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을 5일 앞둔 7월 25일 농협에 가서 내 노친의 통장을 자동인출기에 넣어보고, '20만 원'이 찍혀 나오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감했다. 우리 고장뿐만 아니라, 재보선을 치르는 15개 선거구 전체에서 기초연금 20만 원이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리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때부터 나는 더욱 긴장했다. 노년층 유권자들을 대할 때는 지레 기가 죽었다. 나도 이미 노인 연령으로 접어들었지만, 내 또래들을 포함해 노년층을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가뜩이나 노년층 앞에서는 말하기가 어려웠는데, 기초연금 20만 원이 '살포'된 다음부터는 더욱 막막했다.
투표 전날 성당에서 만난 한 자매님은 내게 스스럼없이 말했다. "20만 원을 받고 보니 마음이 뿌듯해진다"면서 "내일 열 일을 제쳐두고 투표장에 가서 1번을 찍겠다"고 했다. 70대인 형제님 한 분도 "누가 뭐래도 1번을 찍는 게 도리"라고 했다.
그들은 내가 야당 후보를 위해 헌신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내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도 없는 듯했다. 그저 20만 원(또는 부부 합해 36만 원)을 받은 사실이 그들에게 오롯이 뿌듯함을 안겨준 듯했다.
나는 지난 대선 때 기초연금 공약은 박근혜 후보만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도 했다는 걸 설명하려 했지만, 그들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한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 표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술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민생고를 해결하고 경제를 발전시킨 덕에 그 딸이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20만 원씩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