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소중한 비밀들을 어른이 되면서 잊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죠.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던 우리 안의 그 무엇인가도 철이 들면서는 서서히 사라져가죠.
너무나도 유명한 이 책은 언젠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그런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6살의 제제가 환상과 꿈의 세계라는 껍질을 깨고 고통 가득한 현실 세계로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도 제제는 환상과 꿈의 세계라는 껍질을 깨고 현실 세계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고통이 따르게 되고요. 이야기 내내 제제를 둘러싼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와 고통이 가득한 현실의 세계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심의 세계에 대해서 미칠듯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름답던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미칠듯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고는 하는거죠. 이 책은 그런 그리움을 많이 채워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 잘 어울리는거 같네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짝사랑일지라도 돌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현실적 확인이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그 모든 것을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지만, 그 시절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참담한 회한이다. 그러나 아직도 반추해 볼 수 있는 능력과 여백이 아직도 내게 있다는 확인은 참으로 아름답다. 어린시절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을 아름다움 그대로 재구성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내게 있을 수 있을까]
책을 읽었을 당시 참 공감됐던 내용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하튼 얘기가 다른데로 샜는데 주인공인 '제제'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그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 역시 자기만의 비밀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요? 꿈과 환상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넘어오는 그 고통스런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에는 아이들도 일찍 어른이 된다는 말들을 하고는 하죠. 하지만 많은 것들이 풍족하고 편리해진 세상 덕분에 그들의 성장에는 슬픔이나 고통, 결핍 등을 찾아보기가 힘든 면이 있는것이 사실이입니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이 많죠. 정신은 시련을 먹고 자라나는 법.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슬픔과 고통 속에서 인생을 깨닫게 되는 제제의 이야기는 우리들 또는 아이들이 체험하지 못한 내면의 담금질을 간접 경험하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제제가 어른이 된 후에 쓴 글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더랬죠. 동심을 떠나는 순간 느끼게 되는 그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리움이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와 닿았죠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사람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제 안의 사랑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절망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 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제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고, 우리 역시 거기에 동감하기에 이 책이 명작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는 걸까요? 여러분의 어린시절 소중한 비밀은 무엇이었나요? 밍기뉴와 같은 친구가 있었나요?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때 제제와 같은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한 우리 감정이 메마르는 일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