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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스압]대략 몇년 전 쯤 꾸었던 꿈 이야기
게시물ID : mystery_5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맥콜같은인간
추천 : 5
조회수 : 128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1/05 23:32:25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아직까지도 꿈내용이 굉장히 생생하며 또 꿈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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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나는 붉은 기운이 도는 하늘을 마주했다. 언덕위에 서 있다. 하늘에서는 비명소리같은 것이 들리는데 잘 모르겠다.
무서운 느낌보다는 황량한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주위를 둘러봤다. 건물 잔해와 사람의 뼈 같은것들이 잔뜩 널려져 있다.
공사현장 뒷편 쓰레기장에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내 손과 발을 둘러보았다. 멀쩡히 붙어 있었다. 다만 통증이 매우 심했는데,
 
나는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억지로 일어서려고 했다. 시간은 오후 여섯시 쯤 된 것 같았다.
일어나서 어디론가 향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장소에 오래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성찬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른 어떤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의사처럼 급히 내 몸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네. 다행이다. 할아버지가 너 어디로 갔는지 안보인다고 해서... 아니 일단 내려가자. 여긴 그놈들한테 너무
잘 보이는 곳이니까."
 
 
나는 몸 전체가 굉장히 쓰리고 아팠지만 그들은 내가 괜찮다고 했다. (나는 원래 꿈속에서 말을 듣거나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 역주) 나는 왠지 입을 열 수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아... 어... 여긴..."
 
 
그들은 나를 데리고 내려가다가 멈칫하고는 나를 돌아봤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집 이불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확실히 그것이 꿈속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의 팔을 잡아끌던 그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당연히 니네집 이불이 아니지.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가야해. 얼른 가자."
 
 
나는 팔이 붙들린 채로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꽤 익숙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한손에는 정체모를 총을 들고 있었다. 나의 팔을 잡아끌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남자는
한손에 권총을 들고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여자와 또 다른 남자는 소총을 들고 있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그것은 소총이였다. 여자는 몸집이
작은 편이어서, 소총이 거의 여자 상체만했지만 눈빛은 흐트러지지 않는 듯 했다. 한 남자는 깡마르고 안경을 쓴 샌님스타일이였지만 눈빛은
여자 못지 않았다. 나의 팔을 잡아 끈 남자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였는데, 왠지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 가가가가가각.....
 
 
어디선가 경운기 시동 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나의 팔을 잡아끌던 남자가 말했다.
 
 
"숙여!"
 
 
나는 남자의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엎드렸다. 남자는 나와 함께 고개를 숙였고 여자는 골목길을 돌아 소총을 어디론가 난사하기 시작했다.
둔탁한 총소리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경운기 소리와 같은 것은 멈출 줄 몰랐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애써 보려고 여자를 향해 기어갔다.
여자는 정신이 없는지 소총을 계속 난사하고 있었다. 골목 끝을 빼꼼히 쳐다 본 나는 조금 놀랐다. 차륜형 바퀴를 단 기계 하나가 이쪽을 향해
붉은 빛의 젤리를 토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터진다!"
 
 
안경을 쓴 남자가 뭔가를 꽁꽁 싸매더니 기계를 향해 던졌다. 남자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기계가 폭발하고, 우리는 모두 낮게 엎드렸다.
 
 
 
 
폭음이 조금 지나가고 난 뒤에 여자가 먼저 일어났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와 안경 쓴 남자도 함께 일어나 그 기계를 향해 다가갔다.
기계는 젤리를 더이상 토해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따라 천천히 다가가다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동물의 내장과 살점을 섞어놓은 듯 한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비린내가 확 하고 올라왔지만 그것은 어쩐지 내가 아는 냄새였다.
 
 
 
"오늘은 닭이구나."
 
 
 
여자는 잔해로 다가갔다. 등에 메고 있던 베낭을 열자 남자가 비닐장갑을 끼우고 신속하게 그 잔해들을 베낭속에 담았다. 나는 무슨 짓인가 싶어
그들을 말리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건장한 남자는 기계를 해체하다가 내 행동을 눈치챘는지 이렇게 말했다.
 
 
"먹을거야. 너 어제 닭죽 먹었지? 비슷한거라고 봐도 돼. 쌀은 없어. 그냥 고기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좋잖아."
 
