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행 중인 5.18 광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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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항쟁이 일어난 지 올해로 33년째이다. 전두환 신군부 일당의 정권찬탈 음모에 맞서 궐기했던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저항의식이 빛난 5월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고 민중들이 원하는 새 사회에 대한 염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5.18 광주항쟁을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는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5.18 광주항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아직도 광주항쟁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광주항쟁의 정신이 올곧게 계승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출처: 연합뉴스
불완전한 광주항쟁 규명
전두환과 노태우가 주동이 된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짓밟았던 것에 대해서는 한국 법정에서 부족하나마 심판을 내린바 있다. 1995년 전 국민적인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 운동의 결과 전두환과 노태우 등의 신군부 일당은 군사반란 및 내란혐의와 5.18 광주 유혈진압에 대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1심 법원은 전두환을 내란 및 반란의 수괴로 판시, 사형 판결을 내렸고 노태우에게는 징역 22년 6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전두환에 관한 형은 무기징역으로 노태우는 17년으로 감형되고 확정되었다. 그리고 부족하게나마 이와 관련된 신군부 일당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전두환의 정권찬탈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미국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광주항쟁 당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공개된 미국 비밀문서 에는 미국이 신군부 일당의 병력배치를 이미 알고 있었고, 병력의 이동을 승인하였으며, 5월 22일에는 필리핀 수빅만에 있던 항공모함 코럴시호를 부산에 파견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광주항쟁이 일어난 지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사과를 표시하거나 책임을 진 일이 없고, 한국정부도 미국에 대해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5.18 광주항쟁은 당시 민중들의 군부독재에 대한 투철한 저항정신과 민주주의, 반독재민주화에 대한 염원이 분출했던 투쟁이었다. 또한 항쟁기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줄곧 불렸던 것에서 드러난 것처럼 군부독재와 분단을 극복한 새 사회를 염원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최근 5.18을 두고 당시 광주시민의 숭고한 5.18 정신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자행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5.18 기념 성명을 통해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며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북한의 안보위협과 이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혼돈 및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공통의 해법을 찾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5.18 정신을 반북대결정책으로 귀결짓고자 하고 있다.
5.18 정신을 외면해 온 한국 정부
5.18 정신은 반독재민주화 정신이고 민중이 주인되는 통일된 새 사회를 염원하는 정신이다. 그러나 역대 한국 정부는 5.18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
광주학살의 책임자 전두환, 노태우와 야합해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 김영삼은 ‘12.12 사태’에 대해서 ‘쿠데타적 하극상’이라고 규정하며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판하였으나 5월 광주항쟁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훗날 역사에 맡기자면서 처벌을 회피하였다. 광주항쟁에 대한 공소시효가 막바지에 다다르던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려 하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은 범국민적인 책임자 처벌 요구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내란죄 등의 혐의로 구속하였다.
그러나 김영삼은 이들을 오래 잡아둘 생각이 없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1996년 전두환과 노태우의 형이 확정된 직후인 1997년 초부터 김영삼은 전두환-노태우를 특별 사면할 계획을 가졌던 듯하다. 김영삼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죄 값을 치르기도 전인 1997년 12월 21일, 특별사면을 통해 두 학살자를 풀어주었다.
알려진 바와 달리,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한 책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 보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있다. 김영삼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발표하면서 “국민화합”을 내걸어, 전두환 노태우 사면의 부담을 당시 막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김대중 당선자에게 떠넘겨버린 것이다.
김영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전두환 ‘황제 경호’를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1995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는데, 이 법률 개정안에는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전직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박탈된 전두환이 1년에 8억 이상의 비용의 드는 경호를 받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전두환의 ‘황제 경호’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있었다면 관련법을 개정하여 지금까지 전두환에게 ‘황제경호’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5년 동안 관련법 개정은 없었다. 이것도 모자라 전두환은 언론에서 꼬박꼬박 ‘전(前) 대통령 칭호를 받고 청와대에 초대받는 등 이미 박탈된 전직대통령 대우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 2012년 6월에는 내란죄로 사형까지 받았던 반란 수괴임에도 불구하고 육군 의장대 사열까지 받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5.18 광주항쟁에 대한 노골적인 푸대접이 이루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광주에 방문한 이후 2009년부터 4년 동안 5.18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10년 행사에는 광주항쟁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님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집어넣어 5.18 관련 단체들이 이에 분노, 행사에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2012년에는 국무총리를 통해 대독시키던 기념사까지 빼버리기도 했다.
