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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보는 안경
게시물ID : panic_54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중없는아이
추천 : 18
조회수 : 68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4/12 02:05:46
웃대 리드백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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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기백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소위 말해 일진이었다.
그것도 나름 퀄리티가 있는 일진.
싸움, 키, 외모, 게다가 집안까지 어느 하나 꿀리는 게 없었다.
"하아, 젠장. 짜증나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짜증만 나는 건지, 그는 고등학생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러 집을 나왔다.
담배.
미성년자지만 일진인 그가 담배를 피우는 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는 으슥한 골목을 찾아 들어가 담배를 하나 꼬나물었다.
칙칙.
라이터를 켜서 담배를 한모금 빤 그는 쾌감이랄 것도 없는, 
지독히도 자연스럽게, 중독때문에 담배를 흡읍하고 있었다.
"후우우우우......응?"
담배를 피고 있던 찰나,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인지, 그곳엔 한 노파가 서 있었다.
분명 이곳으로 들어왔을 땐 아무도 없었고, 또 사람이라곤 느껴지지도 않았는데.....어떻게?
아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노파는 노점상을 하고 있어보였는데, 참 병신같았다.
이런 골목에서 노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인적도 드믄 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애초에 개념자체가 틀려먹었다.
그런데 왜 일까?
호기심이 드는 건.
과연 이런 곳에서 뭘 팔고 있는 것일까?
아니, 반드시 이런 인적 드믄 곳에서만 팔아야 되는 물건일지도.....
경식은 자신도 모르게 그 노파에게로 다가갔다.

행복노점상

'행복노점상이라고? 웃기고 있네.'
경식은 노점 앞에 걸린 간판에 코웃음을 치며 도대체 뭘 파는 건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이상한 것들, 흡사 영화에서만 보던 마법같은 분위기가 나는 물품들이었다.
그는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한 안경에 주목했다.
검정색 뿔태 안경.
스타일도 멋진, 패션 용으로도 적합한 안경.
안경점, 아니 패션전문점에서나 있을 법한 안경이 이런 곳에 있으니 당연히 특이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할매, 이거 얼마야?"
"그거 말이냐? 백만원이다."
음흉한 미소를 짓는 노파.
경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파의 미소역시 그를 경악하는데 한 몫 거들었지만 문제는 말도 되지 않는 가격 때문이었다.
"어이, 할매. 이깟게 백만원이라고?"
"당연하지. 그건 사람의 마음을 보는 안경이니까."
"에에에?"
이번엔 다른 의미의 경악.
사람의 마음을 보는 안경이라고?
"풉, 말도 안 되는 소릴 잘도 하시네."
그리고 이어진 비웃음.
경식은 분명 이 노파가 치매에 걸렸다고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을 보는 안경이라니.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할 수가 없지 않는가!
"정 의심나면 한 번 써보던가."
"에이, 말도 안 되."
그는 의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아니 자신도 모르게 안경에 손이 갔다.
그리고 안경을 쓴 뒤 노파를 바라봤다.
결과는.....역시나.
"뭐야 할매.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할매 노망난 거 아냐?"
이에 노파는 입술을 비릿하게 말아 올렸다.
"말했잖냐, 그건 사람의 마음을 보는 거라고 저쪽을 봐봐라."
경식은 노파가 가리킨 곳, 골목이 시작하는 부분을 바라봤다.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걷고 있었다.
"......!"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노파의 말대로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마치 자동으로 읽어진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확실한 건, 
이 안경.
분명히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꽤나 흥미로웠다.
아니, 잘만하면 이 안경의 활용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백만원.
그에게 그런 돈이 있을리가 없었다.
아니, 구하려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심성으로 이것을 굳이 돈 주고 사겠다는 마음 따위 들지 않았다.
상대는 노파.
아니 이미 그런 것을 떠난 문제다.
그는 달리기 시작했고, 이미 그 골목을 벗어나 집에 도착한 뒤였다.
"이것만 있으면.....큭큭, 재밌겠는데?"










다음날 아침.
그는 평소때와 다름없이 등교길에 올랐다.
