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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사람. (단편소설)
게시물ID : freeboard_537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非人)
추천 : 0
조회수 : 2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9/17 03:07:46
불과 몇달전 일이다. 
그 시점 이후로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이상해진 것 같다. 
내가 교수로 일하고 있는 학교를 가는 등교길이었다. 
길가에 LPG(정확히 이것인지 모르겠지만)가스통을 담은 차가 있었다. 
그곳을 무심코 지나가다, 큰 폭발음이 들렸다. 
바로 옆에서.
아마 가스통을 담은 차가 터진 것 같다. 
그 뒤부터가 이상하다. 
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깨어나보니 집에 혼자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나의 아내도, 밖에 다니는 사람들도, 심지어 어떤 가게의 주인조차도. 
즉, 나 혼자만이 있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죽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가 바로 저승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인 즉슨,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사라졌으니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현실화 시킨다고 한다.
물론 가설이고,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내가 지금 그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 가보면 밥이 한 상 차려져 있고, 점심 저녁 모두 밥이 차려진다. 
물론 내가 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볼때 차려져 있다. 
밥 시간 이전에 부엌에 가서 몇 시간동안 쳐다보면 밥이 차려지지 않는다. 
그러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팔고 있다 돌아오면 밥이 차려져있다.  
이와 비슷하게 빨래도, 설거지도, 냉장고 안의 음식도,, 
누군가가 숨어서 챙겨준다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몇 달동안 내 눈을 피해 그렇게 하는게 불가능 하니까. 
즉, 나의 감시 하엔 밥이 차려지거나 빨래가 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가 얼마전 빨래더미들이 혼자 빨래되고, 밥들이 혼자 공중에 떠다녀 차려지는 것을 우연히 봤다. 
그때 다시금 확신했다.
난 지금 저승에 있다고. 
난 죽어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아내는 아마 나중에 자신의 삶을 다 하면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지 않을까? 
그 사람이 보고싶지만, 그 사람,,, 이승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아마 적어도 6~70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보고싶으니까, 사랑하니까, 그 긴 기간을 기다릴 생각이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괜찮다.
그녀가 내 방속에 내가 있는 이 저승으로 올때 쯤에 꽉 안아줄 거다. 
아픈 상처를 다 씻어 줄거다.(남편)

                                                                                                                                                                                                 

                                                                                                                                                                                                 

몇 달전, 나의 남편은 폭발사고를 당했다. 
단지 옆을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라며 달려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나는 눈물만 흘린다. 
그를 위해 밥을 차린다. 
그를 위해 빨래를 해준다. 
그를 위해 옷을 다려주고, 그의 잠자리까지 보살펴 준다. 
그는 죽지 않았다. 
내 앞에 살아있다. 
그런데 그는 나를 보지 못한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뇌신경의 특정한 부분이 손상되어 
그의 눈에는 그 어떤 생물체도 보이지 않게 됫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챙겨주지만, 그를 위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의 앞에서 빨래를 청소를 밥을 챙긴다면, 
내가 귀신인줄 알고 놀랄 수 있으니까... 
그는 내 옆에 있지만, 내 옆에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몇일 뒤 그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저승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60년 70년 기다릴 거라고 한다. 
나는 옆에서 아내 역할을 아직도 하고있는데, 
옆에서 사랑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는 옆에 있는 나를 두고 60년 70년 기다릴 거라고 약속한다. 
눈물이 흘렀다. 
하염없이 흐른다. 
그는 나를 보고 놀랐다. 
아니 허공에서 눈물만 떨어지니 놀랄 수 밖에,,,,,,,, 
나는 그를 꼭 껴안았고, 그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는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답답하기만 하고 무섭기만 할뿐이다. 
한 공간아래의 두사람. 
서로를 사랑하지만, 
기다리는 한 남자와, 
눈물을 흘리는 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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