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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 02. 탐색
게시물ID : mabinogi_203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하모니
추천 : 1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17 14:52:44

* * *

 

 

"기어이…."

 

"전혀 안 되는거야?"

 

 

 끝내 연락은 닿지 않았다. 완전히 끊겼다고 보는 것이 옳을 터 였다. 신호를 잡을 수 없다는 마프림의 잔혹한 보고. 기어이 온타나와의 실날 같은 연대가 끝난 모양이였다. 그를 이루기 위해 헤쳐오던 역경과 고난이 머릿속에 들어섰다. 갑작스런 불통, 예전에도 소식이 끊겨 애를 태운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예감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 덤덤한 목소리로 물어봤던 온타나의 물음, 씁슬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온타나…."

 

 

 포기의 뭉툭한 날의 단검은 강철같이 튼튼한 단념의 벽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 대한 물음, 자신의 대한 기억이 거짓이라고 믿었을때의 그가 느꼈을 나에대한 배신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을 터이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온타나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뿐이였다. 아쉬움이 깊게 남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누굴 탓할 이유도 없었다. 애당초 탓할 사람도 없었지만..

 

 

'하지만 어떻게 알아낸거지?'

 

 

그것이 문제였다. 그의 기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많지 않았다. 추궁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는게 다행이였지만 그 비밀로 이어진 몇 없는 사람들간에 유대감에 금이간다는게 크나큰 불행이자 불안요소였다. 옆에서 무표정으로 온타나의 통신기에 커넥트를 시도하고 있는 마프림이…? 그럴리 없다. 그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다. 허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안감에 몸이 떨려왔다. 반호르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당장으로 던바튼으로 올라가서 온타나에 대한 실마리 하나라도 찾아봐야했다. 볼트조각 하나라도 아쉬운 판국이였다.

 

 

"마프림, 미안해.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그간에 데이터는 바리던전의 그 곳에 보관해놨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확인해."

 

"결국 도시로 올라가는거야?"

 

"어차피 지금 내게 남은 광석의 양은 아주 극소량이야. 바리던전의 광산으로는 이젠 구할 수 없는 금속이란거 알고 있잖아?"

 

"이 병신자식… 그 자식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지랄이야. 나랑 연애나 실컷 하자니깐.."

 

"엿이나 먹으라지."

 

"…퉤, 게브네의 쇠냄새나는 축복이 너와 함께하길 빈다."

 

"후훗, 고마워."

 

 

 즉시 작업실로 들어가 연장을 챙기기로 했다. 철을 만졌을 때의 늘 쥐고 다녔던 쇠망치, 온타나가 가지고 온 공구셋트. 험한 일을 할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작업복, 언제나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줄 머리띠와 아름다운 여자들의 필수품 빗… 돈이나 보석같은 것은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짐은 매우 가벼웠다. 헛헛한 감정이 들 정도로. 

 

 

"아참, 여태 나하고 거래했던 녀석들과는 연락은 일체 끊어줘. 잠정사망이라고 전해두면 될려나? 믿든 안 믿든 상관은 없지만, 귀찮게 계속 나에 대해 캐내려한다면 뭐… 어떻게 해야할진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래."

 

"갈게. 기회되면 또 만나겠지. 인연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어? 라이미라크의 축복이 너에게 깃들길 빌게."

 

 

 반호르 출구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이렇게 낮았는지 몰랐다. 어렸을 때는 헉헉거리며 올라갔던 것만 같은데, 온타나 자식도 철광석이 무겁다며 헉헉거리며 올라갔었지. 그럴때마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땀을 뻘뻘 흘리는 온타나를 보고 폭소를 일삼곤 했었다. 옛 기억이였지만 바로 어제와 같은 생생한 기억, 시간은 많이 지났으나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던바튼에 온타나의 행적을 찾지 못한다면 어쩌지?'

 

 

 머릿속 생각이 혼잣말처럼 귓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댔다. 좋지 않는 육감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것 같아 괜시리 불쾌했다. 아마 이것은 미련과 궁지의 포기일 터, 조바심이 기름에 들이부운 불처럼 빠르게 번져나가 발걸음을 재촉시켰다.

 

 

'안되면 다시 원점으로… 아니면…………………… 포기할까?'

 

 

 막막한 벼랑 앞이라 미련의 실오라기조차 잡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미 피부에 엉겨붙은 불안감은 습기찬 벽에 달라붙은 곰팡이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만가지의 생각에 머릿속이 흐려져 섣부른 불안과 미련이 한데 엉클어 혼돈을 초래했다. 온타나의 무소식이 그의 변덕이길 바래야만 했다. 그래, 차라리 포워르에게 쫓기고 있어 통신을 못하는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꽤나 짜증을 내고 있겠네.'

 

 

 분명 짜증 섞인 투로 나의 대한 행방을 모른다고 대답했으리라, 자꾸 귀찮게 하면 날려버리겠다는 식의 강변도 해댈 것이 분명했다. 몇 번, 몇 십번이나 봐왔던 장면이였다. 그래, 역시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였다. 여태까지 잘 위기를 해쳐온 그였다. 죽음이나 파괴가 아니라면 다시 나에게 다가와 뾰루퉁한 표정을 하며 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무심한 척 나에게 다시 정비를 맡길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온타나가 아니라 나였다. 마법 공학의 정통한 자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법, 대기에 떠다니는 산소나 질소로 빵이나 치즈를 만들 수는 없는 법이였다.

 

 

'역시, 진득하게 기다려보는게 좋을까?'

 

 

 벌써부터 결심이 흔들릴려 한다. 예전 같았으면 의지했을 동료라도 있었건만, 마지막까지 남아준 마프림도 내가 내친 것이나 다름 없으니 자업자득이였다. 잠시 눈시울이 울컥했다. 길진 않았다. 탄식의 속살엔 이미 먼지가 앉아 무뎌진지 오래였다. 그래, 며칠 굶는다고 나락으로 떨어질 필요는 없다. 어서 빨리 온타나를 찾아 내게 귀속시키는 것이 전부다. 불안과 두려움에 몸이 약간 주춤거리긴 하지만 아직은 몸통 하난 튼튼하게 움직여줬다.

 

 

'기다려,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난 너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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