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가 기본인것 같으므로 나도 음슴체.
(아 물론 여친도 없습니다.)
본인은 평소에 가위라고는 오히려 눌려보고 싶을 정도로 단 한번도 가위에 눌린 적이 없는 사람임.
게다가 독실한 카톨릭으로서 귀신영화를 볼 때면 주님의 기도를 읊는 대찬 남자임.
재작년 3월 쯤 이었음.
그 당시 사귀던 전여친을 2월에 만나게 되고 대략 한달이 조금 못 지난 시점, 뭔가 기가 허해지기 시작한 것을 느낌.
본인은 지금 얘기할 일을 겪기 약 일주일 전에 살면서 처음으로 가위란 것에 눌려봄.
그 썰은 지금 겁나 바쁘니까 풀지 않겠음. 나중에 기회되면 풀겠음.
쨋든 가위에 눌린지 일주일이 지나고 그동안은 거실 소파에서 자다가 이제 다시 방에 들어가 자기 시작했을 무렵임.
불편한 소파를 떠나 내 방의 부드러운 매트리스로 잠자리를 옮기고 나자 이틀 정도는 평화 그 자체였음.
그러다 전날 술이 개떡이 되도록 쳐먹고 자체휴강을 한 뒤 요양을 하며 자고 있을 무렵이었음.
엄빠는 다 출근하셔서 집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미칠듯한 두통과 구토에 시달리며 잠을 청했음.
그러다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나는 제3인칭 시점이었음.
근데 내가 그 사람의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그 사람 무릎 쯤에 눈알이 하나 달려서 약간 밑에서 보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음. 왜냐면 내 시선 한쪽에 다리처럼 보이는 검은 실루엣이 움직이는게 보였기 때문임.
무튼 나는 그 사람의 무릎에 달린 눈으로 내가 꾸는 꿈을 보고 있었는데 제일 처음 장면은 우리집 현관이었음.
시작부터 웬지 모르게 겁나 쌔한 기분이 들면서 등 쪽에 오한이 서리는게 느껴졌음.
그것은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시선이랑은 별개로 그냥 누워있는 내 몸에서 느껴지는 오한이었음.
나도 되게 기이하다고 생각하는데 시야만 그 사람의 무릎 쪽에 가있고 나머지 몸의 감각은 매트에 누운채로 다 느껴졌음.
무튼 우리집은 아파트라 1층 현관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 다음에 엘리베이터를 타야함.
그 사람은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탔음.
그걸 무릎에서 바라보는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때까지 겁은 먹지 않았음.
근데 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12층(우리집 층)을 누르는거 아니겠슴?
진심 겁나 소름이 돋았음...
우리층에는 우리집이랑 옆집 딱 두집이 있는데, 우리집은 나 밖에 없었고 옆집은 여행을 가서 집이 비워져 있기 때문이었음.
(여행을 간 사실은 옆집 새댁이 우리 어머니께 우유랑 신문이랑 전단지 좀 정리해달라고 부탁하셨기 때문.)
다시 말해 그 사람은 지금 나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음.
갑자기 식은땀이 팍 나면서 목을 타고 줄줄 흐르는게 느껴졌음.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팔다리는 움직여지는데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음.
결국 나는 몸을 웅크리고 이불로 내 몸을 얼굴까지 다 덮어서 가려버렸음.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12층에서 멈췄고 그 사람은 우리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음.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는지 모르겠음... 그냥 깜짝 놀라면서 한번 더 소름이 쫙 돋았음.
(그림 참조1: 당시 우리집 구조)
나는 내 방에서 방문 쪽에 머리를 놓고 이불을 다 덮은 상태로 누워있었음. 그리고 그 사람이 우리집 현관으로 들어옴.
누워있는데다가 침대도 아니고 그냥 이불보다 조금 높은 매트리스 하나만 깔고 있어서 그 사람의 걸음 때문에 바닥이 울리는게 느껴졌음.
그 사람은 집을 둘러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곧바로 내 방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음. 엘리베이터 타는 사이에 뭘 먹었는지 걸음걸이도 이젠 비틀거리지 않았음.
그 사람이 현관에서 내 방까지 들어오는 동안 난 바닥의 진동을 느끼면서 그 사람 무릎에 달린 눈으로 내 방이 가까워지는걸 지켜보고 있었음. 진짜 미칠 것 같았음. 몸이라도 일으켜지면 저항이라도 해볼텐데 움직일 수 있는건 팔다리 밖에 없고 그나마도 멀리까지 뻗지도 못했음.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 사람은 내 방문을 열었음.
