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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뺐고ㅡ, 빠졌으며, 다시 빼려한다.(부제:커피다이어트)
게시물ID : humorbest_542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을품은여자
추천 : 45
조회수 : 6045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10 02:20: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0/09 18:30:37

키 164cm에 이십대 후반 평범한 여성입니다.

 

 

성인이 되고 십 년 가까이 정상체중의 범주 안에서 살았습니다. (164cm 여성의 정상체중 범위는 63.1에서 52.1kg 으로 알고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대체적으로 55~60kg의 몸무게를 유지했고, 표준체중을 살짝 웃돌긴 했지만, 큰 불편이나 컴플렉스를 느끼지 못했기에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할 자신도 없고, 방법도 몰랐구요.

뚱뚱하다는 말이나, 통통하다는 말을 들어도 본인은 정작 상처받거나 한 일도 없었던 듯 합니다.

 

그냥 그려려니.. 육신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을 채우는게 더 귀한 일이라 생각했고,

살을 빼고, 몸매를 가꾸고, 피부를 가꾸고, 예쁜 옷을 사거나, 화장을 하는 일 등등이 모두 부끄러운 짓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러저러한 일신상의 문제들로 올 해 봄, 처음으로 65kg을 육박하며 자존심의 마지노선 정상체중 범위를 넘어섰고, 과체중 범주에 들어서며 아 이리 살면 안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남자친구도 살을 조금만 뺐으면 좋겠다며, 대놓고 구박을 시작했고, 본인 스스로도 경각심을 조금 가지게 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는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음슴체의 타당한 근거는,
(나이와 체중은 많으나) 철이 음슴, 남친이 음슴, 통장잔고가 음슴, 직장이 음슴, 필력도 음슴. 이상 다섯가지나 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No.1. 뺐고ㅡ, 의 이야기

 


위와 같은 이유로 (경각심과 자존심 손실의 이유로) 시작한 첫 번째 다이어트.

해본 적도 없고 방법도 몰랐으므로, 인터넷을 뒤지며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검색부터.

 

자면서 빠지고, 먹으면서 빠지고, 약먹고 빠지고, 침맞고 빠지고

양방으로 빼고, 한방으로 빼고,

 

숱한 방법들이 있었으나,

의심많은 본인은 아무것도 믿지 않았고,

 

모름지기 살은 칼로리 소모량이 섭취량보다 적어야 한다는 매우 과학적인 일념하에

 

스트레칭과 간단한 워킹으로 칼로리 소모를 늘리는 한 편, 극단적으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미련한 방법을 택함.

열흘 동안 3~4kg 감량.

뭐 그럭저럭 62kg 정도도 정상체중의 범위안에 있으니, 난 정상인이라고 만족하며 또 그냥 삶.

이후 특별한 다이어트 도전은 없었지만, 군것질은 자제하고, 단음식은 의도적으로 피함. (원래 단걸 싫어해서 이건 참 쉬웠음)

밥보다 끊기 힘든 술은 계속 마셨으나, 안주로는 곁들여 나오는 오이, 당근 등을 주로 먹으려 노력하고, 계란찜 등의 안주를 선호하려 의도적으로 노력.

 

평소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 섭취 비율을 높이려고 의식적으로 생각은 함. (그닥 실현은 안했지만, 늘 마음 한켠에 염두는 조금 해둠)

 

 

3~4개월동안 60~62kg 체중에 왔다갔다.

밥먹으면 좀 늘어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좀 줄어들고

살이 빠지고 찌고라기 보다 그냥 오차범위에서 왔다갔다.

말그래도 그냥 유지.

본인은 뭐 나름 다이어트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안찌고 살면 되겠지 하고 그냥 살음.

 

 


No.2. 빠졌고,ㅡ 이야기

 

 


가진건 없으나 멘탈 갑인 본인은,  여간한 일에 밥을 못먹거나 힘들어서 살이 빠지거나 하는타입이 전혀 아님.

중학교 이후로 현재까지 55kg 이하에 진입해 본 적이 없음이 그 증거. ㅎ

 

뭐, 연애하다 깨져도 밥만 잘먹고,

실업자가 되어도 술만 잘먹고, 통장잔고가 순식간에 증발하는 그런 사고가 나도 일단 먹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주의임.


그런데 얼마전 처음으로 섭식장애와 불면증이라는 몹쓸 병(?)을 겪게 됨.

5년을 한결같이 함께했던 남친이, 살쪘다고 구박은 했지만 그래도 다정했던 남친이, 나랑 같이 결혼 날짜 고민하던 남친이,

다른 여자사람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함.

뭐,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자 주의인 나는 그냥 그려려니 함.

뭐 술마시고 그러다보면 옆에 있는 남자 허벅지에 팔도 좀 올려 놓고,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그럴수도있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김.

 

아니 사실 뭔가 속에서 철렁 무너지긴 했는데, 물어보는건 좀 유치한 짓 같아, 그냥 아무일도 아니려니 하며, 애써 나를 위로하며 혼자 넘어가려 노력함.

그런데, 이 전남친 나쁜놈이 지가 먼저 이실직고를 함.

바람을 피울려면 끝까지 숨어서 피웠어야지 이게 뭐하는 짓임.

