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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겨울이 가면... - 1.뜻밖의 손님
게시물ID : lol_542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3
조회수 : 65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9/03 03:10:01
* 이 소설은 실제 LOL 프로팀의 이름과 선수들의 이름이 등장하며,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부분도 있으나 상당 부분이 픽션이므로 실제와 다른 점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Prologue편 http://todayhumor.com/?lol_542308




 현우는 심호흡을 들이킨 후에 CJ엔투스 숙소의 문을 열었다. 어딜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이었지만, 오늘 그가 손으로 밀고 있는 문은 웬지 무겁게 느껴졌다. CJ엔투스의 프로게이머들이 연습을 하는 전체 숙소는 전에 있을 때와 같이 정신없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설레고도 긴장되는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눈에 유리벽 너머로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같은 소속이다보니 엄청 친하진 않지만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과도 어느 정도 친분은 있었기에 눈에 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어? 현우 형 오랜만이네요? 오늘 놀러오신 거에요?"

 스타크래프트2 김정우 선수였다. CJ엔투스는 LOL에 이어 스타2에서도 최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GSL 코리아 시즌3에서도 유일하게 김정우만 살아남았기에, 다른 선수들은 더더욱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퀭해보이는 얼굴에서 그가 얼마나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 뭐 너도 어차피 곧 알게 될 일이었지만, 나 오늘부터 다시 CJ소속이야."

"네?!"

 깜짝 놀라는 정우의 표정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사실 엄청나게 눈물바다를 이루며, 꽤나 거하게 헤어진 CJ프로스트와 현우이기에 그의 복귀는 누구도 생각치 못 했으리라. 하지만 저렇게 놀라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도 선수로 복귀하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현우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선수는 아니고 코치로 활동하게 되었어. 삼성 갤럭시에서 성영이 형(옴므)이 활동하는 것 처럼"

"아... 그렇구나. 역시 형 예전 별명은 틀린 말은 아니었나보네요? 전자두뇌"

농담처럼 툭 던진 한마디였지만, 현우에게는 그 단어가 무겁게 느껴졌다. 현우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사실 전에도 내 무리한 판단으로 결국 지고 말았는걸?"

 2013 롤챔스 서머시즌 3,4위전. 유리한 듯 보였던 CJ프로스트는 삼성 화이트의 댄디에게 바론을 스틸당하고, 이후 내각타워 앞에서의 무리한 전투로 패배를 맞이하고 말았다. 스스로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현우 자신에게 그것은 아직까지도 꽤나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걸 생각한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과 CJ프로스트를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우였다.

"뭐, 그래도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그런 실수도 해봤으니 더 잘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나저나 너 엄청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 부담감이 장난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저도 프로니까 압박감은 느끼죠. 그런데 그것때문에 포기할 것 같으면 애초에 이 생활 시작 안 했을거에요. 누구보다 형이 그 느낌 잘 알잖아요. 느낌 아니까~"

 천연덕스런 정우의 농담에 현우도, 정우 자신도 어느 정도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 정우 말이 맞았다. 퇴물 소리까지 들어가며 죽어라 연습했던 시간들까지 겪었기에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현우 자신이었다.

"생각보다 내가 시간을 많이 뺏은 것 같다. 빨리 들어가 봐. 나도 애들한테 인사하러 가야겠다."

인사를 하고 뒤돌아 프로스트 숙소로 향하는 현우의 등 뒤에서 정우가 외쳤다.

"현우형! 다시 돌아 온 거, 환영해요! 전자두뇌 화이팅!"

 순간 뜨거운 무엇인가가 솓구치며 울컥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는지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며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 현우였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너무나도 길었고, 현우와 프로스트가 해야 할 숙제는 높은 산과 같았다.


 현우는 조심스레 프로스트 숙소로 들어섰다.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명이 팀단위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LOL 프로팀은 연습실이 숙소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익숙한 5명의 선수들이 앉아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표시된 두 글자. '패배' 아마도 다른 팀과 스크림을 한 모양이었다. 5명의 표정은 안 봐도 뻔했다. 생각보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느낀 현우였지만, 기왕 시작할 거라면 한시라도 빠르게 시작해야 했다. 지금 프로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였다. 오히려 어쩌면 지금 타이밍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유리문을 연 현우는 지금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냈다.

