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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대한안좋은추억 정준하편아님
게시물ID : humorstory_535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px
추천 : 2
조회수 : 20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4/02/26 09:57:07
Story 1. 만남

온 몸이 늘어지는 나른한 주말 오후..

침대에 누워 과자와 함께 만화책을 보는 나의 폰에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자 문자보내봅니다.〃


아무 번호나 눌러서 문자를 보낸 것 같은데

호기심반 재미반으로 답장을 보내려고 폰을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남자인 척 해볼까.."


..라는 장난이 뇌리를 스쳤고, 이것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아 손가락을 움직였다.


〃네 안녕하세요 전 설사는 20대 남성입니다 그쪽은?〃


답장을 보낸지 얼마 있지 않아 폰이 울렸다.


〃아.. 전 서울사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예요*^^*〃


역시나 예상대로 여자였어..


푸훗.. 재밌어지는걸...




Story 2. 오빠 동생


동성이였다면..

내가 여자인 걸 알았다면, 이런 관계가 계속 진행되었을까..


장난으로 한 남장연기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줄이야..


〃별로 나이차이도 안나네~ 우리 말놔요~〃


이 말을 계기로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역시 요즘 여고생은 꽤나 당차다니깐;;


뭐.. 이날 이때까지 '언니' 나 '누나' 라고 불리다가,

'오빠'라고 불려지는 것도 꽤나 상큼한 느낌인데..?


이 여고생한테는 미안하지만, 

장난끼가 많은 나를 나도 제어 할 수가 없구나..


나중에 밝히면 되겠지.


조금만 속아주렴.. 히힛.




Story 3. 오빠에게 SOS


〃오빠 목소리 듣고싶어~ 나 전화해도 돼?〃

〃아니 안돼. 나 감기걸렸는걸..목소리 이상해〃

〃한달 전에 걸린 감기 아직도 안나았어?〃

〃으응.. 원래 그래〃

〃구라즐~!!〃

〃날 못믿어? 흑흑〃

〃응 못믿어. 학원가면서 전화하께~♡〃


헛.. 이거 큰일 인걸..

감기핑계도 너무 많이 써서 이젠 속지도 않잖아..!



내가 여자란걸 알게되면, 얘가 실망한 건 둘째치고

이 나이에 그런 유치한 장난이나 친다는게 밝혀지면

세상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가냐..?!


아냐. 쪽팔린건 괜찮다 쳐도..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장난을 이렇게 쉽게 끝내는건 나의 자존심을

두번 죽이는 일이야! 

암, 그렇고 말구.


한살터울 오빠한테 Help me 요청을..



.....


...


자초지종을 들은 나의 오빠.


피는 못속인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오빠가 나의 장난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두손을 걷어부쳤다.


(남자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잠시 뒤,


어김없이 폰이 울렸고

오빠는 신호흡을 하며 폰을 살짝 열었다가...




...닫아버렸다...



.....



...잠시간의 침묵..


"지..지금 뭐하는거야!!!"

"어? 어? 어라.. 내가 뭐한거냐.."

"왜 전화를 끊는건데!"

"어라 내가 왜 그랬지.. 미안 미안."

"한창 예민한 나이인데, 오해하면 어쩌려고!!"

"미안,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심코..."

"으아 바보! 니같은 걸 오빠라고..!"



띠리링~



때마침 울리는 폰.



〃그냥 끊어버리다니 너무하잖아.. 그렇게 전화 받는게 싫었던 거야?〃



...오해해버렸다...




Story 4. 전화통화


"오빠땜에 오해했잖아! 어쩔꺼야?"

"음.. 어떡하지?"

"몰라, 이제부터 내 꼬봉해."

"으응.. 니가 하라는 거 다 할.. 뭐야, 은근히 꼬봉시키지 마!"

"쳇.. 안속네.. 아. 이런 유치한 장난이나 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뭔 장난 하나에 목숨을 걸고 그러냐 그냥 연락 끊어~"

"시끄러 이 책임회피자 무책임자 같으니"

"뭐가? 사람이 실수한번 한 거 가지고.."

"그럼 그 실수에 책임을 지라고"

"어떻게 책임지면 돼는데?"

"오빠가 전화해."



남자다운걸까 단순한 걸까,

내 말을 따라 순순히 전화를 거는 오빠..


통화내용은 지극히 간단한..


'밥 먹었니?'


..로 시작해서


'그래 안녕'


..으로 끝나버렸다..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오빠가 양볼에 앙증맞은 홍조를 띄며

조용히 속사겼다.



"아..목소리 디게 귀여워.."



Story 5. 가까워진 오빠와 여고생..


"야아~ 니가 먼저 전화한다고 해~"

"이게 낮술을 마셨나. 왜이래? 좀 절루가"

"에이.. 그 애 목소리 디게 귀엽단 말야~"

"귀찮아 좀 절루가지 그래?"

"에이~ 비싸게 굴지말구~"


여자를 볼때 목소리를 보는 우리 오빠답게,

여고생의 목소리에 한 눈에 반한 듯 보인다.


못이기는 척, 전화로 연결해주면 방에 혼자 틀어박혀

하하 호호 거리며 노는 꼴이 아주 염장질이다.


이러다가 커플하나 만드는거 아닐까 모르겠네..



Story 6. 벙개


"야야~ 야야~ 큰일이다 큰일!!"

"무슨 일인데?"

"나 걔랑 만나기로 했다!!"

"누구? 그 여학생?"

"어! 어! 오늘 전화통화하는데 만나기로 했지. 후훗.."

"우와.. 좋겠네 잘해봐~"

"아. 녀석. 니 덕분이다 오빠 혼자 쏠로탈출해도 슬퍼하지 마라."

