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 4
<사랑의집>
<민성과 지희가 도착한곳은 인천 근교의 사랑의집. 사랑의집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정도로 작고 노후된 시설이었다. 하지만 시설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활기차게 뛰어놀고 있었다. 체구는 작았지만 다들 어디서 기운이 나는건지 궁금할 정도로 활발했다. 지희는 민성이 마음대로 이곳에 온것이 짜증난다며 차 안에 있었고, 꼬마는 민성을 따라나와 민성의 뒤에서 걷고있었다. 아이들중 한명이 민성을 발견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곧 시설의 직원으로 보이는 나이든 남자와 함께 나왔다.>
민성) 아, 저기 나오는군. 이곳의 관리자인가보네.
꼬마) 흠... 난 있어봤자 방해만 될거같으니, 잠시 내 볼일좀 보고 오겠다. 열심히 해보라고.
민성) 끝까지 건방지긴...
남자) 안녕하십니까. 이곳엔 무슨일로 방문하신건지...
<남자는 대충 4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마른 체구에 벗겨진 머리, 편안한 인상이었다.>
민성) 아, 저는 골프선수로 활동중인 박민성 이라고 합니다.
남자) 아..! 낯이 익다고 생각했더니 박민성선수셨군요! 누추하지만, 환영합니다!
민성) 감사합니다... 저... 제가 봉사활동을 하고싶어서 찾아왔는데... 이런게 처음이라...
남자) 하하, 박민성선수가 봉사나 기부를 잘 안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찾아오시니 저도 꽤나 당황스럽고 기쁘고 하군요, 허허...
민성) 제가 일부러 안한건 아니고... 하하. 나름 사정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주 해볼 생각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남자) 어유,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봉사활동이라고 하셔도 딱히 크게 도와주실건 없고... 아이들이 외부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자주 볼 기회가 없어서요. 아이들과 놀아주시고 그 외의 이것저것 다른 할 일은 일과시간이 되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뭐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정도니깐 딱히 어려우신건 없으실겁니다. 아, 아이들을 소개해 드릴까요? 얘들아~!
<남자가 아이들을 부르자 민성을 보며 멀뚱히 서있던 아이들 다섯명이 둘쪽으로 달려왔다. 아직은 민성이 낯선지 남자쪽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시선은 민성을 향하고 있었다.>
남자) 자자, 얘들아 줄대로 서야지? 이쪽분은 골프선수 박민성씨란다. 유명하신분, 알지??
아이들) 네에~!
민성) 안녕, 반가워 얘들아. 내가 이런건 처음이라서 많이 서툴거야... 그래도 잘 부탁할게. 오늘 재밌게 놀자!
- 조용 -
남자) 허허, 애들이 낯을 많이가려서... 자, 왼쪽부터 호근이, 주현이, 민지, 도현이, 정민이 입니다. 다들 아홉살이구요. 다른아이들은 고학년이거나 중학생이라서 오후늦게나 올겁니다. 저는 이제 주변 정리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아이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민성) 아, 예 알겠습니다.
<남자가 가고, 아이들 앞에 선 민성은 막상 뭘 해야할지 혼란스러워졌다.>
민성) (아유... 이 망할 꼬마는 애들 다루는것좀 가르쳐주고 가지...) 음... 얘,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알겠니?
호근) 모르겠어요!!
주현) 티비에서 본적있어요!
민지) 나도나도! 골프치던 오빠야?
도현) ... 나 공차러갈래!
정민) 같이가 도현아~~~~
<도현이가 공을 차러 뛰어가자 정민이부터 다른아이들까지 우르르 민성을 남겨두고 뛰어갔다. 하지만 아이들이 몰랐던 사실이지만, 민성은 골프를 하기전엔 축구도 잘했다. 아이들이 뛰어가자마자 '바로이거다!' 하는 생각에 민성은 아이들을 뒤쫒아갔다.>
도현) 헉,헉,... 와... 형 축구 되게잘한다!
민성) 헥헥... 임마! 형이 공가지고 하는건 누구한테도 안져! 형한테 배워볼래?
주현) 오빠 난 골프가르쳐줘! 애들이 맨날 축구한다면서 공 나한테 차서 축구는 싫어...
호근) 주현이 니가 공날아가는데 끼어드는거잖아! 형 나 골프해본적 있다? 이렇케 이렇케하는거지?
<호근이가 어설픈 몸짓으로 골프치는 흉내를 내자 다른 아이들도 어설프게 따라하기 시작했다. 민성이 보기에는 말그대로 애들 장난같이 보여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민성) 으이구... 이거 가르치려면 처음부터 다시해야겠구만! 자,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야. 팔을 굽히지말고 허리를...
<민성이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은 민성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아이들과 친해진 민성을 지켜보던 지희는 어쩔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차에서 내려 사랑의집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