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되기 전 이뤄진 언론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에서도 ‘귀향’의 재일동포 배우들은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감추기에 더 전념하는 모양새였다. 이들은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만 간간이 얼굴을 비추며 자리를 잠시 빛내고는 사라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민을 인상적인 연기로 보여준 강하나(17)와 일본군 기노시타를 연기한 정무성 등은 재일동포다. 이들에게 관심이 쏟아지고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도 영화사는 완곡한 거부 의사만 내비치고 있다.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영화 홍보에 발 벗고 나서는 이는 조 감독 밖에 없다. 배우들의 신변보호를 위해서다. 조 감독은 “‘귀향’에 출연한 재일동포들은 실제 배우가 아니라 재능기부로 출연해준 고마운 분들”이라며 “목숨을 내걸고 영화를 찍은 분들이라 보호해줘야 한다”고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 감독은 “배우들의 자세한 신상조차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에 대한 정보도 단편적이다. 강하나는 영화 속 노리코를 연기한 재일동포 3세 배우 김민수의 딸로 재일동포 4세다. 악역을 자처한 정무성은 재일동포 2세 사업가이고, 또 다른 일본군 요시오를 연기한 류신은 재일동포 3세다. ‘귀향’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에서 생활해야 하는 분들이라 조 감독이 촬영 전부터 신변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못박았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 등 단역으로 출연한 몇몇 재일동포들은 엔딩크레딧에 가명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자비를 털어 비행기로 한일 양국을 오가며 영화 출연 용기를 낸 이들이지만 실명 노출로 인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일본에 가족들이 모두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언론과 관객들이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v/af3286f946914f90b1fa9d42459c89b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