 
나는 확실히 전날 아버지와 소주를 한잔 하며 닭죽을 먹었다.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이건 내 꿈이니까... 내가 뭔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접기로 했다. 왜냐하면 보통 나는 꿈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확실히 들을 수 없었지만 그날만큼은 생생하게 들렸으니까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여자와 남자 둘은 잔해를 대충 모아 베낭속에 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이 동네는 내가 어렸을 적 살던 남가좌동이라는 동네였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대문구에 속하고 경희대가 있는 곳이다. 나는 이들을 따라 자전거
비슷한 것을 타고 경희대 앞 내리막길을 지나갔다. 어렸을 적 기억에 있던 50번 정류장을 지나가면서 개천에 피가 흐르고 시체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모래내천 다리를 지나 그들과 함께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공장은 예전에 불이났던 공장이였는데 어쩐지 이곳에서는 멀쩡하게
서 있는것이 아닌가.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같은 사람 둘이 우리들을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 들여보내주었다.
조명은 매우 어둡고 붉었다. 등화관제같은걸까 싶었다. 하늘도 붉은데 조명까지 붉으니 멀쩡한 사람들의 얼굴도 기괴하게 보였다. 그들을 나를
보자마자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말은 매우 많이 섞여있어서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대부분이 잘 돌아왔다느니 이제 저쪽 꿈으로 넘어가지 말라느니
하는 말들이였다. 저쪽 꿈? 의아해진 내가 고개를 긁적거리자 그들은 이내 손사레를 쳐 그들을 물리치고는 베낭에 담긴 잔해들을 어떤 기계안에
집어넣었다.
 
믹서기같은 소리가 나고 비릿한 냄새가 익숙한 삼계탕의 냄새로 바뀌었다. 그륵그륵 하는 토하는 소리가 나며 기계의 출구에서 닭죽이 나왔다.
나는 수저를 들려고 했지만 잠든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다시 깨니 입맛이 없었다. 남자가 말했다.
 
 
"그쪽세계에서 여기로 온지 얼마 안됐지? 왔다갔다 하기 힘들었을거고... 그래도 좀 먹는편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식사는 흔치 않으니까?"
 
 
그 때에, 어떤 늙은 사람의 목소리가 이쪽을 향해 말했다.
 
 
"아따 니가 **이(우리 아버지 이름) 아들이냐?!"
 
 
 
나는 마저 숟가락을 들려다가 소리가 나는쪽을 쳐다보았다.
 
단정한 상고머리는 희끗희끗했고 수염은 없는 깔끔한 얼굴이였다. 약간 누런색의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깨끗하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
할아버지는 다리가 약간 불편한 듯 절었고 한쪽 얼굴은 부들부들거렸다. 풍이 온걸까? 비틀거리며 다가온 할아버지가 뒷짐을 진 팔을 풀고
나의 어깨에 양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거 먹고 얘들 따라가라잉. 너는 여기 올 것이 아니여. 여그는 니가 죽어서도 오는 곳이 아닝게."
 
 
 
노인은 굉장히 살갑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에는 표정이 싹 바뀌어 있었다.
 
 
"맥콜이 데리고 나가라. 왔응게 밥은 맥이고 가야제. 저짝으로 데리고 나가면 될거인게 뒷산 올라갔다가 내려올적에 이놈 데리고 오면
니들 다 줘패벌랑게 그리 알더라고"
 
 
그들이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마치 뭔가를 항의하려는 것 처럼 보였다.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뒤져 나에게 뭔가를 꼭 쥐어주었다.
노란색의 이상한 종이와 동전 몇 개였다.
 
 
"할아버지가 돈이 지금 없어야. 이거 가지고 가서 맛난거 사먹어야. 너 사는데 가서 사먹어야. 여긴 사먹을데가 없어. 거시기 노란종이는 꼭
붙들고 있다가 너집 갈때까지 가지고 있어라잉"
 
 
"저기요. 누구신데요? 감사합니다만 누구신지 잘 몰라서요..."
 
 
할아버지는 나에게 동전과 노란종이를 쥐어줬다. 그리고는 댓번에 무서운 표정이 되어 고압적인 말투로 소리쳤다.
 
 
 
 
"가라면 가지 뭔 말이 많어! 빨리 안나가!"
 
