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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시인의 엄마
게시물ID : sisa_5423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보사랑
추천 : 2
조회수 : 4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04 12:30:57
서울시청광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도종환 시인의 '엄마' 라는 시..소개합니다.
  <엄마> --- 도종환

엄마! 
내 목소리 들려요? 
나는 엄마가 보이는데, 엄마도 내가 보여요? 
엄마, 나 이제 여기를 떠나요. 
너무 놀랐고, 너무 무서웠고, 순간순간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를 소리쳐 불렀어요. 
내가 이렇게 사고를 당한 것 때문에 엄마가 마음 아파할까봐 미안했어요. 
아빠한테 도요. 
내가 아직 따뜻한 몸을 가지고 있던 그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나며 엄마를 생각했어요. 
매일 잠에서 나를 건져내던 엄마의 목소리. 
내 어깨를 흔들던 엄마 손의 보드라운 감촉, 
매일 듣는 엄마의 달콤한 꾸지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던 봄바람, 
내 살에 와 닿던 바람의 천 자락, 냉이 국이 끓는 소리, 
햄이 프라이팬 밑에서 익어가던 소리, 계란이 노랗게 몸을 바꾸는 냄새, 
그리고 부엌에서 들리는 딸그락 소리, 
그것들이 아직 생생하게 제 몸에 남아 있어요.

엄마, 
엄마가 그동안 나 때문에 너무 울어서, 
나 엄마가 흘리는 눈물 속에 있었어요.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얼굴을 만지고, 엄마의 볼에 내 볼을 부비고, 엄마의 손등에 떨어져 엄마 살갗에 스미곤 했어요. 
나도 엄마를 떠나기 싫었어요. 
이제 내 영혼은 더 이상 지상에 머물지 못하고 엄마 곁을 떠나야 해요. 
그러나 자주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곁으로 돌아오곤 할게요. 
엄마가 나를 잊지 못하듯, 나도 엄마를 잊을 수 없어요. 
내 영혼의 나이는 이제 열여덟. 언제나 열여덟일 거예요. 
세월이 흐르고 엄마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엄마가 되어도, 
나는 열여덟 살로 있을 거예요. 
언제나 엄마의 아들, 엄마의 딸로 있을 거예요.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고마웠어요.

우리는 결국 꽃 피는 사월의 제주에 가지 못했어요. 
어느 생에 다시 몸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유채꽃 노랗게 핀 사월이면 좋겠어요. 
제주로 가는 푸른 바다가 무섭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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