠. 물론 영화의 배경이 동성 결혼이 허용되기 한참 전이기 때문에

둘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이니 실제로도 그때는 미국도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 전이군요.)




나름 행복하게 함께 살아온 이 두 사람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애비'가 사고를 당하면서 그 행복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새를 좋아하는 애비는 어느날 밤 마당에 있는 새 둥지를 구경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그만 미끄러져 

떨어지게 되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갑니다.



사랑하는 '애비'가 다쳐서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까지 따라온 '이디스'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한 '애비'를 간병할 수

없다는 말에 (늦은 밤이라 이미 면회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병원 로비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깜빡

잠들었다가 다음 아침에 '이디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던 '애비'가 밤 사이에

증상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디스'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임종의 순간을 지킬 수도 없었고

심지어 '애비'의 시신이 병원 영안실에 있다는 것도 통고 받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시신을 어떻게

장례를 치를 것인지도 결정할 수 없었죠.


겨우겨우 '애비'의 먼 친척들을 찾아내어 그의 장례식을 마친 '이디스'는 '애비'의 유산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애비'의 친척들과 논의하게 됩니다. 수십 년 동안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의 집은 '애비'의 명목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함께

빚을 내어 함께 일하며 빚을 갚아 얻은 소중한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디스'는 수십 년간 사랑하며 같이 지내었음에도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애비'의 유산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은 '애비'의

먼 친척들의 일방적 요구로 그 집을 포기하게 됩니다. 유서를 쓸 사이도 없었으니 ...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의 경우 유서를 남긴다고 해도 가족 관계가 아닌 경우 양도세에서 큰 불이익을 얻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 '친척'이란 사람은 '애비'와 전혀 가까운 사람들도 아니었고,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애비'를 한두 번 만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법대로 하면, 수십 년을 '애비'와 함께 살아온 '이디스'보다 혈연이지만 거의 알고 지내지 않았던 '애비'의 조카가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되는 거죠. 법적으로 '애비'와 '이디스'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으니까요.



-------------------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으리란 건 짐작하셨겠지요. 이게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는게,

이 영화 줄거리의 내용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성소수자 커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그들이 온당한 법적 시민권 - 가족을 이룰 권리 - 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존재하는데도 결혼 제도의 개혁이 성소수자의 권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십니까?

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라면, 마땅히 시민 파트너쉽이나 동성 결혼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이 부재하므로써 그들이 받는 고통이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제도가 부재한다는 것은 곧 국가적 차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