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제 얘기가 아니라 제 아버지 얘기입니다.
아빠가 사업때문에 다른지방에서 한동안 숙식하며 지내고 계실때였습니다.
추석이었나 설이었나 여튼 명절이 되서 아빠가 집으로 오셨는데, 다른 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별일없다해서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엄마의 추궁ㅋㅋ) 별일 아닌게 아니었습니다.
차가 사고가 나서 AS센터에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밤낮없이 일하고, 상가집까지 갔다와서 엄청 피곤했는데 친하게 지내는 분에게 보고싶다고 전화가 왔다합니다.
그 분이 암에 걸려 더 이상 손 쓸수도 없고 오늘내일하는 상황이라(병원에서도 수술이고 뭐고 퇴원조치.. 그냥 남은 생 잘보내고 가라 그랬다네요) 언제 또 얼굴보겠나 싶어서 차를 타고 갔다고 합니다.
아빠는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아주 오랜기간 무사고 경력도 있고 그래서 사고난게 쪽팔려서 말 안 하셨다함 ㅡㅡ 그리고 엄마한테 줘터짐
사고당시 푸조 407HDi를 탔는데 가는길에 악셀에 발을 올려논채로 조셨답니다.
차한대 없는 공단길에 속도는 계속 올라가고 그러다가 전봇대를 들이받으셨답니다.
꽝 하는 순간 잠이 깼는데 정신차려보니 온사방에 하얀 커튼이 쳐져있고ㅋㅋ 코피가 흐르고 있었답니다.
코피는 튀어나온 에어백에 맞아서 터진거고 핸들 잡았던 손이 살짝 욱신거리는 정도라 차에서 내려 신고하고 약국가서 파스붙이고 말았답니다.
나중에 제가 같이 서비스센터가서 차를 봤는데 그냥 본넷이 없다고 보면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A필러를 비롯한 운전석 부분은 멀쩡하게 잘 버티고 있었구요, 놀랬던 점 중에 하나는 무릎에어백. 사고나면 앞으로 밀려나가서 상체는 멀정한데 하체를 많이 다치는 경우를 봤었는데 무릎에어백 덕분에 사고나는 순간 의자에 묶인채로 온몸을 에어백이 감쌌다고 하더군요.
견인하러 오신분이 첫마디가 "아무도 안 죽었습니까?" 였다고 함..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