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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jjlove_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ebe(º∇º)★
추천 : 20
조회수 : 118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4/05/12 20:07:35
나는 선이에요.
사실은 본래 이름은 이이선이지만 민이는 항상 날 선이라고 불렀거든요.
나는 선이에요.
민이네 집 베란다 작은 화분에 살고 있는 해바라기랍니다.
"선이 잘 잤니?"
아. 우리 민이가 나왔네요.
박정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웃는게 참 예쁜 사람이죠.
"오늘은 하늘이 참 맑네.... 우리 선이가 좋아하던 햇님이 잘 보여..."
나는 햇님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민이는 맨날 나더러 해바라기 같다고 놀려댔었죠.
뭐... 지금은 진짜로 해바라기가 되었지만요. 후훗.
"잠시만. 물줄게-."
요즘 민이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나한테 물을 주는거에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온 몸 구석구석 잎파리 끝까지 물을 보내고 나면
민이도 세수를 마치고 말쑥한 얼굴이 되어있답니다.
"날씨 참 좋다... 이런 날은.. 도시락 싸서 우리 선이랑 소풍가야 하는데...."
민이 얼굴이 참 쓸쓸해 보여요...
"......."
나는 이렇게 민이 옆에 있는데... 이 사람은 그걸 몰라요..
그래서 이렇게 많이 힘든가봐요...
많이 아파보이는 민이를 보며.. 나도 너무 슬퍼졌지만
그래도 나는 최대한 활짝 웃으려고 애를 썼어요.
민이는 내가 웃는걸 제일 좋아했거든요.
사실은.. 내가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민이는 너무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가슴 설레도록 너무 좋아서..
나는 민이의 그 미소를 보고 싶을때면 민이를 보며 활짝 웃곤 했지요.
"우리 선이는.. 웃는 얼굴이 참 예뻤어..."
하지만.. 이젠 내가 아무리 웃어도 민이는 늘 슬픈 얼굴이에요..
나는.. 이제 민이에게는 선이가 아니라 집 베란다 작은 화분의 해바라기일 뿐이니까요...
"햇빛을 마주하고 웃는 얼굴이 꼭 해바라기 같았지..."
이 사람..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내 곁에 앉아 지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에요..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도 하지 않고요..
그렇게 신나하던 농구도 하지 않고요..
그렇게 즐겨듣던 음악들도 듣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날 사랑해주었다는게 너무 고맙고 감격스럽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종일 추억속에서만 살아가는 민이를 보고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
"참 착한 아이였는데... 우리 선이는...."
우리 선이.... 우리 선이.....
아직도 전처럼 그렇게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네요...
내가 떠난지 내일이면 꼭 1년이 되는데도...
아직도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내 이름을 놓지 못하네요...
"너도... 이제 갈 때가 된거니...? 많이 시들해졌네..."
한참이나 멍하니 날 바라보던 민이가 중얼거렸어요.
"너도.. 우리 선이처럼 괜찮은 척 하다가 갑자기 가버릴거니...?"
.....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네요...
아마도... 민이는 다시 이별을 겪어야겠죠....
하지만.. 1년 전 내일처럼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거에요..
나는.. 민이에겐 선이가 아닌 작은 해바라기니까요...
"너는... 꼭 우리 선이같아...."
나는...
나는......
"조금만 더 피어있어주면 안될까..? 하루만... 딱 하루만 더...."
나는..............
"우리 선이처럼 내일 가지 말고... 딱 하루만 더 있어주면 안되겠니..?"
나는... 민이에겐 해바라기일 뿐이지만...
사실은 아직도 민이의 선이이고 싶었나봐요...
민이가 나를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민이를 놔주지 못하고 있었나봐요....
"벌써 해가 지는구나...."
벌써 해가 지네요..
방으로 들어가는 민이의 뒷모습이 아프게 남아서...
나는 이제 가야하는데....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하는데....
내일은 내가 죽은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내일은.. 민이 생일이에요....
민이는 몰라요.
그 여러개의 씨앗 중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민이의 생일에 맞춰 피기 위해 다른 해바라기들이 다 피고 질때까지도
꾹꾹 참고 기다리다 때늦은 싹을 피웠다는 것을...
달님이 떴군요..
점점 기운이 빠져요..
민이 소원대로 딱 하루만 더 버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가야해요.
오늘까지만 있기로 약속했거든요..
마음이 아프지만.. 내년에 또 민이를 보려면 이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나는 이제 내 꽃에 있는 수 많은 씨앗중 하나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내년 여름.. 민이가 나를 골라 심어주길 기다릴거에요..
그럼 나는 또 한참을 기다렸다 때 늦게 싹을 틔울거고요...
민이의 생일까지 피어있을 수 있겠죠....
자그마한 씨앗 속에서... 나는 내년 여름이 될 때까지 잠이 듭니다...
내년에는.... 좀 더 씩씩한 민이가 되어있겠죠.....?
나.... 민이를 믿어요.....
========
며칠 안돼서 낼름 또 올려버립니다.
오랫동안 안써질 것 같았는데..
마침 전에 써뒀던게 생각이 나
조금 손봐서 올립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
[프로그래머]님//
맨날 장난스러운 코맨만 남기시더니... 이런 코맨 남기시는거 처음 봐요. -_-;;;
코멘 남겨주셔서 감사하구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시지빵꾸]양//
요즘 여장에 재미들렸더구나. 캬캬캬.
그나저나 니글은 언제 올라오냐? -_-;;;
글좀 써봐-.
그리고... 지난글 추천해주신
[220.83.145.5]님, [요리조리]님, [프로그래머]님,
[용자]님, [★람세스]님, [203.254.143.70]님, [아오이시지]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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