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입니다. 남자가 변태인 건 당연하다고 보지만 전 이상하게 또래 아이들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성욕?
네. 성욕이라고 하죠. 그게 제 주변 아이들보다 심각했던 겁니다.
어릴 땐 전혀 몰랐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속칭 범생이라고 불리는 무리에 속해서 친구들과는 거의 음담패설을 하지 않았었죠.
고등학교 때에도 지역에서 명문이라고 쳐주는 곳에 가서 질 낮은 음담패설은 싸구려 드립 취급을 받는지라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 느끼고 말았죠.
타지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느라 기숙사를 사는 수 밖에 없었고, 좀 싼 데를 가느라 4인 1실이 기본인 기숙사로 들어간 겁니다.
솔직히 남자들끼리 방에서 술먹고 하면 나오는 게 음담패설이지 않습니까?
거기서 저는 제 잘못된 성욕을 깨닫게 된 겁니다.
제가 그런 쪽에 눈을 뜬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습니다.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지만 3학년일까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여름만 되면 얇아지는 또래 여자 아이들을 몰래 훔쳐본겁니다.
물론 저는 얌전한 성격이라 당사자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집착하진 않고 쉬는 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슬쩍슬쩍 엿본 것 뿐이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에 또래 여자아이 가슴에 집착했습니다.
아, 기억나는 일화가 있네요. 초등학교 4학년 때.
6.25 특집으로 학교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틀어주었죠. 저는 맨 앞자리에서 보고 있었구요.
그러다가 허리가 뻐근해서 고개를 뒤로 돌렸는데 또래 여자아이 하나가 헐렁한 옷을 입은 채로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더군요.
당연히 그 나이대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상반신이 훤히 드러나보였습니다.
두 눈에 그 광경을 새긴 뒤로는 30초마다 한 번씩 '시간을 본다'라는 핑계로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그 아이의 가슴을 훔쳐봤습니다.
이 정도면 심각하죠?
게다가 여자 아이들과는 대화를 할 때마다 무조건 시선이 애들 가슴으로 가서 말도 제대로 못 했구요. 그건 제가 지금 대학교 1학년인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여자와 대화를 하면 무조건 시선이 그 쪽으로 갑니다.
머리로는 '기분 나빠하니까 시선을 그런 쪽으로 두지 말자'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도 하기 전에 시선이 가서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길거리를 지나갈 때도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지 못합니다.
남자건 여자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건 실례일 것 같고, 게다가 여성분이라면 저도 모르게 특정 부위로 시선이 가니까요.
저도 모르는 사이 눈으로 성폭행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짓 아닙니까.
그래도 이건 양반입니다. 제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놈이냐 하면...
대학교 1학년 가을 즈음에, 새벽에 술을 마시고 헤롱헤롱한 상태로 길거리에 쓰러진 여자는 없나- 하고 돌아다녔던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쳤었던 것 같죠. 만취하신 여성분이 없었기에 마련이지 만약 있었다면... 지금 전 여기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거... 말해야 하나.
저한테는 저보다 4살 많은 사촌 누나가 있습니다. 외동아들인 저는 어릴 때부터 사촌 누나와 사촌 형이랑 친하게 지내서 형 누나 거리면서 지냈죠.
지금 취직한 누나는 가끔 집으로 놀러오면 저희 집에서 자곤 합니다.
근데 저는 누나가 제 옆에 자면 숨죽이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어서 누나가 잔다고 생각하면 몰래 상반신을 만집니다.
이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몇 번은 들킬 뻔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요. 저지르고 나면 죽을 것처럼 후회하는데도 막상 다시 그 때가 되면 제 안에 있는 악마가 눈을 뜨는 겁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그래요, 차라리 예쁜 여자가 되고 싶습니다.
예쁜 여자라면 남자 막 봐도 오히려 좋아하잖아요?
이렇게 성 정체성에 혼란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저...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