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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23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파민수프★
추천 : 2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5/24 11:53:32
나는 내가 내가 누군지 아는줄로만 알았다.
남들보다 나 자신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분석도 많이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안에 내 영혼을 집어 넣었다. 아니 구겨 넣었다.
나는 묘하고 독특하며 남들과는 다른 그런 사람이라고,
사람보다는 지식과 논리를 사랑한다며,
또 그것이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제 나는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나는 그 덫에 걸린채 덫이 주는 아늑함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추락하였다.
추락이 내게 주는 공포와 함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지켜주고 붙잡아 매고 있던 덫.
나는 지금까지 무얼 해 왔던가
나를 진정 사랑해 주던 사람들 보다 이 덫을 사랑해 온 건가
이 덫이 내 영혼을 잡아먹는 사이
이 덫이 내 자신의 일부라고 착각하는 사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쳐 왔고 지나쳐 왔는가
후회할 시간은 없다.
참회의 눈물은 덫을 녹슬게 하지만 내 눈동자는 아직 흐리기만 하다.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처럼
나는 덫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부숴버리자. 탈출하자.
나도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오르길 바란다.
아니. 날개가 없으면 기어서라도 올라갈 것이다.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쉽고 재밌어 보이던 세상은 결국엔 냉정했다.
고맙다 추락이여, 그대는 나의 덫을 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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