지금까지와 뭔가 다른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가 안경을 썼다는 거다.
"여, 안경 멋있는데?"
그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민택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간지 나지 않...."
경식이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녀석의 속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크큭, 병신이 안경 쓰고 왔네. 안경은 멋있는데 너 같은 병신이 쓰니까 완전 코미디잖아?]
"........."
그는 순간 얼굴을 굳히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충격.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의 속마음이 겉과는 정반대인 것을 확인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야, 무슨 일있냐? 왜 갑자기 정색을 해?"
[별 것도 없는 게 정색하며 가오나 잡고 있네.]
"아, 그냥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
갑자기 지어낸 거짓말이었지만, 실제로도 속이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심사라고나 할까.
"그래? 괜찮냐? 양호실이라도 가봐."
[잘됐네. 씨발 이왕이면 죽도록 아파서 그냥 콱 죽어버려라.]
"괜찮아. 좀 있으면 낫겠지."
"그러냐?"
경식.
민택이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책상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한숨을 푸욱 내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봐보자. 솔직히 사람이란 게 다 이런 거 잖아?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민택이였기에 상당한 충격은 확실히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르겠지.'
그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여자친구인 은지에게 가기로 결심했다.
"안녕, 은지야."
"어? 안녕안녕~. 좋은 아침이야?"
귀여운 눈동자에 붉은 입술. 게다가 특유의 해맑은 미소.
보기만해도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만의 천사였다.
하지만, 안경을 쓴 오늘. 
바로 지금만큼은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아, 이 놈 얼굴을 아침부터 보네. 재수없게......]
"으..응. 좋은 아침이야."
"뭐 할 말 있어?"
"아니, 딱히...."
"으응, 헤헤."
[할 말 없으면 빨리 꺼져줄래? 네 얼굴 보고 있기 역겹거든?]
도저히 어떻게 대처를 해야될지 모를 상황.
게다가 믿었던 인지의 솔직한 마음에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다행히도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는 도망치듯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고, 
충격과 실망이라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늪에 빠져 수업을 받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오늘 수업을 모두 끝마쳤다.
그렇게 기다리던, 평소와 다름없던 방과후였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욱 기다렸다.
주변에 보이는 학우들의 마음에서, 마치 들리는 듯한 
[너 같은 건 죽어버려!]
[힘만 믿고 까부는 병신.]
[깡패같은 새끼.]
[인간 말종.]
등등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그는 속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고등학생이라면 방과후라도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게 있었지만, 그가 할리가 없었다.
특히나 오늘 같은 기분으론 말이다.
"경식아, 선생님 좀 보자."
"예?"
하교하려든 무렵, 갑작스런 담임선생님의 부름에 그는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평소 아이들 사이에서 인덕이 높은 선생님이었다.
막나가는 그 역시,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호감이 가던, 그런 타입이었다.
"너도 이제 고3이잖니. 대학교라도 나와야 나중에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지. 
물론 대학 나온다고 다 잘 산다, 이건 아니지만 요즘은 학벌 사회인 거 너도 잘 알잖아."
[너 같은 게 공부는 무슨. 기술이라도 배워 공장들어가서 막노동하며 평생 먹고 살겠지. 아니면 나이먹어서 까지 깡패짓 하다가 칼침맞아 죽던가.]
"........"
실망, 분노, 충격.
아니,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자괴감? 자멸감?
허무함?
아니 뭐라 표현해도 좋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아마 없을테니까.
".....선생님도 별다를 게 없군요."
경식이는 교무실을 뛰쳐나와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밤거리, 쌀쌀하지만 자신의 마음보다 싸늘할 순 없었다.
그는 밀려오는 짜증에 인상을 싹 찡그리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뭐야, 고딩 새끼가 교복이....양아치 같은 녀석. 저런 새끼 부모는 자식 관리 안하고 뭐하나 몰라?]
"야이 개새끼야! 그래, 나 양아치다! 근데 뭐? 씨발 오늘 죽어볼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분노를 폭파시킨 그의 표적은, 얌전히 지나가던 한 중년인이었다.
