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보건의료분야에서 추진하는 ‘투자활성화대책’의 골자는 ①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과 ②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이다. 이 정책은 내용적으로 ‘의료민영화’라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추진 절차에서도 ‘위헌·위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보건의료단체들은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법인과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의료업과 부대사업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없이도 ‘영리 자회사’ 설립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절차에 대한 비판보도가 나오자 “자법인 설립 가능여부에 대해 의료법 해석상 견해의 대립이 있다”며 논란을 인정했다. 하지만 ”의료법에서 별도 제한규정이 없으므로 의료법상 부대사업 수행으로 한정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을 들었다.
▲ 정부는 '병원 자회사의 수익은 의료기관으로 돌아간다'고 홍보한다. 이미지=보건복지부 갈무리.
‘의료법 개정 사항’에 대한 판단이 다른 건 ‘영리 자회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리 자회사가 설립되더라도 의료법과 정관의 목적사업을 벗어나, 상법상 회사와 같은 무제한적인 수익사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영리 자회사가 병원의 ‘비영리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보건의료단체들은 영리 자회사는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병원 스스로는 못하지만, 영리 자회사를 통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사업을 한 후 이윤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건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 “어머 이건 봐야 해” 의료민영화 8문8답]
이처럼 ‘영리 자회사 허용’의 파장이 엄청나며, 결국 의료법을 훼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에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1월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법 개정사항‘이라는 의견을 냈고, 지난 2일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 중 일부 부대사업(숙박업, 여행업 등)은 의료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 이미지='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의료법 조항 어디에도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이 없다”며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법률근거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의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법 제49조(부대사업)에도 의료기관이 직접운영 또는 임대·위탁운영 방식으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회사 설립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규칙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으로 법 원칙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낸 자법인 설립 운영 가이드라인은 그야말로 병원의 자회사 설립 운영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이에 대한 규제나 금지 그리고 불법시 취소에 관련된 권한이나 조항 혹은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의료민영화저지특위 위원장인 김용익 의원도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의료법인에 영리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