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하늬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내란음모 구속자 가족들이 오는 11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언론의 폭력과 무자비한 보도는 가족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칼이 됐다"며 "언론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교황 일반 알현과 관련한 문화일보,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등은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반 알현에서 만난 구속자 가족 엄경희씨에게 강복 기도를 한 것에 대해 "강복 기도는 영적(靈的) 격려, 다시 말해 '용기를 잃지 마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며 "교황이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전말을 알 리도 없고 알고 있었다 해도 한 국가의 사법 체계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교황까지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엄씨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내란음모 구속자 무죄석방 호소 피해자 가족,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기사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씨는 "조선일보는 교황님이 아무것도 모른 채 강복 기도를 했다고 했지만, 우리가 로마에 갔을 때 교황청 관계자들은 이미 한국 상황을 브리핑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엄씨는 지난 5월 7일 로마 바티칸으로 향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쓴 편지를 들고서였다. 이 일정에는 다른 구속자 가족인 박사옥씨도 함께 했다. 로마에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의 안내로 정의평화위원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만나게 됐다. 엄씨는 "추기경들은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그 결과 일반알현에서 교황님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내란음모 구속자 무죄석방 호소 피해자 가족, 종교인 기자회견'
▲ 8월 6일 조선일보 사설
엄씨는 교황이 지나갈 때 이탈리아어로 "도와주세요. 저희 남편들이 한국에서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교황이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엄씨는 "함께 있던 박사옥씨가 편지도 직접 교황께 전달했고 교황은 당신 손으로 직접 편지를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씨는 "한국에 돌아오자 기적이 일어났다. 4대 종단 수장들이 탄원서를 보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보도가 지나치다고 힘겨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남편들은 세기의 폭력범이 돼 있었다"며 "하지만 국정원이 한국일보에 건넨 녹취록은 1000여곳이나 고쳐야했다"고 말했다. 실제 1심 과정에서 왜곡 의혹이 일자 국정원은 녹취록을 수정해 다시 증거로 제출했다. 이 결과 '성전 수행'은 '선전 수행'으로, '전쟁 준비'는 '구체적 준비' 등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남편들이 구속된 것도 억울한데 언론의 폭력과 무자비한 보도는 가족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칼이 됐다"며 "그래서 가족들은 기도를 드리면서 정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론은 그마저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북이라는 딱지 하나로 공공의 적이 조작되고 만들어지는 사회, 이 사회상의 사회가 만들어낸 유령이 내란음모"라며 구속자들의 무죄 석방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신부는 인혁당 사건을 언급하며 "현재 내란음모로 구속된 가족들을 보면 인혁당 사건이 생각난다. 당시 인혁당 사건 가족들은 소외되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왜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나. 악마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구속자들은 오는 11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