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준이 형. 내가 왔다. 내가 할 수 있댔지?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딱 기다리고 있어.
이번엔 가만두지 않을거니까.
이번 정규시즌에서는 내가 형한테 조금 안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8월이었지.
내가 복귀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친정팀과 경기가 있었어.
부산에서 처음 맞는 홈 3연전이였지.
세 번째 경기였어. 이날 전까지 1승1패, 그리고 16일 3연전 마지막 경기.
5-3으로 앞서던 8회초 내가 마운드에 설 차례가 됐어.
사실 등판하는데 첫 날 보다 몸 상태가 썩 좋지는 못했어.
그래서 그런지 너무 안맞으려고 했나봐.
첫 타자 (최)정이 한테 볼넷을 내주고 형하고 만났어.
그리고 초구에 꽝 맞아 버렸네.
헉, 2루타. 그래서 무사 2,3루.
결국 그 이닝에 동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흑.
올시즌 내가 맞은 안타 12개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가장 멀리 맞은 타구였어. 그래서 분해.
그 상황이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있거든. 뼛속까지 그 아픔이 스며들어있어.
평생 기억할꺼야.
형 때문에 나 멘붕(멘탈붕괴) 왔잖아.
용서하지 않을꺼야. 알고 있지?ㅋㅋ
형. 형과 또 맞붙을 생각을 하니 SK 시절, 시뮬레이션 배팅 같이 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우리 장난으로 형은 왜 내 볼을 타자들이 못치는지, 반대로 나는 왜 형한테 투수들이 홈런을 쳐맞는지 서로 이해 못한다 했잖아.
그때 같이 연습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
좋은 타자니까 타팀 선수라 생각하고 내가 진짜 전력으로 던졌던 것 같아.
프리배팅때도 그렇고 두드려 맞는게 버릇될까봐 게임 때와 똑같이 형하고 승부했었어.
기본적으로 우타자들과 승부할 때 바깥쪽 커브만 던져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거든.
그런데 그때 형에게 몸쪽을 많이 던지면서 공부도 많이 했었어.
그때는 내가 형 참 많이 이겼는데. 몸에 맞히기도 많이 했었고.
그 등치에 아프다고 참 많이 뒹굴었었지.ㅋㅋ
형, 형도 올해 잘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아.
우리 정상에서 한 번 멋지게 붙어보자. 이번에도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 몸에 맞을 각오도 하고.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형한테 지지 않을거니까.
한국시리즈, 우리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