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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게시물ID : readers_5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림레몬
추천 : 10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6 10:16:17

아들은 아버지가 무섭고 원망스럽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고압스럽고 쉽게 손이 올라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때야 그냥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했지만 나이를 먹고 머리가 굵어지는 시기부터 아들도 슬슬 자기 생각이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투정가깝게 '이거 싫어요'라고 했다가 아버지의 부릅뜬 눈에 어깨를 움츠렸다. 쌩뚱맞게 옆에있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큰 소리를 듣고 아들과 같이 어깨를 움추린다. 

 

아들의 나이 8살. 아버지가 시킨 운동장 돌기를 안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따귀를 맞았다. 아들이 우는 소리에 놀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한마디 하다가 어머니도 따귀를 맞았다.

 

몇번의 경험이 쌓이자 아들은 아버지의 손이 올라가는 타이밍을 감지해 낼 수 있게 되었다.

 

한번 반항, 두번 반항, 지금!! "예. 알겠습니다."

 

또 다시 한번 반항, 두번 반항, 세번 반항, 지금!! "예.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아버지에게 안 맞는 선에서 슬금슬금 자기 의견을 고집했고 아버지는 '저 새끼 저거 지고집만 저렇게 세워서 어떻게 사회생활 할꼬." 라며 혀를 차셨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애써 기른 더벅머리를 맘에 안들어 하는 아버지가 이발소 가라고 내민 오천원을 안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반항하다 고집 꺽을 타이밍을 놓쳐 지폐를 움켜쥔 주먹에 얻어맞았다.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는 재털이가 날아갔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레포트,엠티,조별과제,동아리... 핑계는 많았고, 없을때는 현장견학, 기업주최 청년한마당 같은 있지도 않은 행사를 거짓으로 만들어 밖에서 밤을 새우고 동아리방에서 쪽잠을 잤다.

 

거짓으로만든 행사에 간다며 받은 참가비는 술값으로 날아갔고 아들은 그 돈을 기반으로 학과내에서나 동아리에서나 인기많은 황금같은 1학기를 누렸다.

 

늦여름, 자원봉사를 간다며 집을 나선 아들은 강촌민박집에서 이박삼일동안 술에 쩔어 돌아와서 이번엔 성적표를 움켜쥔 주먹에 얻어맞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큰소리를 쳤다.

 

분명 쪽팔림이 뇌관이었건만 타들어간 심지는 의외로 깊은데까지 내려가 그동안의 억눌림이 다 폭발해버렸다.

 

그냥 다 싫었다.

 

권위적인 아버지도 싫고, 감내하는 어머니도 싫었다. 제일 추한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던건 먼 훗날 나이먹은 아들에게 가장 큰 부끄러움중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2학기 등록금을 주지 않았고 아들은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친구들에게 베풀며 인생의 황금기를 이어갔다.

 

겨울이 오고 군대에간 아들은 군대체질이라는 말을 들었다.

 

선임들에게는 아버지 대하듯 하고, 후임들에게는 아버지 하듯 하니 군생활에 어려울게 없었다.

 

제대하고 학교에 돌아와보니 동기들이 다 손안닿는 곳에 있었다.

 

개판친 성적때문에 아들은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할 상황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제대한 남자동기보다 한학년 밑의 수업을 듣게되었다.

 

버릇없는 후배들에게 군대성격을 보였다가 외톨이가 된 아들은 예전의 황금기가 거짓말인것처럼 재미없는 학교생활을 하다 졸업했다.

 

졸업후 직장을 잡는것은 어려웠지만 간신히 들어간 회사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사에겐 아버지 대하듯하고 후배에게는 아버지 하듯 하면 됐으니까.

 

후배들에게 인기는 전혀 없었지만 상사들에게는 인정을 받아 직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고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이듬해에는 아들의 아들, 주니어도 건강하게 탄생했다.

 

아들에게 제 2의 황금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아들에게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들의 아들, 그러니까 아들의 주니어가 말을 깨우치면서 조금씩 말을 안듣는다.

 

처음에야 '내 자식놈이 똘똘하니 자기생각 말하는구나.' 하고 웃었지만 이놈이 자꾸 기어오르니 한번 크게 혼내주었다. 이참에 아들한테 오냐오냐하는 와이프에게도 한마디 해주었다.

 

그렇게 좀 잠잠하나 싶더니 요샌 호통을 쳐도 한순간이다. 와이프도 내말은 들은척 만척이다.

 

어린놈이 벌써부터 이렇게 고집이 쎄서 어떻할건지 장래가 걱정이다.

 

 한번만 더 말을 안들으면 손을 대서라도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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