"얘들아! 오랜만이다!"

 익숙한 목소리에 가장 먼저 뒤를 돌아본 것은 샤이 박상면이었다. 현우의 은퇴에 가장 슬퍼했고, 그가 나가고 팀의 군기반장과 맏형 역할을 도맡아야 했던 상면이었기에 현우의 방문은 어쨌든 반가웠다.

"형, 갑자기 연락도 없이 언제 왔어?"

상면은 모니터 화면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현우 형도 왔는데 쉬었다 하자."

5명은 의자에서 일어나 제각각 인사를 건냈다. 막내 스위프트 백다훈과 코코 신진영은 클템 은퇴 이후 들어왔기 때문에 그리 긴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밖에서도 만나고, 현우의 결혼식에도 다녀온 이후로  어느 정도 친해진 세 사람이었다.

"미안한데 잠깐만"

 현우는 경기 결과가 표시되어 있는 모니터 앞에 가서 앉았다. 16대 14. 생각보다 접전이었던 것 같다. 상대팀은 이번에 챔피언십에 진출한 나진 화이트쉴드였다. 서킷포인트 부족으로 플레이오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는데 당당히 진출한 팀을 위해 스크림을 해 주면서 느꼈을 서러움. 그런 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기력을 챔피언스 경기에서는 제대로 펼치지 못 하는 아쉬움. 그 쓰고 어두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을 이제 겨우 스무살 초 중반의 어린 나이에 느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인지 현우는 잘 알고 있었다. 특별히 초창기부터 함께 한 메드라이프 홍민기는 더더욱 그랬으리라. 자신이 직접 스크림을 뛴 것처럼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에 안타까워하는 현우를 깨우기라도 하듯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NaJin Watch : 다훈이 오늘 진짴ㅋㅋㅋㅋ 용은 두 번 스틸하고, 마지막에 바론까지 스틸해서 지는 줄 알았네 ㅠㅠ
NaJin Zefa : 역시 노강타 정글러 재걸이 ㅋㅋㅋ 우리 박정석 감독님이 스크림 녹화한 거 분석하자고 하셔서 회의하러 가볼게~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어디 밖에 분위기 괜찮은 카페에 가서 맛있는 거라도 사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현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쉴드 애들 정석이 형이랑 스크림 분석하러 간대. 우리도 나가서 뭐 좀 먹고 오자. 어휴... 현종이 형이 요즘 맛있는 걸 안 먹이나 애들 꼴이 말이 아니네."

 갑작스런 외출에 5명은 서둘러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정네 5명이서 먹고 자고 연습만 반복하다보니, 다들 트레이닝복을 입고 추레하게 있는 게 일상이었다. 특히나 막내인 다훈과 진영은 머리에 왁스까지 발라가며 한껏 멋을 내고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직업인 프로게이머이지만, 실상은 한창 멋도 내고 놀러다니고 싶을 나이에 숙소에 틀어박혀 질릴 때까지 하나의 게임에만 몰두해야 하는 그들이었기에 외출은 어찌됐건 기쁜 일이었다. 다들 나갈 채비를 마쳐 가는 가운데 호산이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그... 감독님한테 말도 안 했는...데 나... 나가도 괜찮을까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말을 버벅거려 부르르갓이라는 별명도 가진 호산을 바라보며 현우가 대답했다.

"괜찮아 임마. 오늘부터 프로스트는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 왔으니까"

"에이~ 괜히 형 말 믿고 나갔다가 연습 안 하고 어디 갔다 왔냐고 그러시는 거 아냐?"

 워낙 가족처럼 선수들을 대하는 강현종 감독이었기에 외출했다고 혼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요즘 엄청 성적이 저조해서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었기에 선뜻 현우를 따라 나가는 게 망설여지는 상면이었다.

"상면이형 걱정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신발까지 신어?"

