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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겨울이 가면... - 2.즐겁지 않아
게시물ID : lol_542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0
조회수 : 47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9/04 06:29:27
* 이 소설은 실제 LOL 프로팀의 이름과 선수들의 이름이 등장하며,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부분도 있으나 상당 부분이 픽션이므로 실제와 다른 점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Prologue편 http://todayhumor.com/?lol_542308
- 1. 뜻밖의 손님 http://todayhumor.com/?lol_542522



 숙소로 돌아온 프로스트 선수들은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스크림 준비를 했다. 여느 때처럼 하는 스크림이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아무래도 아까 현우가 한 말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챔피언스 무대에서 점점 더 결과가 안 좋게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CJ가 없는 결승전은 없었다.' '못 해도 4강이다.' 같은 전통명가의 당위성은 이미 2013 서머시즌 이후로 무참히 박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4 서머시즌에서는 16강에서 두 팀 모두 탈락하여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데다가, NLB에서도 T1 K에게 참패를 당하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스크림을 위한 준비를 마친 가운데 상면이 현우를 향해 물었다.

 "형이 볼 때 우리 문제점이 뭔 것 같아? 개인기량? 벤픽전략? 운영전략?"

 짧은 시간동안 현우는 생각에 잠겼다. 2013년 서머시즌 현우가 은퇴하기까지 팬들이 말하는 문제점은 '초식정글', '벤픽전략' 이 2가지가 가장 컸다. 현우가 은퇴한 이후에는 육식정글러를 잘 다루는 헬리오스 신동진이 프로스트의 정글러로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없었고 이 때 구설수에 오른 문제점은 '라인전을 이길 수 있는 미드라이너의 부재'였다. 막눈 윤하운 갱맘 이창석 등이 함께 했다가 다시 프로스트를 떠났고, 코코 신진영과 스위프트 백다훈이 합류하여 리빌딩된 것이 현재의 프로스트였다. 이렇게까지 노력한 결과는 16강 탈락.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현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 있었지만, 과연 현우가 어떤 대답을 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특별히 초창기부터 남아있는 상징같은 존재인 민기와 상면은 아까 현우가 했던 말이 떠오르며, 설마 자신이 문제인 것은 아닌가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불안하기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부족해서 프로스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프로스트의 팀 색깔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골똘히 고민하던 그들에게 들려온 현우의 대답은 이러했다.

 "너희가 초심을 잃어버렸기 때문 아닐까?"

 생뚱맞은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생들을 향해 현우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너희들은 전혀 즐겁게 게임하지 않고 있어. 물론 프로라는 것은 지금의 내 인생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지만, 어느 분야에서든지 진짜 1류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즐겨. 즐기라는 말은 소위 말하는 즐겜모드로 대충하라는 게 아니야. 연습 때는 피나는 노력으로 하지만, 리그 무대에서 게임에 임할 때는 꼭 이겨야 하는 부담감, 졌을 때의 패배감보다는 오늘 우리는 함께 어떤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까? 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자라는 거야. 상면이, 민기, 호산이는 기존 멤버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 진영이와 다훈이는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프로스트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다른 어떤 문제들보다도 즐기지 못하고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 같아. 예전 프로스트를 떠올려 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설렜던 그런 프로스트였는데, 지금 너희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하나도 설레이지 않아."

 그러했다. 라인별 올스타에 연속으로 선정된 상면과 민기. 본인들이 가진 네임벨류에 걸맞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압박감이 매 게임마다 어깨를 짖누르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른 팀 원딜러처럼 하드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의 호산. 프체정, 프체미로 불리며 팀을 제2의 전성기로 만들어야 된다는 과제를 스스로 만들어 버린 진영과 다훈. 어느 새 그들은 즐겁고 꿈만 같고 떨리는 게임보다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즐기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갖고 스크림을 시작한 그들에게 주어진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엄청난 집중력을 갖고 실전처럼 임해야 할 스크림이었지만, 생각이 복잡해진 그들의 플레이가 괜찮을리 없었다. 그들은 패배했다는 상실감과 안타까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새하얀 종이를 바라보듯 멍한 상태였다. 스크림을 지켜 본 현우가 입을 열었다.

 "다들 뭔가 고민거리가 생긴 것 같네. 내가 아까 카페에서 이야기한 것 기억해? 그것과 게임을 즐기는 것, 이 두 가지는 사실 같은 이야기나 마찬가지였어."

