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용석 기자 = 7년을 기다린 메이저리그 복귀였지만 세 번의 헛스윙을 하는데는 고작 33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관중들은 어떠한 홈런 타자도 받기 힘든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애덤 그린버그(31)를 응원했다.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그린버그는 2005년 7월9일 마이애미 말린스(당시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감격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그린버그는 첫 타석에서 당시 투수였던 발로리오 델 로스 산토스의 92마일(약 148㎞)짜리 초구 직구를 뒤통수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후유증은 극심했다. 뇌진탕 판정을 받은 그린버그는 심한 현기증을 시달렸고 심지어 시각장애까지 앓아 일상생활마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린버그는 1955년 빈볼을 맞고 한 타석만에 은퇴해야 했던 전 필라델피아 소속 최단명 메이저리거 프레드 반 두센의 뒤를 밟는 듯 했다.
하지만 그린버그는 결코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컵스에서 방출된 후에도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를 전전하며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타석에 나서길 꿈꿨다.
우연히 그의 사연을 접한 한 야구팬이 웹사이트(www.oneatbat.com)를 개설해 그린버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며 지난해 겨울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연을 전해들은 마이애미는 그린버그와 하루만 유효한 계약을 맺고 그에게 한 번 더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린버그는 3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린버그가 7년을 기다렸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투수가 올 시즌 너클볼을 앞세워 20승(6패)을 수확한 R.A.디키라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타자와 똑같이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던 디키는 그린버그에게 주무기인 너클볼 3개를 던졌다.
초구를 그대로 흘려보냈던 그린버그는 2, 3구에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러봤지만 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린버그가 삼진아웃을 당하는데 고작 3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록 3구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말린스 파크에 모인 2만9709명의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린버그를 맞았다. 수많은 박수갈채 속에는 최단명 메이저리거인 프레드 반 두센도 있었다. 마이애미의 아지 기옌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도 덕아웃으로 돌아온 그린버그의 등을 두드리며 복귀를 축하했다.
'정말 마법같은 일'이라고 기쁨을 표현한 그린버그는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지난 7년은 모두 잊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치가 있다"고 즐거워 했다.
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에너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다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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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만 읽어도 소름이 돋네요.. 아으.. 진짜 어떤 기분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