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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괴담을 믿지는 않겠습니다만 - 딴지일보
게시물ID : humordata_4596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47973;미?
추천 : 4
조회수 : 5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8/05/07 10:44:50
저는 태음인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의사와 조우할 때마다 당신은 쇠고기가 몸에 맞는다고 얘기를 들었고 저 역시 쇠고기를 무척 즐깁니다. 마블링 잘 된 꽃등심이야 언감생심 오매불망의 로망에 가까운 존재고 양념이 야들야들하게 밴 쇠갈비를 생각하면 다른 반찬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두께는 얇지만 맛은 깊은 차돌백이는 언제나 군침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달콤짭짤한 불고기는 언제 어디서나 국물까지 제 차지가 됩니다. 그 좋아하는 쇠고기를 저는 그리 자주는 못 먹습니다. 간간히 후배들에게 인심을 써도 삼겹살에 소주지 쇠갈비는 방송대상을 타지 않은 이상 쏠 일이 없겠지요. 가끔 식당에 들러서 꽃등심 몇 그람에 얼마 붙여놓은 가격표 보면서는 쩝쩝 입맛 다시면서 설렁탕에 빠진 고기 몇 점으로 아쉬움을 달래기 일쑤입니다. 거기다가 '한우'를 먹어 본 적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간간히 저희 집 식탁에 올라 쇠고기 식탐을 달래는 불고기는 항상 호주산 양념 불고기였거든요. 신토불이 따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토불이 따지다가 지갑이 진토되어 땡전하나 있고없고 되면 어떡합니까. 축산농가 사정도 고려해야겠지만 솔직히 그 사정 고려하다가 제 가랭이를 고려해야 하는 고충에 빠지기는 싫으니까요. 수입을 하든 뭘 하든 삼겹살 1인분 값에 쇠갈비살 1인분을 먹을 수 있다면 제 행복지수는 급격히 상승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사실 그래서 은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 먹고 있는" 입장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심경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떡 좋아한다고 비지떡을 내내 씹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나마 그게 비지떡이면 다행인데 남들 다 개나 먹이는 개떡이거나 그 개 주기도 뭐해서 버려 버리는 상한 떡으로 배를 채울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겠죠. 쇠고기 팬으로서 저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농수산부 관료나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천명한 대로 미국 인구 2억 5천만이 먹고 유학생도 먹는 쇠고기를 '반미감정'으로 배타하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고 심지어는 개도 먹이지 말자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연령 불문 광우병 위험 부위 불문 무조건 수입하겠으며 그게 안전하니 맘 놓고 먹으라는 농수산부 관료의 말은 아무리 쇠고기 광팬이기로서니 수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그래도 저는 먹을 수 있겠습니다. 까짓거 먹고 안 죽으면 보약이고 세상에 맘 놓고 먹을 것이 그리 흔치 않은 마당에 광우병 걸리는 것도 무섭지만 지금 입에 단 게 좋을 수도 있겠죠. 잠복기간이 최장 40년이라는데 나이 80에 광우병 아니라 딴 이유로 북망산 갈 일이 더 많을 테니까 눈 질끈 감고 혓바닥에 충성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애들은 어떡합니까. 아빠를 닮아서 불고기라도 상에 올라오면 국물까지 박박 긁어먹는 우리 아들은 어떡합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1억짜리 한우를 만들면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 독려에 힘입어 그게 현실화한다면 지금 최고급 한우가 3천5백만원쯤 하니까 가격이 3배가 되겠네요. 꽃등심 가족끼리 한 번 먹으려면 잘하면 월급이 날아갈 것이고 한우 쇠갈비는 로또 2등 정도는 되어야 턱을 낼 수 있겠군요. 그리고 한우설렁탕은 한 끼 식사꺼리가 아니라 디너의 메인 메뉴로 부상할 것이고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강부자 내각 정도라면 신토불이를 외치며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쇠고기를 즐길 수 있겠지만 대체 저는 뭘 먹어야 합니까. 쇠고기 얘기 나오면 입맛 다시며 눈빛이 별빛이 되는 제 아들 녀석은 어떤 걸 먹어야 합니까. 광우병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고 하고 반미선동하지 말라고 으름장이고 미국 소는 안전하다고 우기는데, 그 괴담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밝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20개월 이하의 소만을 먹을 수 있는데 왜 우리는 30개월 이상 연령제한 없이 푸짐하게 배터지게 먹어도 되는지, 미국내에서 그 연령 이상의 쇠고기는 개도 먹이지 말자는 법안이 실제로 준비 중인지, 일어서지 못하는 소에게 전기충격을 주며 발딱 발딱 서게 만들었던 그 동영상이 과연 '동물학대'의 문제인지 등등에 대해서 그것들이 괴담임을 속시원히 밝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창궐하더라도 우리의 주권으로 수입을 즉각 금지하지 못한다는 어처구니상실의 협상을 한 것이 정녕 사실인지 고백하고, 사실이라면 (이미 사실로 밝혀졌지만) 조용히 자연의 일부인 땅 속으로 사라져 주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인이 광우병 유전자에 유달리 취약하느니 알약 캅셀을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느니 하는 '괴담'은 일단 믿지 않겠습니다. 물론 그 괴담의 진실봉은 아직 과학의 발자국이 닿지 못한 미답의 경지이기에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그토록 무섭게 황당한 정보는 주관적으로 수용을 거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괴담 믿지 말라고 쌍심지 돋우기 전에 이미 알려진 사실과 정보를 근거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입증해 주시기 바랍니다 농수산부 관료라는 자가 복어에서 독을 제거하듯 안전한 쇠고기라는 말을 했습니다. 복어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 엄격한 자격증을 쟁취한 이들이 조심스레 복어를 다뤄도 수십 명씩 복어 독 때문에 천당 문고리를 잡고 있는데, 그 복어를 전기톱으로 싹둑싹둑 잘라 버린 쇠고기덩이와 그토록 용감하게 비유할 수 있을까요. 광우병 최고 위험부위라는 척수까지도 스스럼없이 수입하는 용기라면 복어알 찌개도 자신있게 퍼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저렇게 대책없이 용감한 것도 광우병의 한 증상은 아닐까요. 쇠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바랍니다.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은 초저녁에 기대 접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대한민국 역시 봄눈 녹듯 사라졌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맘놓고 먹을 수 있는 나라 정도는 만들어 줘야 하는 게 공무원의 도리, 나아가 사람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15년차 방송노동자 산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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