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년 지난 베오베행 티켓.
이거면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겠죠?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일입니다. 저때가 대학 3학년때이니 시간이 벌써...
아래에는 당시 과 익명게시판에 썼던 글입니다. 같은 과 친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생각에 썼던 글인데 다시 보니 민망하기 그지없군요.
그래도 수정 없이 그냥 올립니다. 어린시절의 미숙함을 꾸짖는 의미에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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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망설이다가 글을 씁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지 않습니까. 친구들에게 완전히 비밀로 한 일도 아니니 어차피 누구인지 알려질 수도 있는 일이고 해서 그냥 조용히 있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어떠게 보면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기에,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잘못 알고 계신 분이 의학도인 우리들 중에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어, 제 경험이 혹여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있으신 분이 본다면 '코디네이터(이식 상담 담당자)분들이 다 이야기하는 내용을 뭣하러 또 떠드냐-'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경험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좀 다르게 들리지 않을까 해서 쓰는 글입니다.
이런 글을 굳이 두드리기로 결정한 저의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_)(_ _)(-_-)
그렇기 때문에 먼저 밝히는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BM donation은 힘들지 않다'는 것이고요, 두번째는 'BM donation 을 함으로서 얻는 이득이 만만치 않다'는 부분을 이야기하여 결국 누구나 별 부담 느끼지 않고, 마치 좀 많이 헌혈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BM donation을 생각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처음 KMDP(한국 조혈모 세포 협회 ... 가 맞을듯하네요 -_-;)의 일치 환자가 있다는 전화를 받은건 2005년 초였습니다. 본래는 4월쯤에 하려던 것이, 환자분 상태가 호전되어 일단 무기한 연기되게 되었지요. 그랬다가 결국 지난 11월에 다시 연락을 받았습니다.(사실 이부분이 약간 애매한데, 환자분 상태 때문에 연기된 건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연기된 건지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안 알려주시더라구요.)
절차의 진행은 간단합니다. 1. 먼저 전화로 동의를 구하고, 2. 확인 검사를 위한 채혈을 합니다. 확인 검사에서 일치 판정이 나오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일정을 상당히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겁니다. 물론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야 하겠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환자분 상태가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서 시험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는게 가능했습니다. 아마 대략 1~2개월 정도는 일정을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시간이 없어서 힘들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다면, 감안하셨으면 합니다. (우리 윗학년에 인턴 일정이 힘들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하신 분이 있다 하더군요...)
이 확인검사의 결과가 나오는데만 대략 한달정도 걸립니다.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다시 한번 동의를 구하고, 동의하면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Admission panel 쭉- 하고, chest PA, Pelvic AP, PFT 를 합니다. 평소에 건강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 공짜로 건강검진 받을 찬스 되겠습니다. -_-;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부터 철분제를 복용하기 시작합니다. 상당히 비싸보이는 철분제를 필요량의 대략 두배정도 협회측에서 사 주는데요, 평소 빈혈이 있었지만 치료하기 귀찮아서 내버려 두셨던 분들 - 빈혈을 말끔하게 치료할 찬스 되겠습니다. -_-;;; 철분제의 부작용은 제 경우에는 melena 외에는 특별히 없었습니다.(식사하시기 전에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면 변기속 내용물을 보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_-;)
건강검진으로부터 대략 한달 뒤에 BM harvest 를 하는데, 이 사이에 자가헌혈을 두번 합니다. 저는 640ml 을 했습니다. 자가헌혈을 하고 나면, 헌혈자가 헌혈팩에 사인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방금 뽑은 땃땃한 핏주머니를 만지는 느낌이란... 아햏햏 하더군요 -_-; 여기까지 기증자가 처리해야 하는 서류작업이라든지, 부담해야하는 비용 같은건 전혀! 없습니다. 모든 절차는 코디네이터 분이 나오셔서 다 진행해 주시고요, 시간 맞춰 몸만 가면 이미 다~ 준비 되어있습니다. 심지어는 검사의 대기번호를 미리 받아 놓기까지 하시더군요.
대망의 D-day가 되면, 오후 4시 정도까지 몸만 가서 입원하면 됩니다. 정말 몸만 가면 됩니다. 진짭니다.
저는 이것저것 싸들고 갔는데요, 막상 병실에 들어가 봤더니 완벽한 세면도구 세트(샴푸 린스 폼클린징 바디클린저 스킨 로션 면도기 치약 칫솔 포함 -_-;)에 여분의 칫솔, 여분의 치약(집에서 쓰는 큰것), 새 비누, 심지어는 양치용 컵에 보습용 로션까지 사다 놓으셨더군요 -_-....
그리고 중요한것. 병실은 어떤 병실일까요?
'특실' 입니다. 두둥~ 환상적인 전망에(창경궁이 보이더군요) 개인 TV, 냉장고, 가습기도 있습니다. 욕실에 샤워 부스도 있고요. 방도 무척 크고, 간병하실 분이 있으면 편히 잘 수 있는 넓은 쇼파도 있습니다. 침대는 버튼 몇개만 누르면 이리저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_@ 침대 머리맡에는 방 전체의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는 리모콘도 달려있습니다.(무슨 병원 광고같군요 -_-;)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든 분들이 과잉친절을 베풀어 주십니다. 일단 코디네이터 분들은 세사람이 사흘간 먹어도 다 먹기 힘들 정도의 간식과 음료수, 과일 등을 마구 사다가 쟁여 놓아 주시고, 간호사분들과 주치의 선생님도 민망할만큼 잘해주십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막 황송해 지려고 하네요.