 사실 현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아무도 알지 못 했다. 분명 카페에서 이야기한 것은 우리가 연습해야 할 과제들이었는데, 그게 즐겁게 게임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프로스트 선수들이었다. 더욱 멘붕상태로 빠져드는 듯한 5명을 바라보던 현우는 시계를 보았다. 이제 막 오후 6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현우는 직접 손으로 5명의 컴퓨터를 끄며 연습종료를 선언했다.평소라면 잠시 뒤 저녁먹고 다시 연습 삼매경으로 들어가야 했다. 예전 스타크래프트1부터 그래왔듯이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연습을 해야했다. 저녁식사 이후에도 당연히 연습스케쥴이 잡혀있었다. 암묵적인 규율이 아닌 정해진 규칙이었기에 5명의 선수들은 당황스러웠다. 아까 외출부터 저녁연습 취소까지 이대로 괜찮겠냐는 질문에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종이형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야. 앞으로 모든 스케쥴과 연습관리는 내가 하게 될 거야. 물론 행사같은 외부 일정은 예정대로 갈 거야. 그건 내 맘대로 할 수 없는거니까. 어차피 머리도 복잡할텐데 스크림한다고 너희나 상대방이나 서로 시간만 낭비할 뿐이야.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연습은 없어."

 말을 마치며 현우는 연습실 문을 열쇠로 잠궜다.

 "연습실은 정확히 모레 아침 9시에 다시 열거야. 그리고 그 때까지 너희들에게 주는 지시사항은 딱 하나, 자습."

 자습이라니. 가뜩이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습이라니. 연습취소라기에 뭔가 현우가 준비한 다른 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개인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로경험이 오래 된 상면, 민기, 호산은 오히려 연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자 그럼 난 확실하게 너희들에게 지시를 내렸으니까 퇴근할게. 요즘 신혼이라서 일찍 안 들어가면 혼난다~ 그럼 내일 모레 보자!"

 고민에 빠진 5명을 뒤로 하고 현우는 숙소 밖으로 나섰다. 현우의 코치계약, 연습취소 및 금지, 그리고 방치 후 퇴근. 오늘 현우의 행보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이었다. 혼란스런 분위기에서 다훈이 입을 열었다.

 "형들 어차피 연습실도 못 써서 일찍 자기도 그렇고 전 솔랭이나 돌리러 PC방에 가볼게요."

 "나도 같이 가"

 "나도"

 "나도"

 갑작스레 5명이 다 같이 PC방으로 가는 그림이 완성되어 버렸다. 사실 이들은 PC방을 잘 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5명은 때 아닌 PC방 방문에 다들 야구모자나 후드를 쓰고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PC방에 들어섰다. PC방은 어느 자리 할 것 없이 절반이 넘는 모니터에서 소환사의 협곡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나마 평일 저녁이기에 빈자리들이 꽤 있어 5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부팅이 끝나고 LOL 클라이언트를 실행시켜 접속을 하던 중 상면이 말했다.

 "현우 형이 연습실 갑자기 잠그는 바람에 키보드랑 마우스도 못 갖고 왔고, 설정도 여기는 기본 설정으로 돼 있어서 바꿔야 되는데 셋팅도 하고 여기 PC방에 적응도 할 겸 간단하게 칼바람 어때?"

 주로하는 스크림에서는 전체적인 팀플레이를 연습하고, 가끔씩 하는 솔로랭크에서는 새로운 챔프의 실험과 연습을 하는 그들이었기에 사실 칼바람나락은 그들에게는 소환사의 협곡이 비해 상대적으로 덜 친숙했다. 단 하나의 라인에서 정신없는 5:5 한타가 끊임없이 일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플레이시간도 짧았다. 다들 오랜만에 온 PC방이기도 하고 상면의 말처럼 적응도 할 겸 다 같이 칼바람을 하는 것에 동의했다. 매칭이 이루어지고 수락버튼을 모두 누르자 화면에는 5명의 챔프가 자동으로 선택되어졌다.




-작가의 말(모바일 배려)
이제 슬슬 프로스트의 성장기에 대해서 언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스위프트 백다훈 선수의 계약해지에 이걸 소설에 반영시킬까 말까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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