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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게시물ID : today_53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픈기타줄
추천 : 5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27 02:38:25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첫눈에 반한 사랑>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소에서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들리던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 하는 무뚝뚝한 음성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이나
그들을 데리고 장난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만남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해
우연은 그들을 가까이 끌어당기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웃음을 참으며
훨씬 더 멀어지게도 했다.
 
비록 두 사람이 읽지는 못했으나
수많은 암시와 신호가 있었다.
아마도 3년 전,
또는 바로 지난 화요일,
나뭇잎 하나 펄럭이며
한 사람의 어깨에서 또 한 사람의 어깨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다른 사람이 주웠었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유년 시절의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
 
문 손잡이와 초인종 위
한 사람이 방금 스쳐간 자리를
다른 사람이 스쳐가기도 했다.
맡겨 놓은 여행 가방이 나란히 서 있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어쩌면, 같은 꿈을 꾸다가
망각 속에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모든 시작은
결국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
 
 
<폴오스터, 달의 궁전 中>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쉬워진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 놓쳐버린 관계, 잘못된 시기 어둠속의 실수였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기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곳에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들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잃어버린 관계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의 조각들은 처음부터 모두 거기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할지 몰랐다.
 
 
 
인연에 관한 상반된 두가지 이야기
 
자신도 모르게 운명의 책은 쓰여져가고 있을지,
혹은 이어 붙이지 못해 놓쳐버린건 아닐지.
 
어느 쪽이든 소중히 생각하렵니다.
 
어느 순간순간을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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