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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는 늅늅
게시물ID : readers_54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눈물
추천 : 0
조회수 : 1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5 04:36:01

껍데기

나는 껍데기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나의 거짓말과 자기 동정의 파편들이 쌓여 만들어진 껍데기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기대한다

착한 아이

친절한 친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그것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본연의 나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고

덮어 나의 껍데기를 이루어 간다

사람들의 기대는 때론 너무 크다

혹은 너무 무겁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한다

너무 무겁기에 도와달라 손내밀지 않고

전혀 무겁지 않다는 듯이 거짓말한다

그들에게 거짓된 나를 보여준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들

착하고 친절한 사람

뭐든 허허 웃으며 넘기는 속좋은 사람

그런 식으로 그들을 속인다

그들이 원하는 나를 보여준다

속마음은 감추고

멀리 멀리 밀어내고

그렇게 껍데기만 남겨 보여준다

나는 나 자신도 속인다

나 자신을 동정하기에 속인다

특별한 사람이고 싶기에 속인다

노래를 들으며 혹은 글을 읽으며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사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며 혹은 그림을 그리며 밤을 지새우는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사람

그럼 사람이 되고 싶기에

하지만 될 수 없기에

나 자신을 동정하고 속인다

본연의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에

밀어내고 감추고 모른 척하며

나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 껍데기를 입는다

이렇게 마음속을 외면하고 껍데기를 입다보니

어느 덧 마음속은 비워졌다

너무나 작아진 마음을 찾을 수 없게 됐다

텅텅 비게 됐다.

이제 나한테 남은 것은 껍데기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껍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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