 민기의 한 마디에 모두가 빵터지며 칙칙했던 분위기가 한 번에 날아갔다. 상면도 멋쩍게 웃으며 숙소 문을 열었다. 자신들이 많이 좋아했던 현우가 나가자는 데 굳이 안 나갈 이유가 없었고, 방금 전의 스크림 패배에 대한 기분전환도 할 겸 외출도 괜찮겠다고 상면은 생각했다.


 그들은 CJ엔투스 숙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페로 향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상면이 좋아하는 가게였다. 작고 아담해서 그들만의 아지트같은 곳 이었다. 몇 개의 테이블에만 사람이 있을 뿐 카페는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각자 마실 음료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고른 후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매력적인 여자 하나가 다가왔다. LOL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프로게이머들은 연예인과 비슷한 존재였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에 가면 여지없이 팬들이 알아보고는 찾아와 싸인을 부탁하곤 한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어색했던 다훈과 진영이었지만 이제는 나름 익숙해져서 자연스레 싸인을 건내주기도 했다.

 "저... 클템선수, 아니 이현우 해설이시죠?"

 자신들보다 현우에게 관심을 보이다니! 게다가 매력적인 여자가! 이젠 해설위원이고 유부남인 현우에게!

 "와~ 저 형은 해설되더니 더 잘 나가는 것 같아~"

 오늘도 당연히 올 것이 왔다는 그들의 예상과 반대로 현우에게 말을 건내는 모습에 은근히 부러움 섞인 농담을 던지며 키득거리고 있던 프로스트 선수들은 이내 표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 기사 봤어요. 해설위원 그만 두시고, 프로스트 코치로 활동하신다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전 정말 클템 팬이었거든요. 아직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정글러는 클템이에요. 그러니까 코치도 잘 하실거라 믿어요. 아, 저는 개인 블로그와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서 프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더 이상 이들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난데없이 현우가 코치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그들은 항상 숙소에서 연습에 여념이 없어 인벤같은 사이트에는 가끔씩 들러 정보를 살펴보는 정도가 전부였고, 게다가 오늘은 일어나자 마자 연습만 하다가 막 나온 길이었기에 현우의 해설사퇴와 코치 계약소식을 알 턱이 없었다. 갑작스런 빅이슈에 프로스트 선수들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럽기는 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얘기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갑자기 마주친 사람이 이야기를 하다니. 미안함과 당혹스런 마음에 현우는 입을 열었다.

 "네, 감사하구요 사실은 이 친구들에게 이제 막 제가 코치로 부임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던 차에 먼저 말씀을 꺼내시니까 제가 좀 쑥스럽네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괜히 곤란하게"

 "곤란한 건 이렇게 예쁜 여자분이 저에게 말을 걸었다는 게 제 와이프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거죠. 하하하하"

 예전부터 그다지 개그에 소질이 없었던 현우였지만, 결혼하고 나니 부장님 개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5명이었다.

 "그럼, 말씀 나누시기 전에 제가 사진 한 장만 찍어도 괜찮을까요? 리빌딩이라고 표현하긴 그렇고, 뭔가 새로운 프로스트의 시작? 그런 기념비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요"

 현우에게 물어볼 것이 산더미 같은 5명이었지만,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에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는 종업원에게 부탁을 한다던지 셀카를 찍는다던지 해서 자신도 함께 사진에 나오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사진을 부탁한 여성은 한사코 그럴 수 없다며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은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자기가 실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사과까지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음료와 간식이 나왔고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였다.

 "형 진짜로 코치로 와요? 헐 현실판 고스트 클템왕이네"

 "잠깐만. 그럼 대영이 형은? 손대영 코치님은 어떻게 되고?"

 현우도 물론 좋았지만, 친형처럼 아끼고 챙겨주던 손대영 코치의 거취가 걱정됐는지 민기가 물었다.

 "대영이 형은 블레이즈와 프로스트를 전체적으로 케어하는 헤드코치로 활동하게 돼."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있는 CJ였었기에, 또 다시 누군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두들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뒤 이어 상면이 물었다.

 "그럼 현우 형은 앞으로 우리를 어떻게 끌고 갈 생각이야?"

 팀의 주장이자 5명 중 가장 승부욕이 강한 상면이었기에, 다른 것보다도 현우가 앞으로 어떻게 프로스트를 이끌어 나갈지가 가장 궁금했다.

