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리산 문정댐 등 사업비 3조5000억원 규모의 11개 댐을 새로 건설하기 위한 본격 검토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 기습적으로 발표돼 4대강 후속조치라는 논란이 일자 지금까지 미뤄져왔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빚 7조4000억원을 갚지 못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검토하는 마당에 3조원이 넘는 새로운 댐 건설사업을 벌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6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7일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열어 11개 댐 중 어느 댐을 상정해 검토할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문정댐(경남 함양), 영양댐(경북 영양), 달산댐(경북 영덕) 등 3개 댐이 우선 검토되고 나머지 댐들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선을 이틀 앞둔 2012년 12월17일, 14개 댐을 2021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댐건설장기종합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 계획은 이듬해 1월에야 야당을 통해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환경단체 등 비정부기구(NGO)의 여론을 듣겠다며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는 "댐 건설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댐은 건설하되 갈등을 줄일 아이디어를 모으겠다는 것"이라며 참여를 거부했다. 실제 지난 6월 댐 사전검토협의회는 14개 댐 가운데 원주천댐, 봉화댐, 대덕댐 등 3개 댐에 대한 검토를 한 뒤 "3개 댐 모두 건설을 추진할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건설 추진을 권고했다.
이번 협의 중 최대 이슈는 지리산 문정댐이다. 사업비가 1조원으로 전체 댐 건설사업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당초 총저수량 1억7000만t 규모로 지으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6700만t 규모의 홍수조절용 댐과 보조댐 두 개를 짓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댐의 용도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댐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댐의 경우 국토부는 홍수조절용 댐을, 경남도는 식수용 댐을 원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들 댐 건설을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 탕감 목적의 수익사업으로 보고 있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모임인 댐반대국민행동은 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댐 건설사업 취소를 요구할 예정이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14개 댐 건설은 사실상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예산이 없어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유독 댐 건설사업에는 너그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