뭐, 어쨌든 양심의 가책을 못이겨 이실직고를 했으면,  미안하다고 무릎꿇고 빌던가, 내가 안되겠어 용서가 안되니 그만 만나자라고 말해도, 그래도 내 다리라도 붙잡고 매달려야지.

그런데 이 망할놈의 자식, 나한테 헤어져달라고 함.

나보다 더 좋아하는 다른사람이 생겼다고 함.


딱보기에도 50kg도 안나갈 것 같은 비리비리 볼륨감도 없는 말라깽이에,

아직 젖비린내 나게 생긴, 아직 학사학위도 못딴 보송보송 여대생따위랑 연애를 하겠다며 선언함.

 

내가 오년동안 정주고, 맘주고, 사랑도 다 준놈이 이놈 맞나 싶음.


야 이자식아, 니가 헤어지겠다고 이따위 말도 안되는 선언을 했으면 그 전에 빌려간 돈은 먼저 갚아야지.
(뭐, 이 돈은 차후에 악착같이 받아내고 말았지만)

인간이 오년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 한 사이면,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되는거 아님?


썰이 좀 길어지며 이야기가 좀 산만해졌지만,

암튼 본인은 이번 사건으로 남친의 상실, 자존감의 상실, 내 여성성에 대한 회의 등의 심각한 삼종 크리로 인해

놀랍게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됨. 억지로 먹어도 몸이 받아 주질 않고 다 토해냄.

열흘 동안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는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며

극도의 자괴감과 스트레스와 함께, 5kg이 그냥 빠져버림.

 

여름에 샀던 바지는 주먹이 두개나 들어가 (아마 내 주먹이 네개였음 네개도 들어갈 것임) 입을 수 없게 되어버린 놀라운 체험을 함. ㅎ


그 악몽같은 실연 후 딱 한달이 지난 지금 현재 몸무게는 55~57kg

나의 가장 큰 장점인 긍정적 마인드로 실연을 극복해내며(최소한 극복했다 매일매일 최면을 걸며)

이제는 밥도 꼬박꼬박 잘먹고 잠도 잘잠.

역시 밥만 잘먹더라는 진리였음.

대신 위가 많이 망가졌는지, 소화가 어렵고, 식사량이 현저히 줄었음.

 

그래도 끼니 챙겨먹으려 온힘을 다해 노력함.

 


No.3. 다시 빼려한다. 이야기


 


표준체중을 찍은 나는 이제 조금 욕심이 생겼음.

나를 좀 더 가꾸고 예뻐지기로 마음먹어서 그런 지 모르겠으나, 요즘 내 몸을 보면 예쁘단 생각이 듬.

선천적으로 너무 커서 한번도 내 등을 펴지지 않게 했던, 그래서 한번도 예뻐해주지 못했던 쓸모없던 나의 슴가도 예쁘다는 생각이 듬.

 

그래서 이기회에 태어나서 한번은 날씬해져보리라 마음먹음.

진짜 내 안에 잠재적으로만 평생을 존재했을 섹시포텐을 한번쯤은 터뜨려보고싶음.

 


그래서 결심한 "커피다이어트"

본인은 커피를 매우 좋아함. 그래서 매일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는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함.

헬스나 수영을 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으므로.


커피다이어트의 내용은 이러함.

 

커피는 좋아하나 인스턴트 커피는 싫어하는 내가 즐겨마시는 커피의 하한선은 가격착하고 맛 그럭저럭한 맥도날드 커피.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는, 약 2.6km 떨어진 곳에 위치함.

아, 후진 우리 동네 감사 ㅎㅎ

그래서 매일 아침 맥도날드까지 빠른걸음으로 걸어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다시 2.8km 떨어진 곳으로 다시 걸어가기로 결심함.

너무 추워 걷기 힘든 계절이 올때까지 계속 하기로 결심함.

시간이 허락하면 점심먹고 한 번 더 다녀올 수도 있음

예산은 하루에 천원~이천원 씩 한달 약 이만 오천원~삼만 오천원으로 추정됨.

밥세끼는 꼬박꼬박 챙겨먹을테고, 커피 이외의 군것질은 안하겠음.

 

참이슬, 카스, 기타 등등은 음료섭취는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만 하겠음.


나의 목표는 올해가 가기전에 50kg 초반에 진입하는 것.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음.


그리고 성공하는 그 날 부끄럽지만 인증에도 한번 도전해 보겠음


추신: 이 거지같은 전남친 나쁜놈아 보고있나? 진심으로 내 곁을 떠나줘서 고맙다 이 예의없는 것아.
         내가 진정한 여성의 곡선이 뭔 지 보여주지. 그 비쩍 마르기만 한 아이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그렇다고 내가 너를 위해 노력했다고 착각하지 마라.
         나는 나를 위해 사는 귀한 존재니까 말이다.
         언젠가 길을 걷다 우연히 너희 둘을 마주치면,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그냥 지나칠테다.

 



외모를 가꾸는 게 유치하고 부끄럽다 여긴 건 사실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나를 배신하고 떠난 그에게 복수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다게의 모든 분들, 모두모두 다이어트 성공하셔서, 더 아름답고 당당한 자신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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