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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성추행 이야기..좀 털어놔도 될까요
게시물ID : humorbest_537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Ω
추천 : 52
조회수 : 5790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02 13:55: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0/02 09:31:54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꽃다운ㅋ 처자입니다 ㅎㅎ

 

얼마전에 사촌한테 성추행당했다는 분..  글 읽고 저도 용기내서 말해보네요

저도 초등학교 동안.. 몇살 부터 몇살까진지 그런건 이제 알지도 못하겠어요

꽤 여러번 꽤 오랜기간에 걸쳐서 였던거 같네요..

그 당시에는 또 그게 어떤 의민지 몰랐어요

애초에 성 관념이라는게 확실히 없었으니까 성행위라는게 뭔지도 몰랐고..

단지 좀 비밀스러운 느낌? 에 다른사람한테 말 하면 안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평소에 무섭게 보이던 사촌오빠랑 그럴때만큼은 친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뒤숭숭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라는 대로 따랐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날 초등학교 4학년?5학년? 때 학교에서 성교육해준다고

성폭력 예방 비디오를 보여줬는데

그거 보고 집에와서 갑자기 밥먹다가 알았어요

이 모든게 뭐였는지...

그러고는 갑자기 미칠거 같더라고요

 

그러고 바로 엄마한테 말하고 저희집안이랑 그집안 사이는 쫑이 났어요

그 집이 큰집이었는데 평소에 엄청 자주 놀러갔었거든요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가 일부러 그 큰엄마 불쌍해서 자주 갔던거라고 해요

큰아빠가 개차반이라서 고생하면서 살았다고

근데 엄마가 따지면서 전화하니까

뭔가 큰엄마는 진작 알고있었던거 같았대요

그리고 평소에도 제가 그 사촌방에 둘이 있으면 자꾸 저 데리고 나오라고 말했다고....

지자식이 그따위짓 하는거 알면서 대놓고 말리지도 못했던거죠...

아무튼 저희엄마가 그 큰엄마한테 일부러 마음써서 저 데리고 자주자주 놀러간 결과가 그거였어요

게다가 제 동생은 왜 갑자기 큰집에 안가게 됐는지, 친가쪽 행사(명절, 제사..)에 참여하지 않게 됐는지 아직도 몰라요

어렸을때 많이 물어봤죠........ 왜 안가냐고

엄마는 그냥 큰집이 어디 도망가서 없어졌다는 식으로만 말했어요

 

그렇게 제가 그때까지 더러운 짓을 당했다는 자각이 생기고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 까지 제 정신은 거의 파탄이 났어요

그 장면 그 냄새 그 감촉이 생각날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지고 머리에는 피가 안돌았어요

자꾸 입이랑 몸에 뭐가 묻어있는거같았고 그걸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순진하고 어린 여자애들이랑 저 자신이 자꾸 비교가 됐어요

나도 쟤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깨끗하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 자신이 더럽게 느껴지고, 왜 하필이면 나만 그런거 당했지?

난 귀한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렇게나 더럽혀져도 되는 사람인가?

다른애들은 애지중지 보호되는데 왜 나는 안그런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했어요. 엄청난 죄책감이 생겼어요.

제잘못인거 같았거든요

깨끗한 여자애라면 그런 상황에서 싫다고 피하거나 바로 부모님한테 이르거나

조치를 취했을텐데 제가 그상황을 놀이라고 생각해서, 즐겨서, 동참해서 그렇게 된거 같았거든요.....

선천적으로 음탕한 애라서....

왜 바로 엄청 싫다는 느낌을 안가졌을까 왜 그게 이상한건줄도 몰랐을까.. 

제자신이 미친듯이 싫었어요  그리고 제가 원래 그런 애라서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것처럼 느껴졌어요

제자신이 너무 싫어서 죽고 싶었어요. 몸을 잘라낼 수도 없고 다시 깨끗하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리고 한편으로 세상에 모든 여자애들이 다 저같은 일을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제가 특별히 이상한 애처럼 안느껴질 거 같았거든요

 

너무 복잡하게 쓴거 같지만..

제 마음이 그렇게 복잡했어요. 너무너무.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트라우마들 때문에 늘 밝다가도 어두워지고

상태 변화가 심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는데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공부할 때 저런 생각이 더 잘 떠올라서

숨이 막히는 적이 많았고요...

그렇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니까

엄청난 편두통에 시달렸어요..... 진짜 걸어다니기만 하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어요

 

급기야는 고등학교때 성폭력 상담소랑 정신과를 다녔어요

엄마아빠가 항상 차로 태워다 주시곤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네요..

그러면서 조금씩 상태가 호전된거 같아요

상담소에서 성폭력 '생존자' 라는 말을 쓴다는걸 알게 됐는데

그게 참 고마웠어요

이게 정말 사람을 죽일 정도로 큰 아픔이고 사고라는 것을 남들이 알아준다는게..

그리고 제가 이렇게나마 일상생활을 열심히 힙겹게 살아내고 있는거를

제 노력을 인정받는거 같았거든요

 

그렇게 저렇게 하면서 대학을 가고.. 성인이되고

저는 이제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처럼 불현듯 또 그 기억들이 떠오를 때

그 감촉과 냄새와 장면들이 머릿속에 꽉 차서 지워지지 않을때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는 패닉상태가 될 때

다시 편두통이 오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쉽사리 말로 꺼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이런 얘기는 너무 무겁고, 너무 민감하고 너무 힘들잖아요...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제가 표정이 너무 안좋으니까 왜그러나 걱정하시네요

 

그리고 내 어린시절을 망쳐버린데 대한 분노와

복수도 제대로 못했다는거..  참 억울하네요..

또 저가 그런일을 당해서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어요...

 

물론 이제는 알아요

어렸을 때, 잘 모를때 그렇게 당한건 내잘못이 아니라고

그때 이미 중학생이었고 알거 알던 그 새끼가 잘못한거라고

그리고 그런 일은 매우 많이 일어나는 거라고..

절대 내가 이상한 애라서 나한테만 일어난 건 아니라고..

 

알지만 머리로 아는거랑 별개로

트라우마는 없어지는게 아니네요

저는 아직도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성폭력은 피해자들에게 영원히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이런 말도 싫어요..

제 상처는 앞으로도 영원히 씻을 수 없나요?

저는 어디엔가 방법이 있다고 믿고싶네요 

저는 잘못한게 없으니까 저는 그냥 사고를 당한거 뿐이니까

다 잊고 마냥 행복해도 되잖아요

다만 오래도록, 굉장히 오래도록 상처를 남긴다는건 맞는 말인거 같네요..

 

 

휴 너무 복잡한 글이었어요

그냥 저는 말로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못하니까

혼자 생각만 하고 있으면 미쳐버릴거같아서

공개적인 장소에 익명으로라도 남기고 싶었네요

읽어주신분들 있다면 감사드리구요

저와 같은 경험 하신 분들 있다면

같이 힘내서

우리끼리.. 우리 착한사람들끼리,.. 행복한 세상 만들자고

쓰레기같은 놈들은 아직도 쓰레기처럼 살 때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좋은 세상에서 살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누구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

 

앞으로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피해를 더 쉽게 꺼내놓을 수 있고

그래서 서로서로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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