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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기를 실천한 사람들
게시물ID : history_93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방공대생
추천 : 3
조회수 : 9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22 21:55:38

한글이 모음과 자음을 구별하여 창제되었을 때부터 풀어쓰기에 대한 논의는 존재했다. 한글은 음소문자로 음절문자 보다 소리의 기본 단위를 더욱 세분화해 문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문자형태이다. 음소문자는 흔히 음절문자보다 더욱 발달한 형태라 평가받는데, 세종대왕은 음소문자를 만들고 이를 모아 써서 음절문자를 탄생시켰다. 이는 음소문자와 음절문자의 중간형태라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음소문자에서 더욱 발전한 형태로 보아야 하는가? 왜 모아쓰기를 하였는가?

풀어쓰기에 대한 논의는 1908년 국문연구소의 <국문연구안>에 처음 공식적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논의가 지속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60년간 풀어쓰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지게 된다. 주시경은 <국문연구안>안의 논의 과정에서는 가로쓰기를 사용하되, 풀어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 이후 1908년부터 1914년 작고할 때까지 풀어쓰기에 대해 연구하여 풀어쓰기 지지자들의 대 스승이 되었다. 그는 조선어 강습소 수료 증명서에 가로 풀어쓰기를 사용하였고, 문법서 <말의 소리>에서 풀어쓰기에 대한 그의 소신을 밝히기도 하였다. 주시경은 결국 풀어쓰기 방법이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주시경은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인 인물이었다. 만해 한용운이 작성했던 논설문 조차도 국한문혼용체로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신문을 오로지 한글로만 작성할 생각을 한 사람이다. 이는 당시 <독립신문> 창간의 주역들이 대다수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 계열 지식인들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들은 성경 번역과 교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많이 접하였고, 로마자 표기 또한 깊게 이해하였다. 성경 번역을 하며 국한문혼용체 보다는 만인이 읽을 수 있도록 순 우리말로 작성하였고, 영어 로마자에 등장하는 띄어쓰기를 한글에 도입하여 가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깊게 고민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연스레 한글이 로마자와 같이 음소문자 임을 자각하고, 풀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발전해 나아갔을 것이다.

주시경 또한 배재학당 수학 경험과 선교사 아젠펠러의 출판사 직공 경험 등을 통해 풀어쓰기 논쟁에 대해 지각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는 풀어쓰기가 읽기와 쓰기와 인쇄에 더욱 유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전수하기 위해 힘썼다. 주시경 후대 그의 제자들에 의해 풀어쓰기 논의가 더욱 활발해 졌으며, 김두봉의 풀어쓰기안과 조선어학회의 가로쓰기안은 각각 북한과 남한의 풀어쓰기 논의의 이론적 중심이 되었다. <한글>지에서는 계속하여 풀어쓰기 운동을 진행했으며,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의 색인에도 풀어쓰기가 포함되었다. 다양한 풀어쓰기 필기체와 대문자체가 연구되었고, 해방 후 최현배의 <글자의 혁명>이 문교부의 연구 총서 책으로 지정됨에 따라 풀어쓰기에 대한 연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승만 정부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개정하며 형태주의 표기법에서 음소주의 표기법으로 전환하였고, 이에 대한 혼란으로 표기 방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어심의회 한글분과위원회는 소리대로 적는 음소주의 표기법에는 풀어쓰기를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 내렸다. 풀어쓰기가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가 강하게 작용하였는데, 아직 국한문혼용체가 지배적인 시절에 음절문자였던 한문과 음소문자의 공존은 매우 이질적이였기 때문이다. 대중의 강한 반발 앞에 문교부는 한글 간이화 정책으로 선회하였고, 이를 계기로 60년대에는 풀어쓰기의 논의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풀어쓰기에 대한 논쟁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북한의 문자 개혁은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번져 목숨이 오가는 격론으로 확대되었다. 북한의 풀어쓰기 주장은 연안파의 수장이자 내무국 부수상이였던 주시경의 제자 김두봉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깁더 조선말본>에서 일찍히 문자 개혁을 주장했던 그는 <신철자법>을 발표하며 그의 주장을 공론화 했으나, 그 역시 대중의 현실론적 반발과 그의 강력한 영향력을 경계하던 다른 학자들의 견제를 받기 시작한다. 1956년 연안파 대숙청의 계기가 된 종파 사건으로 풀어쓰기 논쟁은 정치적 비화로 확대되었고, 김두봉이 숙청됨에 따라 북한의 풀어쓰기 논의는 통일 이후로 미루는 사업이 되었다.

풀어쓰기의 장점으로는 첫째로 읽기와 쓰기가 쉽다는 점이다. 필기체를 만들어 속도를 올릴 수 있고, 알파벳처럼 덩어리씩 읽을 수 있다. 둘째로, 활자 수를 줄여 타자기 제작이 용이해진다. 셋째로, 받침이 없어지며 소리나는 대로 적기 때문에 철자법이 간단해 진다. 넷째로, 음절문자인 한자의 사용이 급격히 줄어든다.

위의 첫째, 둘째, 넷째 이유는 개화 당시 빠른 지식 전파와 자립화를 위한 중대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자화가 충분히 진행되고 타자기의 사용이 줄어든 지금은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해 졌다. 이는 일본의 로마자 사용 운동이 사그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개혁의 시기를 놓쳐 버렸다는 점에서 풀어쓰기 논의는 그 수명을 다했다고 평가 받는다.

