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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혼자 집에서 눈물로 명절을 보냈던 나에게
게시물ID : humorbest_536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편지Ω
추천 : 74
조회수 : 5218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30 21:38: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9/30 21:14:08

 

난 명절이 너무나 싫어

명절에는 맛있는 것도 먹고 시골도 가고 가족들도 보는 날인데

난 맛있는 걸 먹을 일도 없고 갈 시골도 없고 가족을 만나지도 않고 오로지 집에 혼자 있으니까

 

가는 곳도 없으니

예전에 보다가 다 못 본 웹툰 유토피아를 오늘 다 봤는데

그 여 주인공이 마치 과거의 나와 너무 똑같아서 눈물이 나더라

눈물 닦아가며 보는데 갑자기 내 과거랑 지금을 생각하게 됐는데

오빠에게 너무 고맙더라

 

가족 친구 애인 모두에게 버림받는게 너무나 익숙한 나에게

어릴적 기억이라곤 모두 상처로 얼룩져서 트라우마만 남은 나에게

명절이든 생일이든 아무 갈 곳 없이 혼자 집에서 눈물로 보내는 나에게

항상 절망적인 어둠 속에 갇혀서 살았던 나에게

 

 

오빠라는 사람은 정말 시궁창같은 현실에서 한줄기의 따스한 빛 같더라

 

 

죽을만큼 혼자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결국에 모든걸 포기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외부와 단절이라도 된 듯

항상 불 끄고 어두운 집 안에서 빛을 보려고 하지 않을 때

그 따뜻한 손으로 내 차디찬 손을 잡아주며 밖으로 꺼내준 오빠에게 너무나 감사해

 

오빠를 만나기 전에 난 이유도 없이 불안해하며 늘 불행한 삶을 살아왔는데

죽을 생각만 하며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며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 그냥 오빠가 있어줘서 행복해

 

 

오빠라면 얼마든지 더 좋은 가정에서 자란 성격도 밝고 상냥하고 착하고 이쁜여자 만날 수 있을텐데

 

 

나 있잖아

비싼 레스토랑, 비싼 선물 다 필요 없어

오빠랑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고 오빠가 제일 비싼 선물이야

둘 다 돈이 없으면 어때? 없으면 없는대로 삼각 김밥에 컵라면으로 때우면 되지 뭐

그리고는 천원짜리 편의점표 에이드와 커피하나 사고 바람 선선하게 부는 날 같이 홍제천을 따라서 설렁설렁 걷는거야

걸은지 얼마 안 돼서 분명 내가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긴 하겠지?

그렇게 밤이 되면 하늘 한 번 쳐다보면서 오늘은 별 몇 개가 보이나 한 번 세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고양이들한테도 한번씩 인사하고

 

 

이것만으로도 지금 충분히 행복해

 

 

오빠가 이 글을 볼 수 있을까?

베스트는 커녕 베오베만 보니까 볼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물어볼래

 

 

 

비록 반품하고싶은 하자 투성이겠지만 이런 나를 계속 좋아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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