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도 이제 2주, 4회만을 남겨두고 있어.
90년대의 추억, 풋풋한 대학 생활, 하숙생들의 성장기 등 응사는 여러 이야기들을 그려내지만,
누가 봐도 그 중심에는 사랑 이야기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아직 드라마 속에서 나정이의 남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을 되돌아보면서 '응답 시리즈'가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를 해 볼게.
이우정 작가가, 그리고 신원호 피디가 그려내는 사랑은 지극히 낭만적인, 완전한 사랑이야.
응답 시리즈를 보면 그 사랑의 특징들이 나오는데, 응칠과 응사를 비교하며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서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두 사람
우선 응답하라 1997을 보자.
부부가 된 시원과 윤제는 어려서부터 같이 커온 소꿉친구로, 항상 함께였기에 두 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심지어 윤제는 시원이가 처음 생리 하는 날을 기억하고, 시원이는 윤제의 포경수술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의 기억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거야.
응답하라 1994의 두 사람도 마찬가지야.
쓰레기와 나정은 친남매처럼 커 온 오빠와 동생 사이고, 마찬가지로 항상 같이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아.
여자친구 염색한 것도 못 알아보는, 상한 우유도 구분 못하는 쓰레기는 나정이에 관한 일이라면 가장 먼저 눈치채는 사람이야.
그리고 나정이도 쓰레기에 대한 건 완전히 꿰고 있어. 쓰레기의 지난 연애사까지도 말이야.
서로가 서로의 삶을, 아주 깊이 공유하고 있는 거지.
2. 언제나 서로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두 사람
시원은 윤제의, 윤제는 시원의 첫사랑이야. 그리고 동시에 서로의 마지막 사랑이지.
비록 두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속도가 달라서, 중간에 큰 엇갈림이 있긴 했지만 말야.
그렇게 마음의 엇갈림으로 6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내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이 사랑은 단단해.
30년이 넘는 두 사람의 인생에서, 언제나 두 사람은 서로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어.
응답하라 1994의 두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야.
알다시피 나정이에게 쓰레기는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야.
그리고 쓰레기에게 나정은 첫사랑은 아닐지 몰라도, 언제나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어.
3화 화이트데이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에도 쓰레기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정이였거든. 항상.
3. 나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두 사람의 관계는 결핍의 해소와 맞닿아 있어.
응답하라 1997에서는 윤제가 결핍을 가진 인물이고, 그걸 채워주는 사람이 바로 시원이야.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윤제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부재라는 윤제의 결핍을 채워주었던 시원과 시원이네 부모님의 존재 덕이 커.
그리고 윤제의 결핍은 시원이가 아닌 다른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야.
세상 어느 다른 사람을 만나도, 부모님이 없는 윤제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어려서부터 윤제를 아들처럼 키워준 시원이네 가족밖에 없거든.
반대로, 응답하라 1994에서 결핍을 가진 인물은 바로 나정이와 나정이네 부모님이야.
그리고 오빠를 잃은 나정이와, 아들을 잃은 동일-일화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람이 바로 쓰레기고.
나정이가 어린 시절의 큰 충격과 친오빠의 부재에도 밝게 잘 클 수 있었던 건 쓰레기의 존재 때문일 거야.
그리고 동일-일화에게도 쓰레기는 친아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아이였겠지.
동일-일화의 결핍은 쑥쑥이의 탄생으로 어느 정도 채워질 지 몰라.
그런데 나정이 마음 속 친오빠의 빈자리는, 쓰레기가 아니면 세상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어.
이렇듯 나정이와 쓰레기는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이야.
다른 하숙생과의 관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와 나정은 서로의 삶을 깊이 공유하고 있거든. 마치 윤제와 시원의 관계처럼 말이야.
이렇게 서로에게 특별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야기야.
응칠을 본 사람이 응사 2화에서 쓰레기가 친오빠가 아님이 밝혀졌을 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거고.
그렇기 때문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된 줄기는 삼각관계가 절대 아니야.
물론 응답하라 1997과 1994는 삼각관계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이야기의 중심은 두 사람의 사랑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게 맞아.
<응답하라 1997>의 경우 시원에 대한 마음을 일찍 깨달아버린 윤제, 그리고 윤제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늦게서야 알게 된 시원 사이의 마음의 엇갈림이 해소되고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였고,
<응답하라 1994>는 동일-일화와의 관계에 대한 쓰레기의 걱정, 바쁜 의대 본과/인턴 생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짐 등 두 사람 사이의 두려움과 장애물을 넘어 쓰레기와 나정이의 사랑이 발전하고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인 거지.
이제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삶의 어느 순간에나 서로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던,
그리고 유일하게 상대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쓰레기와 나정, 두 사람의 사랑이 완성되는 걸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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