한글의 풀어쓰기와 모아쓰기에 관한 논쟁은 조합형/완성형 논쟁에 비해 자세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논쟁이다. 풀어쓰기의 장점 또한 모아쓰기와 비교하여 매우 많겠지만, 표기 방식 교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적응 문제 등으로 문맹률이 거의 바닥을 기는 현 상황에서 풀어쓰기는 다시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풀어 쓰기는 여러 장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글꼴이 매우 간단해 진다는 것이다. 이는 금속 활자를 만드는 기계화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아쓰기로 인해 엄청난 수의 글꼴이 필요해 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화권 문명은 금속 활자를 널리 사용하지 못했다. 둘째로, 한자의 영향을 떨쳐 낼 수 있다고 한다. 한글이 모아쓰기를 하는 이유는 음절에 맞게 분리하여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데 이 음절 단위는 대부분 한자 단위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풀어쓰기를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 ㅇ이나 ㅡ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나, 글자가 단순해져 배우기 쉬워진다는 점이 있겠다.

그러나 풀어쓰기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현대 정보화 시대에 활자 제작의 불편함은 매우 사소한 점으로 비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였고, 오히려 빠른 정보 전달과 정보의 압축성 측면에서는 모아쓰기가 훨씬 편하다는 반론이다. 확실히 동일한 문장을 각자 한글과 영어로 쓰면 한글이 그 길이가 매우 짧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정보의 압축성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강점이다.

또한, 풀어쓰기를 하면 한자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는데, 실제로 풀어쓰기를 시행하였더라면 늘어난 문장 길이 때문에 압축성을 이유로 국한문혼용체를 고집하는 세력이 더 많아졌을 것이고 끝끝내 국한문혼용체를 받아들여 일본처럼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현재 동일한 뜻의 순 한글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한자 단어를 사용하는 원인은 좀더 명확한 뜻과, 문장 길이의 압축성 때문이다. 실제 계약서나 법문처럼 뜻이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작성되기를 선호하는 분야는 아직도 한자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근본적으로 한자 문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던 한국 사회가 풀어쓰기로 인한 떨어진 글의 압축성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국한문혼용체를 썼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경우 풀어쓰기는 주장과 반대로 한자의 영향력을 높일 빌미를 주게 된다.

ㅇ과 ㅡ등의 글씨를 없애는 것 또한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애초에 ㅇ이 생략되지 않은 이유 또한 구별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ㅂㅏㄹㅡㅁ은 발음인가? 바름인가? 또한 발음과 바름은 발음 자체도 약간 다르다. 이러한 미묘한 발음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ㅇ 등의 문자는 생략되면 안되고, 더불어 글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무의로 돌아간다.

풀어 써야 디자인 측면에서 더욱 좋다는 주장 또한, 세로쓰기를 포기하는 풀어쓰기야 말로 디자인 측면에서 부적격하고, 정사각형에 조화롭게 모인 모아쓰기야 말로 좀 더 미학적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풀어쓰기를 하면 음의 연철화를 가속화 해 표음성이 떨어지는 데에 일조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풀어쓰기와 모아쓰기에 관한 논쟁은 이미 명백한 이유들로 인해 끝난 것 같다. 오히려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며 발생한완성형/조합형 논쟁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엄밀히 분석해 보자면 이 전산적 논쟁은 모아쓰기를 채택함으로써 발생한다. 그렇다고 모아쓰기를 포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초성+중성+종성의 합성의 결과 새로운 한 음절 문자가 생긴다는 현 한글 체계는 사실 부정확한 설명이다. 한글 한 글자가 한 음절을 나타낸다는 생각은 매우 한국중심적이다. 예를 들어 고악을 빠르게 말하는 것으로 간주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중간의 발음기관 변화를 허용하는 틀 내에서 음절을 생각 한다면, spring같은 단어 또한 외국의 관점처럼 충분히 하나의 음절로 간주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한글 체계 하에서는 스프링의 표기법만 존재하며, 이는 글자수의 분류로는 3음절로 이루어 진 단어이다. 오늘 보았던 비디오 자료에서는 혜례본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원래 한글 체계를 동원하면 스프링을 한 음절로 표현 가능하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자면 현 한글 체계는 모든 음절을 한 독립된 한 음절로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완성형의 경우 새로운 스프링표기를 하지 못하는데, 오로직 통계적 결과로 자주 사용되는 문자들 몇몇 개만 그 문자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번학기 전산학 수업을 듣는 룸메이트가 전산학과 최광무 명예교수님의 오토마타 수업을 수강하였는데, 조합형 한글 오토마타를 제작하는 것이 과제로 나올 정도로 조합형 알고리즘의 원리는 어렵지 않다. 다만, 예전에 컴퓨터가 발달하지 못했던 때, 메모리와 여러 연산속도의 한계 때문에 완성형이 더욱 돋보였던 때가 있었다. 2013년 현재, 스마트폰은 조합형 글꼴을 받아들이기 충분하고, 통신, 연산, 메모리 환경 또한 그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었다. 우리가 굳이 유니코드라는 세계적 규격 안으로 완성형 글꼴을 가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0 1로만 이루어진 기계어에 매우 가까운 어셈블리어로 시작한 프로그래밍이 컴퓨터 성능의 발달에 따라, 점차 BASIC이나 C 언어 등을 거치며, 연산처리에 약간 더 무리가 가긴 하지만 좀더 인간 친화적이고, 작성하기 쉽고(, 가독성이 높고), 고급 문법을 구사하기 쉬운 JAVA같은 고급 언어로 발전하며 더욱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정보화 시대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모아쓰기를 유지하며 새로운 조합형 방식을 택해야 끊임없이 변하는 한글을 제대로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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