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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죽이는반전<식스센스>對죽이고싶은반전<오펀>
게시물ID : humordata_5380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_-)
추천 : 0
조회수 : 9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09/05 12:55:41
※스포일러 주의 *출처: 딴지일보

[맞짱리뷰] 죽이는 반전 <식스센스> VS 죽이고 싶은 반전 <오펀 : 천사의 비밀>

2009.9.4.금요일

영화계, 어렵다 어렵다 해도 한 주 개봉영화만 평균 6편을 상회한다. 물론 누구는 '천만 대박' 쾌재를 부르기도 하고, 한 켠에서는 '쭈구리' 신세 못 면하고 개봉 일주일 만에 간판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신작들 구구절절 프리뷰 읽기도 귀찮고, 영화는 보고 싶은 그대들에게 최단시간 고효율로 영화 정보 선사하는 코너를 준비했다. 안 그래도 극장 요금 올라서 짜증나는 판국에 깨알 같은 내 돈 주고 욕 나오는 영화 보는 일은 줄이자는 좋은 취지다.

이른바 신구박빙! 전국민 상식적으로다가 다 아는 영화로 신작과 승부 겨루는 코너 되겠다. 이름이 촌스럽다고? 한때 네이미스트 꿈꿨던 필자지만, 그냥 쉽게 가보려 한다.

첫 영화는 귀신도 다 안다는 그 영화 <식스 센스>와 신작 <오펀 : 천사의 비밀>(이하 <오펀>) 이다. <식스 센스>가 삼척 동자 다 아는 '죽이는 반전 영화'라면, <오펀>은 죽이고 싶은 반전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겠다.

간략한 줄거리

발단은 유산이라는 우울한 사고에서 비롯된다. 중산층 백인 부부가 내 아이 주려던 사랑으로 불쌍한 아이 길러보자는 측은지심 발동하여 입양을 결심 했더랬다. 고아원에 방문한 두 부부는 아이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누굴 점지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지지고 볶고 노는 애들 중에 군계일학 발견한다. 그 이름은 에스더(이사벨 펄먼). 해바라기에 사람얼굴 넣어 프리다 칼로 뺨치는 그림 실력 뽐내는 이 아이, 단번에 부부 마음에 쏙 든다.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러시아 태생임에도 조기교육 잘 받았는지 또박또박 영어도 잘 한다. 부부에게 아메리칸 영재교육 꿈꾸게 했던 이 아이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놓는 얘기다. 아, 이 영화 자칫 말 하나 잘못 하면, 스포일러로 욕 오지게 먹을 영화이기에 예고편에서 냄새풍긴 수준으로다가 정보 전달해보겠다.

제목은 반전이지만 반전을 말할 수 없는 이 마음, 호형호제하지 못하던 길동의 마음이런가..
 

작명 센스

<식스 센스>가 여자들의 그것, '육감'이라는 애매모호한 작명센스를 발휘했다면, <오펀>은 제목부터 '고아'라고 까놓고 시작한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고아에서 시작해서 고아로 끝나는 영화다. 작명 센스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두 영화 작품성도 천지차이다.

<식스 센스>가 지하실 문고리 잠갔다 열었다 하는 장난질만으로도 공포감 조성해냈다면(브루스 윌리스랑 미모의 부인이 지하실 문 하나로 실랑이 벌이던 걸 생각해보면 되겠다) <오펀>은 '나 무서운 아이야' 하고 음흉한 모습 드러낸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여자 애가 지지고 볶고 원맨쇼 펼치는 영화다.

FIGHTING 본격 대결

 911 후유증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때아닌 911후유증 감지된다. '내 아이 못 준 사랑으로 불쌍한 아이 거둬 키운다'는 측은지심 발동했던 중산층 가족, 잘못 만난 고아 하나로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 <오펀>이 주는 공포는 미국 앵글로 섹슨 코쟁이들 사이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을 공고히 한다. 하얀 피부에 흑발머리의 이국아이가 내 집 문에 들어서는 순간 엄습하는 공포라니. 진부하지만 먹혀 들어갔다. 문제는 이 영화 미국을 떠나면서 때 아닌 냉전 시기 기억 떠올려주시는 타임머신 작동시킨다.


샤룩 칸도 잡는 미국, 노친네 가방이라고 얄짤 없다

출신이 구소련과 분리된 저 먼 나라 에스토니아라는 걸 드러내면서, 에스더는 가공할 악의 화신으로 거듭난다는 기막힌 사고회로. 유독 이국민에 대한 보수성 극렬한 미 중산층들의 심리 제대로 꿰뚫은 공포감 조성되겠다. 인도 최고 스타 샤룩 칸도 단지 이름이 '칸'이란 이유로 감금당하고, 한때 인도 대통령도 몸수색하는 판국인데 에스토니아 출신 고아라니 기겁하고도 남는 거다. '귀신들린 아이 = 소련계 괴물' 탄생하는 순간이다. <오펀>은 911 이후 조성된 이국인에 대한 공포감을 적극 이용한 사례 되겠다.

