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사진가, 촬영 방해된다며 220살 금강송 등 25그루 싹둑
한겨레 | 입력 2014.07.14 08:20 | 수정 2014.07.14 08:50
[한겨레]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불법 출입
2년간 3차례 걸쳐 나무 잘라내
사진 전시 장당 수백만원에 팔아
"이런 일 다신 없을 것" 잘못 시인
산림보호법 위반 500만원 벌금형
금강송을 전문적으로 찍어 외국 전시회까지 연 사진작가가 작품의 구도 설정 등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대표적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멋대로 베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변의 금강송을 무단 벌채한 뒤 찍은 금강송 사진은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돼 수백만원에 거래됐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작가는 자신의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대구지법 영덕지원 염경호 판사는 허가 없이 산림보호구역 안 나무 25그루를 벌채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사진작가 장국현(71·사진)씨에게 지난 5월21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장씨는 앞서 2011년 7월과 2012년 봄, 2013년 봄까지 세차례에 걸쳐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림보호구역에 들어가 수령이 220년 된 것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장씨는 현지 주민을 일당 5만~10만원에 고용해 금강송을 베어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이처럼 무단 벌목을 한 뒤 찍은 '대왕(금강)송' 사진을 2012년 프랑스 파리, 2014년 서울 예술의전당,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전시했다. 이 대왕송 사진은 한장에 400만~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3월 이 소나무 사진들을 담은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춘양목이나 황장목으로도 불리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한 종류로 더디게 자라는 대신 나이테가 촘촘하며 강도가 높다. 또 구부러지지 않은 매끈한 모양새를 자랑하고, 잘 썩거나 갈라지지 않는 최고급 소나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울진 소광리 금강송은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짤 때만 사용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돼 왔다.장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나무는 양지식물이라서 햇빛을 가리면 죽는다. 참나무가 많아서 잘랐다. 또 사진을 찍는 데 (앞을 가로막아 앵글이 나오지 않아서)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220년 된 금강송을 잘라낸 것에 대해서는 "(사진 소재인) 대왕송이 키가 9m 정도밖에 안 되는데, (옆에 있는 작은 나무인) '신하송'이 더 성장하면 대왕송을 가리게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잘린 신하송은 대왕송보다 아래쪽에 있다.장씨는 '국유림에서는 벌목뿐 아니라 무단 출입 자체가 불법임을 아느냐'는 질문에 "울진 소광리는 5~6번 들어가서 찍었는데 한 번도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불법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금강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며 금강송을 베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국립산림과학원 이경재(58) 박사는 "워낙 오지여서 본래 유전적 특성을 잘 보존하고 있는 울진 소광리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수관(몸통에서 나온 줄기)은 가늘고 좁으며, 지하고(지면에서 첫 가지까지의 높이)는 높은 특징이 있다"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 자원이므로 잘 관리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곽윤섭 선임기자[email protected]
상습범인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