 "일단은 각자의 역할을 정할거야."

 "지금 각자 라인 있잖아. 설마 윈터시즌 버리고 포지션 변경하자고? 그거 완전 도박이야. 관형이 형이야 잘 풀린 케이스지만, 안 풀린 애들이 훨씬 많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나 나가고 나서 지금 너희 오더 누가 해? 주로 민기 아니면 상면이가 하지? 근데 또 중간중간 다른 애들이 할 때 있고 그러다보니 움직임 자체가 따로 노는 게임들이 굉장히 많아. 각자 자기 라인은 그대로 가되 게임 내에서 필요한 역할을 명확하게 정하자는 거지. 다훈이는 오브젝트 타임은 물론이고 상대 정글 동선 예측을 해줘야 돼. 예측이라 100% 맞지는 않겠지만 연습을 통해서 최대한 확률을 높여야 돼. 그걸 가장 잘 하는 선수가 바로 화이트의 인규(댄디)야. 지금 다훈이에게 필요한 건 정교한 컨트롤보다 아군의 뒤를 봐주고 상대편의 움직임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는 듯한 전장파악 능력이야. 그리고 가장 딜교환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드를 맡고 있는 진영이는 한타 각을 잘 볼 수 있는 연습과 깜짝 카드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챔프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해. 상혁이(페이커)가 아직도 대단한 이유 중에 하나는 예상치 못한 픽을 들고 나와서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야. 호산이는 예전에 베인할 때 처럼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논타겟 스킬의 적중률을 높일 필요가 있어. 마지막으로 상면이와 민기는 버려야 할 게 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려. 그 부담감이 무리수를 만들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팀의 중추를 맡고 있는 너희 두 명이 가장 먼저 해야 될 숙제야."

 현우의 날카로운 분석과 돌직구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것은 부끄러움에서 발로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갑자기 코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생각을 갖고 많은 것을 준비해서 결정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 앞에 놓여진 컵과 그릇은 어느 새 텅 비어 있었다.

 '카톡!'

 카카오톡 알림음이 잠깐의 정적을 깼다. 상면에게 온 메시지였다.

 조재걸 : 우리 분석회의 끝나고 다시 연습해야 되는데 스크림 한 번 더 도와줄 수 있어? ㅎ

"쉴드가 스크림 도와달라는데?"

"마침 잘 됐네. 새로운 건 하루라도 빨리 해봐야 적응이 되니까. 근데 아마 안 하던 걸 갑자기 하려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상면은 가방을 챙기며 금방 숙소로 들어가서 접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나머지도 각자 자신의 물건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 카페를 나서자 기분 좋은 가을 햇살이 가득 내리쬐고 있었다. 현우는 눈이 부신 듯 한 손으로 해를 가리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잘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와 몸살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현우는 뒤를 돌아보았다. 각오를 다짐한 얼굴도 있었으며, 떨떠름한 얼굴도 있었고, 될대로 되라는 표정도 보였다. 현우는 그런 그들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 번 시원하게 깨지러 가볼까?"




-작가의 말(모바일 배려)
200회가 넘는 조회수에 추천수가 적어 살짝 서글퍼진 아랑이었습니다 ㅋㅋ ㅠ 스타2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김정우 선수라는 소스를 만들기까지 굉장히 많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오늘은 쓰다보니 분량이 좀 나왔는데, 사실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 갑자기 시작한 거라 그 때 그 때 생각나는대로 반 즉흥적으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물론 다 쓰고 나서는 몇 번씩 읽어보며 자연스럽게 수정을 하지만 플롯이 허술하고 실제로 문학을 하시거나 조예가 있으신 분들이 보시기에 엉망이거나 어설픈 부분들도 있겠지만, 팬픽 비슷한 느낌으로 가볍게 생각하시고 못난 부분도 예쁘게 봐주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추천을 많이 먹으면 프롤로그 클템 기사이미지처럼 뭔가 더 할 지도 몰라요 ㅋㅋㅋ 그럼 재밌게 읽어 주시길 바라면서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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