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의 친구 전경, 아래 오랜만에 의경썰을 봐서 전경썰을 풀어봅니다.
전경은 크게 보면 전경대 전경과 타격대 전경으로 나눕니다. 간혹 독도같은 도서지방으로 가거나 공포의 공항기동대로 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보통 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전 타격대 전경으로 의경대, 방범순찰대, 전경대의 전의경들은 개꿀빠는 곳이라며 부러워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부산 서부경찰서 112 타격대...하지만 사는 곳이 의정부라는 게 함정.
암튼 타격대는 원래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으잉?)라고 합니다만...보통은 경찰서를 지킵니다. 경찰서 지나가다보면 마네킹 대신 서 있는 게 대부분 타격대 전경입니다. 24시간을 지키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있고 무서운 일도 있었는데 그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1. 민원실 칼부림 사건
이경(전의경은 이경,일경,상경,수경입니다.) 시절에 근무를 나가려는데 갑자기 전원 방검복과 방패를 들고 민원실로 나가라는 출동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멀까..하고 가보니 사회에 불만이 많으신 분이 경찰서 민원실에서 칼부림을 하고 있었죠. 백주대낮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당시 민원실에 근무하던 분들은 봉변을 당하신 거죠. 아마 일반인을 상대로 인질극도 벌인 것으로 아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경찰관들과만 대치 중이었습니다. 저희는 경찰서 민원인들이 접근 못하게 빙 둘러서 민원실을 막고 있었습니다. 바로 몇일 전에 파출소에서 칼부림이 일어서 경찰관이 목에 칼을 맞고 중태에 빠진 일이 있어서 정말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민원실 모 경사님이 6자회담도 단번에 성사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말빨로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2. 부산 모 경찰서 칼침사건
짧고 굵습니다. 술 취한 취객이 근무 중이 던 전경에게 접근해 배에 칼침을 놨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고 합니다.
3. 부산 모 경찰서 민원실 휘발류 사건
역시 짧고 굵습니다. 민원실에 들어 간 괴한이 바닥에 휘발류를 뿌린 후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꺼낸 순간 민원실 근무중이던 경찰관이 날라차기로 라이터를 날려버렸습니다. 덕분에 근무 중이던 전경은 주옥됨.
4. 조수석 식칼남 사건
본인이 직접 격은 사건입니다. 새벽 근무 중이었는데 경찰서에 택시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원래 경찰서는 밤에는 통제를 하는데 그냥 밀고 들어오는 겁니다. 머야? 하면서 택시 운전자 쪽으로 가니 벌벌 떨면서 작은 목소리로 '도와주세요'이라는 겁니다. 조수석을 보니 눈이 풀린 왠 남자가 앉아있는데 손에 식칼을 들고 있더군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겁니다. 원래 밤 근무는 2인 1조 근무(입좌초 각 1인)가 원칙인데 고참 씨빠빠가 자리에 없는 틈에 일이 일어난 겁니다. 민원실에 연락을 하려고 해도 자리를 뜨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남자를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수하러 왔는데요."
"뭘..."
"칼 신고하러 왔는데요."
부산 사투리였으나 뭐, 대략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듯 하여 조수석쪽으로 이동하여 최소한의 안전거리는 유지하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내심 누군가가 밖으로 나와주기를 바라면서...
"신고하러 왔으면 일단 차에서 내리셔야죠."
"아, 그러네요. 일단 내려야겠네."
남자는 만취상태였고 시키는대로 잘 따라했습니다.-_-; 남자가 내리자 택시기사는 바람같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남자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술을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식칼을 들려있었고 이 칼로 무슨 짓을 한 것 같아서 자수를 하러 왔다고 하는 겁니다. 일단 말로 잘 타이르면서 시간을 끄는데 이 남자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안으로 그냥 들여보낼 수는 없고 몸으로 막았다가 남자가 칼을 휘두르거나 찌르면 황천길 갈 수도 있는 상황에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저, 저기요! 경찰서에는 칼 들고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저 주세요!"
"...아, 그러네. 여기요."
휑.......남자는 자루쪽이 오도록 제 손에 식칼을 넘겨주었습니다. 예의 바른 괴한은 이후 제 손에 이끌려 강력반 당직 형사에게 인도되었고 취조실의 이슬로 산화하였습니다.
5. 바다이야기 사건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고간 바다이야기 사건...이 사건에 치를 떠는 이가 있으니 바로 접니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을 나가서 게임기를 모두 수거해야했는데 3번 출동 나가서 수거한 게임기가 수백대입니다.-_-; 한번 나가봐야 7,8명이고 새벽에 나가면 다음날 점심에 작업이 끝납니다. 차라도 큰거면 모르겠는데 고작 2톤 트럭한대라 몇개 실어나를 수도 없습니다. 너무 열 받아서 게임기 조정하는 PC에서 RAM 몇개 뽀린 건 자랑.
6. 내가 간다! 사건
전의경에게 무전기 충전이란 생명과도 같은 일과입니다. 그날도 무전기를 충전하면서 여기 저기 무전을 듣고 있는데 이런 내용의 무전이 날라왔습니다.
"왠 젊은 여자가 도로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 던지고 있다. 출동 바람."
실제로는 경찰 음어였으나 그걸 쓸 수는 없고...아무튼 저런 무전이 날라왔는데 그 후로 폭풍같은 무전이 날라 들어옵니다.
"내가 간다."
"내가 그 근처다."
"우리가 제일 빠르다 내가 간다."
민중의 지팡이는 오늘도 이상무입니다.
7. 노블레스 오블리제
경찰서 있으면서 교통사고 때문에 난장판이 되는 건 매일 있는 일이었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년간 경찰서 생활 중 최악의 사고가 있습니다. 바로 BMW 7 시리즈를 폐지 모으는 할머니가 리어카로 박아버린거죠. 내리막길에서 옆면을 그대로 긁고 지나가서 견적이 끔찍했습니다. BMW 차주는 할머니 한번 차 한번 보고는
"휴....제가 알아서 할테니 할머니는 그냥 가세요."
라고 말했고 정말 변상은 요구 안했습니다. 물론 딱 보기에도 어찌 할 수 없었겠지만 리어카라도 팔아먹을 것 같은 인간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 저정도면 따뜻한 미담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외에도 참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동 유괴사건, 수백억원 위조 상품권사건, 뽕쟁이 검거, 조폭 패싸움, 실종자 수색 등등... 저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군대를 다녀 온 분들보다 편하게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좀 멀었지만 반쯤 사회에 걸쳐있는 생활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회에 걸쳐 있는 생활 덕에 참 괴상한 일도 많이 겪은 것 같습니다. 밀리터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런 일도 있구나...하시라고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