그 사람이 내 방문을 열면서 그와 동시에 내 시야는 그 사람의 무릎 언저리에서 내 방 구석으로 옮겨졌음.
(그림 참조2: 내 방 구조 및 나의 바뀐 시야 위치)
바뀐 시야에서는 이렇게 방 구석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로 방 전체를 볼 수 있었음. 그리고 그 시야의 중간 쯤에 내 방문이 있었음.
그 때 처음으로 그 놈의 모습을 봤음. 검은 실루엣이었음. 마치 코난의 범인처럼...
그 사람은 방 문을 반정도만 닫은 채로 내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음. 나는 모서리의 시야로 그 사람을 바라보며 숨을 죽인 채 이불 속에 숨어있었음.
그 때 였음!!!!!!!!
그 사람이 갑자기 엄청 빠른 속도로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위로 그대로 올라타는거임!!!!!!! 나는 깜짝 놀라고 오지게 무서워서 이불 속에서 막 발버둥을 쳤음!! 근데 그 새끼 힘이 억수로 쎄가지고 내가 백날 움직여봤자 미동도 안하는거임!
그 새끼는 이불 위에 올라탄 채로 이불을 벗기기 시작했음. 근데 내가 진짜 손톱이 빠져라 이불을 붙잡고 안 놔줬음!
내가 진짜 있는 힘 다해서 이불을 붙잡고 안 놓자 그 새끼가 갑자기 이불이 덮인 그 상태 그대로 나를 미친듯이 찌르기 시작했음.
분명 들어올 때는 그 새끼 손에 칼 같은게 없었는데 갑자기 칼을 들더니 이불 속에 있는 나를 사정없이 찔러대기 시작했음.
나는 그걸 저 구석탱이 시야로 다 지켜보고 있고, 미친듯이 저항해봤지만 난 맨손에 힘도 걔보다 약했음.
나는 엄청나게 찔리기 시작했고 이불 안에 있던 솜이 터져서 흩날리는게 보였음.
근데 보통 꿈이면 막 죽을 위기에 처하면 깨지 않음? 근데 저 때는 그딴거 없음.ㅋ 겁나 찔리기 시작함...
그리고 팔쪽부터 배부분까지 찔리는 부분마다 뼈가 시리는? 그런 느낌이 들었음.
칼에 찔려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마치 뼈에 직접 엄청나게 차가운 액체를 들이붓는 느낌이었음.
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내가 손발만 허우적거리면서 수십번을 찔리는걸 내 눈으로 보게 됨.
그러다가 갑자기 빨려들어가듯이 내 시야가 내 몸이랑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내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됨.
그와 동시에 난 빽 소리를 지르며 기상했음.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그 때는 오죽하겠음? 너무 생생하고 무서워서 핸드폰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거실로 나와 티비를 틀었음.
거실 시계를 보기 오후 3시 반 쯤...? 내가 한참 토하다가 잠든게 11시 쯤이었는데...
오들오들 떨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티비만 보는데 다른 것도 못보고 엄청 밝고 웃긴 예능만 골라서 보다가 엄마랑 아빠 퇴근하고나서야 겨우 다시 방에 들어갈 수 있었음...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때 만나던 여친이 기가 많이 허하고 그래서 어머님이 아는 사람이 직접 써준 부적도 가지고 다니고, 그 부적 써준 사람이 전여친 이름도 애꿎은 사람 죽이고 다닐 이름이라고 무조건 개명해야 한다고 그랬다고 그 친구가 직접 말해줌.
그 친구한테 내가 가위 눌린 얘기랑 방금 썼던 꿈 얘기 말하면 신경 쓸까봐 닥치고 있었는데 아마 그 친구의 기운 때문이 아닐까 싶음...
결국 그 친구랑은 얼마 못가서 헤어지고 그 친구랑 헤어진 뒤로도 한달정도는 가위에 눌릴 '뻔'한 적이 많음.
잠들려는데 오한 들고, 막 잠들려는 찰나에 손가락이 안 움직여서 필사적으로 손가락 움직여서 가위 눌리기 직전에 깨고 그런 경우가 삼사일에 한번 꼴로 있었음...
그리고 헤어진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잘 삼.ㅋ
근데 사람들이 이거 어떻게 마무리 해야될 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겁나 의아했는데 나도 어떻게 마무리 해야될 지 모르겠네...
음...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