 
 
 
나와 남자 둘, 그리고 여자 한명은 굉장히 무서워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후다닥 그 공장을 빠져나왔다.
나는 할아버지가 말한대로 그들에게 어디로 가야할 지를 물었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니가 여기 있는게 우리한테는 도움이 되지만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데려다 줄게. 다시 데려와서 미안했다."
 
 
이어서 안경을 쓴 남자가 말했다.
 
 
 
"이쪽 산 위로는 우리가 못올라가. 너 어렸을 때 약수터 가던 길 알지? 못찾는 건 우리도 어쩔 수 없지만 너는 알고있을거야.
어... 명진이가 같이 가줄 수는 있을건데... 그래 명진아. 니가 같이 가면 되겠다."
(수진이였는지 명진이였는지 헷갈리네요... 죄송 -역자 주)
 
여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어쩐지 나에게는 별로 말을 걸고싶지 않아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짧게 말했다.
 
 
 
"가. 이쪽이야."
 
 
 
여자가 앞장섰다. 나는 여자를 곧장 따라갔다. 뒤에서 남자가 소리쳤다.
 
 
 
"건강해! 내일 잘 놀러갔다오고!"
 
 
나는 외침을 뒤로한 채 총을 가지고 올라가는 여자의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
 
 
"그 총 무거우면 내가 들까?"
 
 
여자는 말없이 올라갔다. 못들은 것 같아서 내가 다시 물었다.
 
 
"저기 그 총..."
 
 
여자가 말을 끊고 짧게 말했다.
 
 
"너 이 총 쥐면 여기서 못나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과연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어렸을 적 남가좌동 뒤편 모래내 뒷산이였다. 나는 그 길이 모두 기억났다.
잠시 뒤에 배드민턴장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는데, 그 길은 커다란 절벽처럼 광활한 협곡이 되어 있었다. 장관에 나도 모르게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여자가 나의 옆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총을 집어던지고 내 두 손을 잡았다.
 
 
 
"쌀쌀한 척 해서 미안해. 니가 여기 온다고 했을 때 다시 너하고 지낼 수 있었으면 좋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너 저쪽에서 잘 지내고
있잖아. 여기 있을때 너 고생 너무 많이 해서 네가 저쪽세계로 가는 사람 중 하나로 선택되었을 때 잘됐다고 생각했어. 여기는 이제
무너질거야. 그렇지만 우리는 어디로든 도망갈거고 그곳에서 잘 살거야. 통제하는 자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 여긴 더 혼란에 빠졌어.
나 사실 너하고 결혼하고 싶었어. 근데... 아니야 어쨌든 괜찮아. 밥 잘 챙겨먹어. 응? 아프지 말고 다음에 만날 때는 좀 괜찮은데서
만날거야 그렇지?"
 
 
여자는 뭔가 말을 빨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처럼 보였다. 뭔가의 시간이 임박한 것 처럼 여자는 내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여자의 손은 매우 차가웠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여자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나의 가슴을 매우 세게 쳐 협곡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아... 잊지 않는다는 말 못했는데....."
 
 
 
 
 
우르르릉 하는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세상이 무너진다고 느껴졌던 찰나. 나는 울고있는 채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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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기까지가 꿈 이야기고요.
 
 
일단 뒷 이야기를 간단하게 드리자면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처음 한 건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에게 그곳에 나왔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께서 '응? 그거 너네 할아버지일건데?' 하고 말했습니다.
 
옛날 사진에는 할아버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세세하게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는 허 하며 웃고 말았습니다.
 
꿈에서 깬 뒤에 며칠동안은 가슴 한가운데 통증이 심했다는거고, 병원에 찾아갔더니 타박상같은거라고 말하며 어디서 싸웠냐고
 
물을 뿐이였습니다. 나는 그 뒤로 몇달동안 잠에 들 때마다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 자주 암시를 걸었지만 내내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몇년 전 전역후에 술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했습니다. 여름이라 시원했고 저는 횡단보도를 건넌 뒤에
 
농구장 벤치에 앉아 담배를 잠깐 피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한테 속삭이듯이 말했습니다.
 
 
 
"잘 지내네. 앞으로도 잘 지내."
 
 
나는 조금 놀라 정면을 바라봤는데, 주차장 뒷편으로 사람의 실루엣같은게 사라지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쫓아가려고 했지만 겁이 나서 쫓아가지 못했는데, 멀리서 나에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까이에서 귓속말을 하는 것 처럼
 
이야기가 들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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