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생길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므로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봄이 다가오는 4월 어느 주말쯤이었던 걸로 기억함.
상병을 달고 무료함에 지쳐 내무실을 굴러다니고 있었음.
내무실에는 나와 후임 밖에 없었고 그 후임은 며칠 후 휴가를 나갈 예정이었기에 매우 들떠서 휴가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음.
본인이 나왔던 부대에서는 휴가를 가게 되면 휴가계획서에 대리임무라고 해서 대리임무자에게 사인을 받게 하는 제도가 있었음.
계획서를 다 작성한 그 후임은 나에게 자신의 대리임무를 부탁하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 휴가계획서에 사인을 해 주면서 두발정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었음. 두발정리 안하면 못나가는 제도또한 있었기에...
마침 우리 포대(포병출신임)이발병은 휴가중이어서 아무도 그 후임의 머리를 정리(?)해 줄 사람은 없었던 거임.
그 후임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쭈뼛쭈뼛 하면서 냉동을 바칠테니 머리를 잘라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했었음.(이일로 대참사가 일어남)
매우 심심했던 나는 콜을 외치면서 어머니께서 미용실을 경영하신다고, 머리는 잘 자른다고 그 후임을 안심시키면서 일단 px에서 냉동을 먹자고 꼬드겼었음. 그 후임은 매우 똥줄이 탔던지 짬뽕면과 기타 냉동들을 사서 돌려와 바쳤고 그걸 쳐묵쳐묵한 나님은 이제 머리를 자르러 가자면서 이발도구를 챙겨서 대대 이발소로 향했음.
일단 후임을 의자에 앉힌 뒤 어깨 너머로 봤던 기억들을 떠올려 이발을 하기 시작했음. 바리캉에 가장 큰 가이드를 끼우고 머리를 전체적으로 자른 뒤 옆머리 뒷머리 등 짧게 잘라야 하는 부분에는 작은 가이드를 끼위서 작업을 했었음. 뒷머리 부분을 정리하고 옆머리 부분을 자르고 있을 때쯤... 오호 통재라... 작은 가이드가 원래 좀 상태가 메롱이었는데 옆머리를 자르면서 갑자기 확 빠져버린거임.
당연히 그 후임의 옆머리는 가이드 없이 자른것처럼 머리가 제로의 영역이 되어 버렸고 그 광경을 거울을 통해 보고 있던 그 후임은 경악을 하며 멘붕에 빠져 가고 있었음...
당황한 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이건 살릴 수 있다고...균형을 맞추면 괜찮을 거라면서 반대편도 제로의 영역에 도전하자고 하며 가이드를 빼고 과감히 밀어버렸음.
그 후임은 이걸 어쩔꺼냐고 울부짖었고 나는 괜찮아 자른건 다시 길면 되 라면서 위로했었음...대충 나머지 부분을 정리하고 머리를 감겨보니...좀 기묘한 귀X컷 모양이 되었고 남성미를 물씬물씬 풍기면서 포대장에게 휴가신고하러 갔음.
그 머리를 본 포대장은 이걸 누가잘랐냐먼서 엄청 웃어댔었고 신고를 마친 그 후임은 패왕색의 패기를 내뿜으면서 내무실에 들어와 나를 찾았고 그 후임이 휴가 가기 전까지 도망다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