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필리아는 청포도를 먹었을까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왜 오필리아는 생명이 위험해 진다는 판의 말을 쌈싸먹는 무시하고 행동 했을까요?
오필리아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있던 상황을 잘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날 낮 무렵 오필리아는 판에게 받은 선택의 책(맞나요?)을 화장실에서 몰래 펴 보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려달줘'라고 합니다.
그러자 이런 시뻘건 그림이 시뻘겋게 번지죠.
딱 보기에도 뭘로 보이시나요? 여성의 자궁으로 보이지 않나요?
사실 오필리아의 엄마는 오필리아의 양부이자 저항군들을 소탕하는 파시스트 군부의 대위(이름이 생각 안나네요)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필리아와 그녀의 엄마는 대위의 근무지 까지 오게 됩니다.
오필리아로써는 이런 급변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이 그림이 나타나자마자 오필리아의 엄마는 피를 흘리며 의사를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의사는 오필리아의 엄마가 안정을 취해야 하며 오필리아와도 따로 떨어져 있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데 왜 오필리아와 따로 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뭐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 사건 후에 오필리아는 알다싶이 괴인이 있는 장소에서 청포도를 먹게 됩니다.
청포도를 먹기 직전 오필리아는 첫 번째 과제를 통해 얻은 열쇠를 이용해 요정들이 시키는 대로 조그마한 문을 열죠.
보면 요정은 가운데에 있는 문을 열라고 합니다.
자 위에 세 문을 자세히 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각 문들은 생김새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생김새 뿐만이 아니라 어찌보면 왼쪽 문은 허름하기 까지해서 비교적 다른 문들에 비해 오래되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필리아가 얻은 것은 휘황 찬란하게 생긴 장식용 손칼입니다.
보기만 해도 삐까번쩍하고 날카로워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 칼 말고도 대위의 면도칼 보모의 식칼 등이 있는데 후에 이것들과도 비교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칼을 얻고 난 다음 뒤를 돌아 나오는 길에 청포도에 손을 대게 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상관이 있지????????
칼을 얻은거랑 청포도를 얻은 목숨이 위험한 짓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가???????
자 그 점은 이 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더 명확해 집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판은 지하 왕국의 문을 열기 위해 순결한 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필리아에게 그녀의 남동생을 희생시키고자 합니다.
여기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칼의 용도는 남동생을 희생 시키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엄마를 대위가 있는 이 곳까지 오게 해서 나를 힘들게 하고 엄마를 뺏어간 남동생에 대한 '공격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를 둘만 나아도 첫째는 엄마의 관심을 가져간 둘째를 미워합니다.
그래서 보통 엄마가 보지 않을 때 동생을 괴롭히기도 하고 반대로 미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 동생을 더 아끼고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데 이를 반동 형성이라고 합니다.
위의 장면에서도 일단 의식적인 영역에서 오필리아는 동생을 희생시키자는 판의 말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공격성을 드러내는 칼은 자신이 아닌 '타인'인 판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아동이 그런 공격적인 생각을 가지더라도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어 무의식의 영역에 감춰 둡니다.
괴인이 있는 장소에서 세 문 중에서 가운대 문을 열려고 하는 행위는 그런 반동 형성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은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설명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결국 오필리아가 여는 문은 가장 낡은 왼쪽 문이고 삐까번쩍한 칼을 꺼내게 됩니다.
우리의 무의식 만큼 우리와 오래 한 것이 없겠죠.
문을 열고 칼을 꺼내는 장면은 오필리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그래서 위험한 동생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오필리아는 문제의 근원을 남동생으로 보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 된다면 자신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오필리아가 범죄자의 기질이 있다거나 비정상적인 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아동기를 거쳐왔고 그 시기를 자세히 알아보면 모두다 저마다의 환상이 몇 가지씩은 존재하죠.
가장 대표적인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근친상간의 환상과 근친살해의 환상입니다.
아빠가 죽고 새아빠의 아이를 가진 엄마를 따라 자기도 모르는 곳으로 온 오필리아에게 자신의 환상은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 일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위에서 이야기 했던 애매했던 오필리아의 두 번째 과제로 넘어가 볼까요???
선택의 책에는 시뻘건 자궁 모양의 그림이 나오고 오필리아와 단 둘이 있던 엄마는 피를 흘립니다.
만약 오필리아가 대위에게 말하러 가지 않았다면 동생은 분명 유산되었겠죠.
그리고 마지막 과제에서 드러난 칼의 의미를 고려해 본다면...
두 번째 과제는 바로 오필리아의 동생을 유산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게 바로 선택의 책에 나온 내용을 실현 시키는 것이 되겠죠.
또 첫 번째 과제로 돌아가 볼까요?
첫 번째 과제는 무슨 나무 밑에 사는 못된 두꺼비에게 독약? 여튼 무슨 약을 먹여 죽이는 일이었습니다.
오필리아의 동생은 남동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뭐라고 칭찬해주죠?
떡뚜꺼비같다!
(물론 그 나라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문화의 일반성에 비춰 본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입니다ㅠ)
그리고 이 두꺼비 때문에 썩어가고 있는 나무의 모습입니다.
오필리아는 저 사이로 보이는 나무의 틈새로 들어가 두꺼비를 만나게 됩니다.
음란마귀 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나무가 갈라진 모습은 여성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필리아에게 있어서 임신 때문에 약해진 엄마의 모습이
마치 두꺼비 때문에 말라비틀어져 가는 나무의 모습처럼 보일 수 있겠죠.
두꺼비는 오필리아가 준 약을 먹고 녹아 죽는데 여기서 오필리아는 열쇠를 얻어 문(반동 형성, 이드)을 열고 칼(공격성)을 얻게 됩니다.
또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첫 번째 과제의 과정 자체는 오필리아가 엄마의 유산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도록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의사가 대위에게 오필리아를 다른 방에 둬야 한다는 사실도
두 번째 과제가 엄마가 유산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모두 설명이 가능합니다.
자 여기까지 저의 뇌내 망상을 주절주절 이야기 해 봤습니다.
근데 이 파트의 주제는 왜 오필리아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청포도를 먹었는가 입니다.
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괴인이 있었던 장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괴인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어디 신화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벽화가 그려진 점을 봤을 때
괴인은 아이들을 잡아 먹는 존재 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잘못하면 어른들이 말씀하셨죠
조심해라 꼼쥐, 도깨비,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이 괴물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직 사회적인 관습을 내면화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죄책감이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
첫 번째 과제를 통해 오필리아가 엄마의 유산에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었고
오필리아는 이 장소에서 동생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칼을 무의식 속에서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를 그냥 나와 버리면 사실 아무 일 없이 이번 과제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필리아의 내면에서는 이런 공격성을 드러내는 한편 다른 감정이 들 수 있겠죠.
바로 죄책감.
내가 이렇게 나쁜 짓을 한다는 느낌.
그런 것들로 인해 자신을 처벌하려는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청포도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괴인 앞에는 수 많은 음식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맛있는 음식들이 아닌 청포도를 먹었다는 것은
오필리아가 내면에 가진 동생에 대한 공격성과 적개심을 스스로 처벌하려는 혹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추측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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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필리아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고 엄마는 여왕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지하 왕국의 왕은 처음 본 사람이지만 아마 제봉사 일을 하던 오필리아의 친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오필리아가 동생까지 죽여가면서 까지
진짜 돌아가고 싶었던 환상 속의 지하 왕국은 사실 원애 그녀가 가족들과 같이 살던 그 시절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출처 | 내 손꾸락 |