심지어 수술 동의서도 팰로우 선생님이 받아주십니다. -_-;
수술 일정도 엄청나게 배려해 주십니다. 수술은 일찍 할수록 금식 시간이 짧아져서 좋다는거 아시죠? 전 12시부터 금식해서 아침 7시 20분에 수술장 들어갔습니다. -_-; 이쯤 되면 금식이라 할 수도 없죠.
대망의 수술 시간이 되면, 일단 수술을 받는 환자의 기분이 어떤 것일까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마취는 척수마취를 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마취과 교수님이 나오셔서 해주시더군요 -_-;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국소마취할때 눈곱만큼 따끔한 느낌 이후에 아무 아픔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환자분들이 척수 마취 받는것 볼 때는 제법 아파들 하시는것 같아서 내심 긴장했었는데 허무해지더군요. 뭔가 needle 이 들어가는 것 같더니 끝이었습니다.
BM harvest 는 엎드려서 받습니다. 바지를 너무 내리면 민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엉덩이 절반정도밖에 노출시키지 않더군요. 노출도는 매우 낮았습니다. 방포를 씌우고 시술을 시작합니다. 뭔가 몸에 닿는것 같다는것 정도는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고통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마취과 팰로우 선생님이 머리맡에서 계속 괜찮으냐고 물어보십니다. 민망하죠 -_-; 전 처음엔 sedation 시켜주시겠다는걸 한번 제대로 체험해 볼까 해서 거절했었는데,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지겨워요 -_-;; 중간엔 약간 졸기조차 했습니다. 그정도로 편안합니다. 어찌나 챙겨주시는지...;;
시술은 그게 끝입니다. 힘든게 전혀 없죠. 시술하신 팰로우 선생님이 '수고했다, 고생했네' 하시는데, 정말 민망했습니다. 팰로우 선생님은 상당히 단단한(시술중에 '너 뼈가 왜이렇게 튼튼하냐'고 불평하셨을 정도)제 뼈를 뚫고 골수를 뽑아내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는데, 전 졸았거든요. 하지만... 고생이라고 할 만한 건 그 다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지혈을 위해 환부에 샌드백을 대고 대략 4시간 이상을 바로 누워있어야만 합니다. 이게 고역이더군요. 마취가 풀리기 전에는 견딜만 하다가 마취 풀리면서부터 허리가 상당히 아픕니다. 그렇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데메롤도 팍팍 주시고, 달라고만 하면 몰핀까지 주신다는데 ... 그것까지는 안 맞아봤습니다. 그렇게 마약빨로 버티면서 지혈을 하고 나면 둔중한 통증만 남습니다. 그런 뒤 하루에서 이틀정도 정양하고 퇴원하면 끝입니다. 기증자가 아파하면 입원 일정을 연장해 주니, 아픈데도 병원서 쫓겨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부작용 생겨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거나 하게 되어도 발생하는 비용은 전적으로 협회측에서 부담합니다.
남는 통증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하는데, 뼈가 튼튼한 사람일수록 더 아프다고 합니다. 뼈가 비교적 약하신 분들이 좋겠죠.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고는 하는데, 지금 시술 이틀째인 저도 걷거나 하는데 별다른 지장 없습니다.
자, 그러면 BM donation 과정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쯤 하면 될것 같고요...(너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골수 기증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느냐? 하는 이야기만 해 보죠.
한 생명을 살리고 ... 어쩌고 하는 숭고하지만 먼 이야기는 일단 좀 제껴놓겠습니다. recipient 는 얼굴도 못보거든요.
좀 속물스럽지만, 실제적인 이야기만 해 보죠. 일단, 골수기증 하는 동안 한 2-3일 가량을 푹- 쉴 수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된 요양이지요. 병실 시설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만큼 괜찮더군요.(특실식이 따로 나오는데, 정말 맛납니다. ^^)
그리고, 이 좁은 동네에서 얻게 되는 평판에의 이득도 무시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시술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학생부학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무심결에 인사를 했는데, 학생인걸 알아보시고는 '왜 blood 씩이나 맞고 있냐' 고 하시더군요. 'BM donation 했습니다.' 하니까, '아~ 너구나' 하시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밖에도 만나는 선생님들께 '의대 3학년생인데요...'하는 식으로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다 알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환자가 되어본다는것, 우리에게는 이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설명을 들은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니까요. 매우 특별 취급을 받는 환자라서 실제 환자들이 느낄 법한 느낌과는 좀 거리가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3학년 중, 돈주고도 할 수 없는 가장 값진 실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BM donation 을 할 수 있는 대략 2만대 1의 행운을 잡으신 분들!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제대로 아파보기 전에는 느끼기 힘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강력 추천합니다.
긴 글 읽어주신데에 감사드리고, 끝으로 혹시 저를 아는 분이 계시더라도 BM donation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말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스로가 굉장히 득을 봤다고 생각하고, 이미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칭찬의 말씀을 하시면 민망해서 정말 견딜수가 없습니다. -_-;
저때는 3학년 나부랭이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 결혼을 눈앞에 둔 30대로군요.
자랑 하나 더 하자면, 골수기증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골수기증하면 SKY
보증하는데, 합병증 거의 없어요. 그러니 조혈모세포협회에 연락해서 기증자 등록 하시길.
http://www.km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