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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관한 시 中 「학살」- 김남주
게시물ID : history_9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후
추천 : 0
조회수 : 8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17 17:48:08

학살 2
                            -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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