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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사의 일기 (1)
게시물ID : phil_54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gnolia.
추천 : 0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22 22:47:11

 제설,제설,제설 또 다시 제설 눈이 비행단을 덮으면 나는 여김없이 눈의 치워야한다. 시려운발, 자세에 따라신경통이 느껴지고 딱딱한바닥과 삽과의 진동이 내 몸에 전달되면서 불쾌한 통증을 느낀다. 주말인 오늘, 어제 쏟아진 눈을 치운다. 왜 그리도 무심하게 내리는지, 무한히 반복 될것 같은 이 단순 노동, 끝날것 같지 않은 이 노동 속에서 맹목적으로 모두들 성취감에서 우러나온 희미한 희열을 느끼고 있다. 중독된듯, 술에 취한듯 약에 취한듯, 약간은 수선스럽게 콘크리트 바닥을 삽들로 갈아 버린다.


제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요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시 손 위에 올려졌다. 군대에 있어서 병사의 위치와 환경의 이해와 해석이다. 미숙한 집단의 당위를 분석하고 잘게, 가깝게나 멀게 , 동정하기도 하며 혐오하기도 한다. 나의 책임감과 인간으로 지키고 싶은 인간성의 판단근거가 될수있는 어떤 요소들이 납치당하고 수난 당하고 곤혹을 당하는 것 같아서,자기애를 연료삼아 불태워 이 상황을 타개하거나 미약하게나마 완충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제 생각이 바뀌였다. 무책임감과 의사소통의 팽배함. 이 집단의 미숙함은 이런것에 기인한다. 빛깔만 좋은 연대의식, 이는 나에게 몰이해가 크게 보인다. 알맹이도 없고 일관성 없는 겉멋부림 정도로 보인다. 끈적거리고 역겨운 속내로 강요하는 그들의 당위는 그들만의 세상속에만 국한된다는걸 그래서 강요 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깨닫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네들은 완벽해야하니깐.


그네들은 완벽해야하니깐, 실수 그 자체를 순수히 인정하면 안되고, 어떠한 변명,구실이 있어야한다. 그네들은 완벽해야하니깐, 완벽하기위해 여러사람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희생들을 애써외면한다. 여기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부작용에 까지도 이런것 까지조차 책임을 전가한다. 그네들은 완벽해야하니깐.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잘못 됬다고 느끼고는 있기 때문에,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듣기좋은말, 그럴싸한 레토릭과 단어들로 포장을 하지만, 너무나도 노골적이여서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처량하다. 


그네들은 대부분 고착화 되어있다. 길거리에 눌러붙어 때탄 검은 껌자국, 배수구에 붙어 있는 습한 곰팡이처럼,,,


내가 방금 쇠삽으로 내려친 콘크리트 위에 얇게 달라붙어 있는 얼음처럼 그들은 경직되어있으며 불편하다. 그네들은 내 마음에도 하나의 얼음처럼 붙어있다. 나는 이 얼음들이 전역 후 충실한 열정과 뜨거운 책임으로 녹이길 희망한다. 따뜻한 번영의 땅에있는 기분좋고 당당하며 편한 미소를 짓고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눈과 얼음이 담겨있어 무거운 삽을 허공으로 날린다.



**이 일기를 올리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이 일기에 녹아있는 어떤 것들을 공유하고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 이렇게 올려 봅니다.**

몇개의 일기가 더 있는데 반응이 좋으면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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