2013년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광주항쟁 왜곡시도
현재 보수세력들은 5.18 광주항쟁에 흠집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라는 임천용이란 자는 종편채널인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에 대거 침투해 1개 대대가 들어왔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 임천용은 당시 시민군을 “북한에서 온 게릴라들”이라고 표현하였다. <채널A>에서도 김명국(가명)이라는 탈북자가 출연하여 자신이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이며 5.18 당시 광주에 들어가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임천용은 2006년 11월 한국논단과의 인터뷰에서는 450명의 인원이 내려왔다고 주장했다가 12월 기자회견에서는 300명으로, 2007년 뉴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는 2개 대대가 내려와 600명이 남파되었다고 말하였고 생환인원도 1/3 이었다가 2/3이었다가, 절반이 되기도 하는 등 횡설수설을 반복하고 있다.
“일간베스트”를 비롯한 일부 보수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거들에 의한 광주항쟁 왜곡 조작도 심각하다. 이들은 인민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근거도 없는 거짓을 날조하고, 심지어 시민군에게 ‘조선인민군’ 마크가 있는 실탄 사진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사진까지 조작하면서 광주항쟁을 왜곡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항쟁 당시 최초희생자를 경찰이라고 주장하고, 희생자의 70%가 시민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시민군이 북한군이 사용하는 AK소총을 사용한다는 식의 거짓선동으로 광주항쟁을 폭동인 것처럼, 북한군이 광주항쟁에 개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일간베스트에서는 광주항쟁을 ‘전라디언들의 폭동’, ‘돌아가신 계엄군을 위해 묵념하자’, ‘전땅끄(전두환)께서 폭도들을 밀어 버리셨다’, ‘5·18은 북한 특수부대와 연계된 무장폭동’이라고 묘사한 내용의 유언비어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고, 심지어 광주항쟁 당시의 희생자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모욕하는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다.
▲ 일간베스트에서 광주항쟁당시 ‘조선인민군’ 마크가 있는 실탄 사진이라고 조작한 사진
뿐만 아니라 전두환에 대한 미화 움직임도 있다. 전두환의 모교인 대구공고 홈페이지에 전두환을 찬양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5월 7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모교를 빛낸 동문’란에 올라온 전두환을 설명한 글에서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단임제의 실천’을 들 수 있다”며 “한국 정치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이라는 찬양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가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고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5월 9일에는 대구공고 동문회장이 CBS라디오에 출연하여 “전두환 미화글을 또 올릴 수 있다”고 하며 “전두환을 꼭 나쁜 쪽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5.18 광주항쟁 훼손 시도
박근혜 정부도 보수성향의 전직 대통령들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5.18 기념행사에 방문한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광주 영령들이 모셔져 있는 망월동 묘역 입구에서 참배객들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검문검색을 실시하여 추모행사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가 하면, 경찰이 묘역 입구에서 농성하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에 딴죽을 걸면서 5.18 광주항쟁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5.18 광주항쟁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하였으나 보훈처는 이를 거부하였다. 보훈처는 오히려 4월 25일, 4800만원을 들여 ‘님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공식 추모곡’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하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보훈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행사 때 제창하지 않고 합창으로 대체하겠다고 결정하여 5.18 관련단체가 참가를 거부하고 나서 결국 행사는 파행되고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다.
보훈처는 5월 17일 보도자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행사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일부 노동·진보 단체들이 민중의례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며 △정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하였다. 보훈처는 5.18 광주항쟁을 국가 공식 행사로 보는 것이 아니라 2012년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합진보당에 종북몰이를 했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광주항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5.18 광주항쟁은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
지금 보수세력들은 ‘반독재민주화’의 상징이며 통일을 염원하는 민중들의 ‘새 사회에 대한 지향’을 밝힌 5.18 광주항쟁을 흠집내고 왜곡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는 5.18 광주항쟁이 80년대 이후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자 상징이고, 광주항쟁을 통해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는 한미관계의 본질이 드러났으며 분단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민중들의 열기가 분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수세력들은 분단과 미국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5.18 광주항쟁은 민중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스스로 무장까지 하면서 독재에 저항했고 미국과 분단문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뒤흔든, 눈엣가시 같은 사건일 수밖에 없다.
2013년, 광주의 정신은 1980년 광주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 독재로 회귀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한 ‘반독재 민주화’ 정신, 지금의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을 이루자는, ‘우리의 소원을 통일’을 부르며 통일된 새 사회를 염원했던 그 정신이 1980년 광주의 정신이며 2013년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