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원활한 경기 운영'과 '정확한 규정 적용' 사이에 선 심판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규순(46)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은 19일 마산 경기를 앞두고 김재걸(41) 삼성 주루코치를 불렀다. "김 코치가 절반 정도만 알고 있는 거야." 김 코치는 "보크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취재진까지 합세해 '토론'이 벌어졌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8일 마산 경기 삼성이 0-2로 뒤진 7회초 1사 2·3루, 우동균(24) 타석 때 NC 벤치에서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 NC 포수 이태원(27)은 볼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에서 투수 찰리(28)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포수석(캐처스 박스)을 벗어났다. 최규순 구심은 황급히 '타임'을 불렀다. '볼 데드' 상황. 최규순 구심은 포수 이태원에게 "투수가 투구 동작에 돌입하기 전에 포수석을 벗어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재걸 코치는 최규순 구심에게 다가가 "포수를 막으시면 안됩니다"라고 항의했다. 삼성에서 볼 때 '심판이 보크 상황을 미리 막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경기 뒤 야구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논쟁을 벌였다. '최규순 심판의 야구교실'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최규순 심판의 지나친 친절'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최규순 심판은 19일 이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심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원활한 경기 운영이다. 포수가 규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타임'을 부른 뒤 설명해줬다. '볼 데드' 상황이 됐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문은 남는다. 보크 규정 8.05항은 '포수가 한 발이라도 포수석 밖으로 벗어났을 때,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면 보크를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 야구인들은 이를 '캐처 보크'라고 부른다. '선수가 규정을 어겼을 때 그에 따른 판정을 내리면 된다'고 심판의 역할을 제한한다면 최규순 구심의 행동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규순 심판은 "고의4구 때 보크를 준 전례가 없다. 만약 그대로 경기를 진행해 말도 안되는 득점 상황이 나오면 경기 진행이 또 얼마나 어려워지겠나. 내 행동이 과했다고 비판한다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심판으로서 경기 운영을 더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종규(58) KBO 심판위원장도 "고의4구 상황이지 않았나. 관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 심판이 경기 중 포수에게 규정을 가르친 것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주의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김경문(55) NC 감독과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류 감독은 "고의4구 때는 보크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의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규정이 있는데 적용하지 않는 것 아닌가.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창원=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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