뭐, 표현상 얌전히 지나가다라는 것이 틀릴 수는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경식이에겐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원흉.
이 안경이었다.
그렇다고 벗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불안했다.
이 사람이 또 무슨 욕을 하는지, 보기 싫어도,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버렸으니.....벗어도 큰 의미는 없었다.
그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도저히 자신으로써는 감당키가 어려웠다.
그때.
그가 종종 괴롭히는 민수가 보였다.
어제 자신에게 죽도록 맞아서 오늘 결석한 녀석이었다.
경식이는 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녀석에게 풀기로 결심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야, 김민수. 너 오늘 잘 만났다."
"어! 겨..경식아."
경식이는 다짜고짜 녀석의 멱살을 쥐고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민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녀석의 생각이....보였기 때문이다.
[경식이 화가 많이 나 보이네. 엄마가 학교에 전화해서 선생님한테 뭐라고 한 건가? 그래서 선생님이 경식이를 혼낸 건가?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엄마한텐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했는데.....]
"......."
[에이, 뭐,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지. 어렸을 땐 뭐 친구들끼리 치고박을 수도 있는 거지. 게다가 학교에서 왕따인 나에게 이렇게라도 관심 가져 주는 건 경식이 뿐이고......맨날 때리긴 하지만, 실상은 착한 녀석일 거야. 종종 먹을 것도 챙겨주고, 의외였지만 저번 생일때 선물도 준 녀석이니까. 그래....맞자. 아프겠지만.....이걸로 경식이 화가 풀린다면야.....]
민수.
평소 괴롭히기만 했던 녀석.
뭐, 녀석의 생각대로 과자도 주고 한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녀석의 입막음 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달라도 아주 다른 본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녀석.
경식이는 차마 때릴 수가 없었다.
"야, 어제 때린 곳은 괜찮냐?"
"어? 아..으응."
"쩝. 지금까진 미안했다. 앞으로 너 괴롭힐 일 없을 거야. 잘 가라."
[이것봐! 경식이는 역시 착한 녀석이라니까. 드디어 마음 고쳐 먹었나 보다!]
경식이는 민수에게 환한 미소를 전해주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엄마, 저 왔어요."
"어, 아들 왔어?"
경식이는 신발을 벗고, 안경을 신발장 위에 올려놨다.
아니, 그러려던 찰나, 내심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과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다시 안경을 쓰고,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의 입장에선 호기심이라는 것도 크게 비중이 있었지만, 친구들에게 당한 배신감.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에휴, 내 아들이지만, 저렇게 한심한 놈이 태어날 줄은....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낙태해버리는 건데. 저런 천하의 쓰레기같은 놈이 태어날 줄이야. 아들, 지금이라도 좋으니, 죽어줄래?]
"..........."
뭐랄까.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옳고, 정확하고, 이해하기가 편할까?
아니, 뭐라고 표현해도 이해할 수 없다.
판단할 수 없다.
이 감정, 이 처참한 배신감을 직접 당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경식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손톱을 물어 뜯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하는 본심.
친구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
견디기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마저.....
이건 도저히.............
힘들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개과천선이라고,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지내볼까?
아니..........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는지도 몰라.
그래. 죽자.
너희들이 원하는대로!
죽어주마!
경식이는 칼을 들고 방문을 잠갔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목을 찔렀다.
"크윽."
고통스러웠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당했던 그 배신감에 비해선 약한 고통이었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 가운데, 눈동자가 풀리며 시선이 방에 걸려진 거울에게로 옮겨갔다.
그곳엔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고, 또한 자신의 마음 역시 보였다.
[살자.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거야]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자신은 분명 죽기로 결심했....?
"...컥....커억......민수....이...개새끼."










"으잉...못 된 놈. 그 안경을 훔쳐가다니. 뭐, 그거가지고 행복하게 살면 된 거지."
노파는 해가 질무렵 노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구석에 있던 한 검정색 안경을 발견했다.
"응? 이 안경이 왜 여기에....아, 키키키키킥! 그 녀석에게 미안하구먼, 이 늙은이가 노망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걸 진열해뒀었네 그려. 킥키키키키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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