 반전 감추는 클리셰

오래된 성경 책, 그네, 놀이터, 고아, 은색 리볼버, 목조 가옥 등등. <오펀>은 온갖 오컬트 영화 클리셰를 죄다 모아 쏟아 붓는다. 어디까지나 반전을 감추기 위한 트릭인데, 이게 꽤나 먹혀 들어간다. <오멘>의 손녀 정도 돼 보였던 <오펀>은 사실 <미저리>로 결말이 나면서, 클리셰 이용해 반전 감추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 그 반전이 디립따 울궈먹던 해리성 경계 장애 어쩌고 하는 거보다 식상하지는 않을 지 언정, 짜증 지수 최대치 올려준다는 사실은 피해갈 수 없다. 반전만 성공하면 다인거냐. 비록 입을 열 수는 없으나, 에스더의 이유 있는 반항(?)은 너무 극적이다. 차라리 악마의 자식이 나을지도.

그에 비하면 <식스 센스>는 말해 무엇하랴. 저 너머 진실 직면한 후, 오들오들 떠는 브루스 윌리스 홀로 남겨두고 위로 임하시던 카메라, 필자 가슴도 두큰두큰 뛰었더랬다. 귀신이 보여요, 귀신이랑 있으면 추워요, 친절하게 날려주시는 힌트 우둔하게 지나쳤던 필자는 그제서야 뒷통수 맞고, 아 '샤말란 형님'하고 경외심 불태웠다.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알아챌 수 있는 반전인 것을, '이미 너는 사람이다. 너는 귀신이다' 결론 지어버린 필자의 인식체계는 오는 정보 막고 반전도 보호한 격이다. 이건 뭐, 클리셰 따위 없다. 몰라본 내가 바보인 것을. 웬만한 반전 못 알아채면 안그래도 안 좋은 머리 탄로날까 두렵지만, <식스 센스> 반전 끝까지 몰랐다고 고백해도 왠지 면죄부 받을 것 같다.

 우리 아이가 무서워요

두 영화. 죽이든 살리든 마지막 반전 꼭 움켜쥔 진짜 주인공은 애들이다. 반전이란 자고로 쥐도 새도 관객도 모르게 철저히 비밀 엄수해야 하는 법이거늘. 어디 함부로 애들에게 영화 승패 가르는 반전 쥐어주나 싶지만, 얘네들 보통 애들이 아니다. 웬만한 어른보다 주도면밀하고 무서운 아이들이다.

<오펀>의 에스더, 저 멀리 툰드라 지방에서 어린 나이에 도미해 아메리칸 드림 이뤄냈다. 밀입국 사유는 알 수 없으나, 리볼버를 장난감 다루듯 가벼이 돌리고, 아버지 사랑 위해 뼈도 부러뜨리는 그 기지, 놀랍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목표를 위해 온 몸으로 부딪히는 그의 개척 정신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 아니겠는가.

러시아 출신 소녀 에스더가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혈혈단신 적응 위해 애쓴다면, 우리의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어린 나이에 귀신 카운셀러로 밥벌이 개척한다. 세계 유일 무이한 천직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노다지 재능을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이다. 아직 주변머리 있던 훈남 시절 브루스 윌리스가 이 아이 고민 풀어주고자 자처하고 나섰다. 사실 귀신보다 귀신 얘기 심드렁히 뇌까리는 아이가 더 무섭다만, 브루스 윌리스의 조언으로 차츰 귀신과 친해지는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친화력 실로 놀랍다.

그들의 잠재력

약간의 삼천포로 무서운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점쳐보겠다.

<오펀 : 천사의 비밀> 이사벨 펄먼. 첫 주연작임에도 미친 연기 신공 보여줬다는 사실만은 인정. 문제는 미모 부문인데 타고난 미소녀는 아니나 이목구비가 제법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시절 키얼스틴 던스트를 연상시키는 고로. 연기되고 제법 귀엽장한 아역배우 탄생 예고한다.


잘 봐주면 요정도?

<식스 센스> 할리 조엘 오스먼트. 한때 할리우드의 미래라 칭송 받다 맥컬리 컬킨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가버려 아쉬움 금치 못하겠다. 샤방했던 과거 잊고 호빗으로 늙어버린 이 아이, 귀신도 놀래키는 연기력으로 가장 빛났던 영화가 <식스 센스>다. 연기력은 여전하지만, 역시 할리우드도 미모가 따라줘야 한다는 진리 새삼 되새겨본다.


얘야, 아무리 고대로 커야겠지만 너무 고대로 컸잖니

눈 씻고 찾아본 교훈

그래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뭐냐. 입양하지 말라고? 고아는 다 사연이 있다고? 어설픈 선의 베풀다 큰 코 다친다고? 이대로라면 현관문 걸어 잠그고 내 새끼, 내 남편 어어둥둥 잘 먹고 잘 살자 하란 소린데, 이 영화 교훈이니 정치성이니 따지고 들면 머리 아프다. 사실 그냥 악마의 자식같은 꼬마가 어리바리한 가족 요리해먹는 사디즘적 쾌감을 느끼라는 수준이지만, 이건 뭐 쾌감이고 뭐고 짜증지수만 올려준다. 미덕 하나 찾으라면 양키들의 선입견 적극 활용해 엔터테인먼트로 둔갑시킨 우직함 정도랄까.

<오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내 마음 속 '죽이고 싶은 캐릭터' 카테고리가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을 맛 보았다 하겠다. 그래서 영화를 보란 말이냐 보지 말란 말이냐 묻는다면, 그 또한 어려운 질문이다. 판단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거야!

라디다([email protected])
시네티즌(cine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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