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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님크집회 참여후기 : 침묵하는 시민사회를 바라보며
게시물ID : sisa_3919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속마전커
추천 : 10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19 14:01:02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2살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어제 친한 후배와 함께 님크 집회에 처음으로 다녀왔는데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습니다.

저는 2003년 이라크전 파병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무효, 광우병 사태, 나꼼수 콘서트 등 국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될 때다 싶을 때면 빠지지않고 참여하려고 노력을 해왔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또래 중에서는 나름대로 집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많은 편인데요.

어제 님크 집회는 제가 본 중에서 그야말로 20대,30대들만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유일한 집회였습니다.

그만큼 군더더기없이 순수했고, 집회 내내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려는 열정이 엿보였습니다.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군요. ^^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가 본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집회이기도 했습니다. 비도 많이 왔고, 시민단체나 정치단체와의 협력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지금의 국정원 사태가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있지 못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어째서 이전까지의 사태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민사회들 마저도 지금은 이토록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어째서 이토록 심각한 문제를 두고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가장 순수한 어린 청년들과 가장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해직언론인들 뿐인 걸까요?


국정원 사태는 이 나라의 정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려한 심각한 국가적 범죄행위입니다. 조금 세게 말하면 민주주의 국가체제의 전복을 도모한 것과 크게 다름 없는 사건이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심각한 반역행위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과거 "여당에 도움이 된다면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통해 돕고 싶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 하나만으로도 탄핵을 당할 뻔 하였습니다. 국정원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무효가 정치권에서 진중하게 논의가 되어야 마땅할 사안일 뿐 아니라, 최소한 이명박 전대통령은 지금쯤 청문회장에 서서 국가 권력의 오용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가 이토록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째서 일까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한가지 확실한 것인 있다면 오늘의 이러한 모습은 바로 6년 전에 국민들이 투표로 내렸던 결정,

그리고 바로 지난해에 국민들이 내렸던 결정이 가져다 준 결과라는 것 입니다.


상식을 그다지 중요치 않게 여겼던 국민들의 선택이 고스란히 우리를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게 만들었습니다.

국가 고위관료가 해외에서 성추행을 저질러도 우리는 그를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날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평가와 역사가 왜곡되고 더렵혀져도 당장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권력자들의 무식와 횡포가 나라 살림살이를 거덜내어도 견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제가 어제 서울역 광장에서 만나 본 분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어려움을 딪고 진실을 파헤치는데 여념이 없는 정직한 언론인들, 오직 이 분들만이 지금은 유일한 희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올바른 사실을 찾고 그릇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아직은 상식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그 희망의 불꽃을 피워 줄 마지막 보루이지 않을까하는 마지막 희망을 걸어봅니다.


김구 선생님이 바랬던 나라,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바랬던 나라, 그리고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바랬던 나라.

한살 두살 먹어갈수록 세상의 부조리를 많이 접하다보니 어느덧 저도 그런 나라를 열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상식적인 삶이 가능한 아름다운 나라 말이지요.

(민주정권 10년동안 10대 후반~20대 초반을 보냈던 제게는 참 그리운 향수이기도 합니다.)


어제 서울역 광장에 있었던 100여명의 사람들을 보고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적다고 절망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길고 오랜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잊으면 안될 것을 잊지말고 걸어나가자는 다짐의 글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어제 제게 큰 희망을 보여주신 님크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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