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또 이런 글을 써야하는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제가 한밀아 외주를 다시 받은 것에 대해, 안 한다더니 왜 거짓말이냐, 공인이 되서 그래서 쓰냐 해명을 하라는 말이 제 귀에 연이어 들어와 글을 써봅니다.
일단 저는 정치인도 아니며 공인도 아닙니다. 그저 그림 그려서 밥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
그리고 그림 한 장을 그리고 그로 인해 루머와 인신공격을 받았습니다.
일단 그 때 상황에 대해 다시 설명드리자면 디씨, 일베, 헝앱, 루리웹 등에서 어우동이 일부 과격한 유저들에게 <까이고 있는줄도 모르는 시점>에서, 트위터에 작가후기같은 느낌으로 트윗을 남겼고, 이미 까이고 있는 시점이었는지라 그 내용이 까임에 대한 해명이라고 오해받아 일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그림체가 다양한 사람이고, 요청받은 그림체가 한국화풍이었으며, 일을 받은 시점은 밀리언 아서 오픈전이었고, 따라서 한국 밀아 유저의 니즈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했으며, 공개 시점에서는 어떤 특정 니즈를 가진 유저들에게는 이질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으며, 당시 트위터의 말 한마디의 심각성을 미처 생각지 못하던 라이트한 트위터 유저였기에 아, 이번엔 이래서 아쉽다. 다음엔 더 폭넓게 호응이 높을 작업을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트윗을 썼었습니다. 그 부분은 제 실책이라면 실책입니다.
해명해도 끝이 없고 루머만 더 늘어났습니다. 해명도, 한밀아 외주도, 그냥 안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요청에 맞추어 열심히 그렸을 뿐인데, 정성을 담아 그린 그림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욕을 듣고 그 욕이 심지어는 그린 사람 본인을 향하기까지 한다면요.
프로니까 참아야 한다고요? 연예인들도 악플로 자살하는 세상입니다. 악플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잔인한 겁니다. 전 웹툰을 굉장히 좋아해서 네이버나 다음의 웹툰 절반수는 꼭꼭 챙겨봅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좋아하는 웹툰 몇가지의 의견란은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단 저한테 향하는 것이 아니어도 너무 악랄하여 보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거든요.
악플을 스스럼 없이 다는 분들이, 자신에게 반박하는(심지어 자기처럼 욕을 쓴 악플로 대응하는 게 아닌데도) 리플에는 오히려 발끈해서 죽일듯이 달려드는 것을 인터넷 하다보면 종종 봅니다. 본인에게 악플이 향하는 것은 싫으면서, 왜 남에게는 그토록 쉽게 자살하라는 소리를 하나요?
네, 저는 게임쪽 말고 다른 일도 여러가지 하고 있고, 게임쪽 일에 있어서는 일본쪽 외주 요청도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한국의 TCG를 하지 않아도 당장 생계는 걱정이 없습니다.
사실 외주비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한국과 일본의 물가차이, 엔과 원의 가치차이가 나고요, 사실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나마 제 값을 받고 일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일을 맡는것은 일러스트 외주 하시는 분들 개개인의 이유가 있는 것이구요, 저의 경우 한국의 TCG의 일러스트를 맡는 것은 실은 외주비보다 한국 게임에 대한 애정이 우선합니다.
저는 2002년부터 바람의나라에서 도터(도트 그래픽디자이너 즉 픽셀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하여, 계속 도터로 일하다가 일러스트로 전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게임과 만화를 어려서부터 끼고 자랐지만 현재처럼(아직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대한민국이긴 하지만)실컷 키치문화를 향유하지는 못했던 키덜트 세대로서, 서른넷인 지금도 게임에 대해 당연히 큰 애정이 있고, 한국 게임에 제가 그린 일러스트가 들어간다는 것은 제게 나름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 밀리언 아서가 한국 게임은 아니지만, 한국화 되면서 한복을 입은 캐릭터가 들어간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일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와 그로 인해 한국 TCG 게임을 통해 일한다는 것에 대해 제 나름대로 가졌던 의미와 정이 잠시 흔들린 것에 대해서는, 위에 자세히 썼으니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어우동사태를 통해서 제 팬이 되었다는 분들이, 다시 한밀아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해 오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요.. 악플에 속이 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제가 너무 단순한가요? 네, 저는 단순한 그냥 인간입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소시오패스가 아니라면요. 비난받으면 슬프고, 격려받으면 기쁜게 사람입니다.
저도 응원해 주시면 행복합니다.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면 기쁩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 목표는 제 그림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에 대해서는 부족하지만 지금도 나름대로 열심히 시도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액토즈에서 재차 작업을 권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수락했습니다.
이 글이 제가 한밀아에 다시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해 잘못했다 하시는 분들에게 충분한 해명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째뜬 여러분의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내어 악플을 다신 거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이런 보기 좋지 않은 글 쓰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제 이 건에 대해서는, 이후로 침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