"얼씨구나. 잘도 그러겠다. 니랑 하면 원조야 원조~"

"으그.. 니같은 것도 동생이라고~ 아주 내 주먹이 운다 울어"

"근데 언제 만나기로 했어?"

"이번 주 주말에. 니도 같이 갈래?"

"둘이 데이트하는데 내가 왜 가냐."

"그게, 걔가 혼자 오기 쑥스럽다고 오빠랑 같이 온다잖아.."

"데이트가 아니라서 삐졌냐?"

"그게 아니라, 지들은 형제끼리 오는데 나만 혼자 가면 창피하잖냐"

"그래서?"

"니도 같이 가자~ 내가 그 날 쏠께~!"

"응. 알았어~ 얘 얼굴도 볼겸, 오빠 지갑도 털겸 같이 가주지 뭐."

"니가 내 누나로 태어나지 않은걸 하늘에 감사한다.."


..이렇게 이루어져버린 벙개..



Story 7. 고백


벙개를 하루 앞 둔 오후..


여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일 드디어 만나는 날이구나..〃

〃얼굴은 기대하지마. 사람들이 나보고 요다 닮았다고 그러거든〃

〃오빠 목소리들으면 원빈 이미지인걸 히힛〃

〃너 그러다가 내 얼굴 보고 도망가버림 어떡하냐〃

〃후훗, 절때 도망안가. 대신 오빠도 화내지마~〃

〃어느 남자가 여자 얼굴 안이쁘다고 화내고 그러냐〃

〃아니.. 나 내일 오빠한테 고백할거 있거든..〃

〃고백?〃

〃으응.. 절때 화내지 않기야..〃

〃응 걱정마..〃

〃그럼 내일봐~〃


....고백?


이거 진짜 둘이 커플부대 되는거 아냐?



"오빠~ 오빠 일루와바"

"어? 왜?"

"오빠 얘한테 뭔 말 했어? 고백이란게 뭐야?"

"고백? 왜? 걔가 혹시 고백했냐?"

"아니.. 한다는데?"

"무슨 고백을 계획하고 한다냐.."

"생각하는거 하고는.. 으그. 뭔 고백일까?"

"글쎄. 사겨달라 그런거 아니겠냐?"

"좀. 희망사항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란 말야."

"어짜피 내일 알게되는데 생각하면 뭐하냐."

"..하긴...."



고백이라....




Story 8. 반전


드디어 벙개날..

문자와 전화만 오고 갔던 우리였는데,

직접 만나면 어색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설레이는 맘은 그런 걱정따윈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오빠와 나는 조금이나마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꾸몄고,

약속장소에도 10분 먼저 도착했다.


잠시 뒤, 단정한 긴 단발머리를 가진 귀엽게 생긴 여고생과

훨칠한 키에 반반한 얼굴을 한 여고생의 오빠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피자헛에 들어갔다.


어색할꺼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오빠와 여학생은 화기애애 즐겁게 대화를 나눴고

나와 남자분은 소외되어 애꿎은 빨대만 만지작 거렸다.



"그런데 어제 고백이란게 뭐야?"



흠칫하여 돌아봤더니, 의지박약아 라고 불리우는

오빠가 참다못해 먼저 말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저런 바보!!'



한창 예민한 여고생 마음에 상처라도 주면 어떡하려고!


(사랑고백임을 확신하고 있는 나였다..)


잠시 당황하던 여학생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으응...그게...



사실은..



오빠한테..




처음 문자 보낸건..



내가 아니라 우리 오빠야..."



.....?


어리둥절해 하는 나와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응.. 그러니깐.. 처음 문자 기억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한.."

"응 기억나"

"사실은 오빠랑 나랑 상대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내기해서 보냈던거거든.."

"헛."

"남자란걸 알고 나서, 오빠가 이긴걸로 내기가 끝날 줄 알았는데

장난끼 많은 오빠는 여자인척 연기를 하면서 장난을 치자는거야.."

"으응."

"나야 그리 오래 가겠냐는 식으로 넘겼는데.. 어느날 보니 꽤 친해져 있드라구..

그렇다보니 흥미가 생겨서 오빠대신 내가 답장 보내기도 하고.. 전화도 하고.."

"그러니깐, 처음엔 니가 아니라 이 오빠분이였단 말이지?"

"응..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나서 난감하다는 듯이

오빠가 나를 쳐다 보았다.


나도 물론 이런 황당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진 것이 물론이다.


"사실은 말야.. 우리도..."


..오빠가 여학생과 남자분에게 우리의 상황도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니깐 정리하자면. 내 여동생이랑 너의 오빠랑 처음 인연의 원인이 되는것이구..

너와 난 이 벙개의 원인이 되는거지.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이어져야 할 내 여동생이랑 너의 오빠는 장난에 목숨거는 바람에

지금 소외되었고, 그 장난에 의해 너와 내가 이렇게 재밌게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벌어진 거네."



잠시 당황했던 우리는 어이없는 상황에 폭소를 터트렸고, 


"그럼 이 문자는 누가 보낸거야?"

"아. 그건 내가 보냈어~ 여성티가 팍팍 나잖아."

"난 처음에 진짜 니가 여잔 줄 알았어~"


..라며 이야기는 끊길 줄 몰랐고..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쏠로부대 탈출 할 줄 알았던 오빠는

여고생에게 1년동안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와 여고생의 오빠가 닭털을 날리는

커플부대에 입대하게 된 것으로..

폰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폰이라는 매개체는 통신수단이 아닌 새로운 인연의 역활도 할 수 있었다.

˚잘못 온 문자라 할지라도 그 것을 계기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으며..

˚새로운 인연을 찾길 바란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로 만든 번호로

˚한번 쯤 문자를 날려 보는건 어떨까.



By、 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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