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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범람해서 기분좋은 지금 저도 시 한편 올려봅니다
게시물ID : readers_5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낙원시대
추천 : 1
조회수 : 1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3 21:19:34

귀접

 

천천히, 당신과 맞잡은 손을 종이에 붙이면 우리의 생은 아주 잠깐 복권復權됩니다 당신은 떠나본 적도 없고 머무른 적도 없는 잠깐 사이를 노래할 주문이지요 오늘만큼은 저승도 아무렇지 않게 눈동자 밖을 돌아다닙니다 당신은 안을 까먹고 나야 밖을 비빌 수 있는 눈꺼풀, 어쩌면 그러다 당신이 가진 넋을 전부 헤집어 놓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길

 

발신: 1)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 쿠다사이

복받쳐, 복받쳐 이름을 갈아입은 날

우리는 빚어진 여백이에요

당신과 나는 이미 낡은 넋이죠

당신의 얼굴은 내 영혼이 매달릴 연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쪽을, 당신은 내게 닿지 않는 쪽을 택해

아픔이 아픔에 닿는 입김들로 잠을 어렵게 했던

나는 나에게 익사중인 육신

 

방문을 닫고 선풍기를 튼 채 잠들면 자기 영혼을 들이마실 수 있다는데 그림자를 덮고 얼굴을 마시면 당신은 넋에서 넋두리가 됩니다 그러니 밤새 자기 얼굴로 자기 얼굴을 적셔야지요! 귀신이 별것인가요 죽어서도 살아있음을 당하는 일이지요 생은 어차피 영혼에게서 발라낸 부피인걸요 저를 만나고 싶다면 종이에 대답한적 없는 낯빛을 쓰세요

 

수신: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 쿠다사이

왔으면 동그라미를 그려주세요

동그라미는 외로움의 매듭이고

동그라미가 선에서 공간이 되는 건

태어난 부분을 깨물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생의 어떤 여백을 놓고 왔나요?

당신이 그려놓은 동그라미를 따라

우리는 기분 좋게 서로를 머뭇거렸지요

이승의 가장자리가 마구 휘어갔기에

별간 아무 일 없는 별일들도 간절해졌는지 모를 일이지요

이승은 너무 일찍 읽어버린 행간

차라리 영혼은 당신과 나 사이를 건너는 비명이었기를

차마 죽어서야 여물어가는 당신은 태어난

헛디딤이었으니까요

 

 

1) 일본에서 전래된, 귀신을 부른다는 주문. “육신을 떼어내러 와주세요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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